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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사랑

2008.08.15 01:09

박영호 조회 수:773 추천:44

      유달산 사랑

    삼십 년 만에 목포역에 내려서니
    뽀얀 안개에 쌓여있던 유달산이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나를 보고 반긴다.  
    오메  니 왔냐 ,  니 많이 변해 뿌렸다-잉

    이제는 모두가 낯선 거리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우르르 내 눈앞에 몰려 나오는
    눈물겹게 정다운 옛 모습들
    오거리, 휘파리 골목, 뻘바탕, 마파지, 뒷개 ...
    옛집을 찾아서 죽동과 원진관 앞을 지나
    불종대를 찾아 가지만
    모두가 옛 교회 종소리를 따라 천국엘 갔는지
    이제 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삼학도는 두 섬만 남아있고
    반쪽만 남은 오포대 노적봉과
    멀리 내다 보이는 영산강물이
    이제는 그 물길이 아나니
    운절이, 짱뚱이, 모치는 어디 가서 볼꺼나

    가난한 사람들이 서럽게 웅크리고 살던
    유달산 기슭 초가집들은 간데 없고
    멀리 바라보이는 뒷개 건너 돌산에는
    지금도 푸른 수의의 죄수들이 아른거리듯
    돌을 깎던 정 소리와
    기마경찰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던 한 탈옥수가
    외치던 외마디 소리
    우리도 잘 살아보세 !
    하던 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때리는 것 같다

    이제는 모두가 기억 속에 사라져가지만
    그래도 남쪽에서도 맨 남쪽 끝 항도
    바다끝에 우뚝 선 너, 유달산은
    슬픈 옛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떠나오던 날도
    유달산은 빗 속에서 울고 있었다
    잘 가거라 잉- 나는 니를 안 잊을랑께
    니도 나를 잊지 마라 –잉-
    이제는 연통도 기적도 없는 기차에 앉아
    이것이 마지막 이별만 같아
    나도 그를 따라 마음 속으로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