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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잉 부쉬. ( Burning Bush.

2007.11.03 12:16

이 상옥 조회 수:1063 추천:115



번잉 부쉬. ( Burning Bush.

이곳
중서부 가을의 색갈을 말하라면,
나는 당연히 황금 색이라고 말 할 것이다.
골프장 울타리 곳곳에 일렁 거리는 에로해드 ( Arrow Head )나
플레이리 닥이 높이 솟아 마치 작은 해바라기 같은 노오란 꽃을 피우기 때문이리라.
파아란 하늘에 가끔 힌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이 가을에
우리 동네를 들어서면
우리 집이 있는 두번째 골목
왼쪽으로 첫 번째집,
아직도 어린 딸아이 둘과 강아지 만한 개를 데리고 곧잘 산책을 다니는
매기네 집앞에 만들어논
옥수수대와 장난 스러운 표정의 허수아비 그리고 누우런 호박으로 만든 호박등이
한껏 할로윈 기분을 자아내게 되고
이미 노오란 단풍이 든 가로수와 차도에 수북히 싸여 있는 낙옆이
한층더 깊어 가는 가을을 느끼게 할것이다.
그리고
집 앞이 다른 집 보다 나무도 많고
게을러서 풀도 길게 자란 앞문에 샛 빨간 제라늄과 핑크 색 제라늄이
아직까지 활짝 핀 그집이 바로 우리 집인데
한때
아들 녀석과 단 둘이 농구를 했던 농구 대가 슬쩍 기울어져 있고
그 반대 편 드라이브 웨이를 지나
소 나무 사이에
전 주인이 심어논 번잉 부쉬가
지금은 샛 빨갛게 타고 있는집이다.


번잉 부쉬라고
우리 나라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무다.
( 다만 성서에 보면 모세가 주님을 뵈온 곳에 바로 저 타지아는 숲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  
내 어눌한 표현을 빌리자면
싸리 나무 비슷하게 생긴 나무 가지에 고구마 처럼 끝이 가늘고 중간에는 둥근 잎이
여름 동안에는 평범한 녹색으로 눈에 잘 띄지도 않던 나무가
이렇게 기온이 내려가고 하늘이 파아래지면
자신을 마치 황진이 이웃에 살던 노 총각의 마음처럼 샛 빨갛게 물들이고
그 빠알간 잎을 하나 하나 바람결에 날려 버리는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라 모든 남성들의 연인인
황진이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안달을 하며
그녀의 재색과 재능에 대해 열변을 토하지만
그녀를 짝 사랑한 나머지 말도 못하고
상사병에 걸려 죽음을 마지하는 저 황진이의 이웃 노 총각이
마치 황진이를 더 유명하게 만든 조연 쯤으로 쉽게 착각하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황진이가 그 노 총각이 자신의 목숨까지 받친 샛 빨간 순정 때문에
평생을 무의식 속에서도 고통 스럽게 살았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그 총각의 눈 동자를 잊고 싶어
다른 남자들 품 속을 편력 했거나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 본연의 진심을 대해야 하는것이다.
진심은 진심으로 만이 받아 줄수가 있지 거짓으로 대할때 마다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면 고통만 더할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태여난 황진이가
그 노 총각의 진실된 사랑에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을까.
자신의 속 치마를 벗어 그 총각 상여를 덮은 황진이에게
못할 짓을 하고만 노 총각일 테지    ?
사랑은 정말 운명인가 보다.



번잉 부쉬가 샛 빨갛게 타들어 갈때마다
나는 황진이와
그녀를 짝 사랑했던 노 총각이 생각난다.
그리고 나 자신을 그처럼 빠알갛게 물들이지 못하며
거북한 냄새 투성이 인 내 자신이 부끄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파아랏고 서늘한 가을의 정취를 외면하고 싶진 않다.
지금 쯤
어느 하늘 아래 함께 숨쉴 옛날의 그녀에게
" 미안해 정말      ,,,,,,
난 용기도,
아니 뭔지도 모르고 당신을 좋아 했었나봐.
당신은 말이지          ,,,,,,,,
당신은 정말 건강하고 행복해야 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