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6 17:19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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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 성백군

 

 

어쩌다가

내 십 대의 일기장을 보았다

각종 사건과 온갖 정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지금 나는 웃고 있다

 

괴로웠던 일 즐거웠던 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들이 되살아나

나를 토막 치지만 나는 아프지 않다

나는 이미 오십 년이 지난

흥미로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다

 

평생을

세상 무대 위에서 춤추는 나

연출자에 의해서 희로애락이 썩 바뀌니

그건 참 내가 아니라

조물주가 만들어 낸 가상공간의 나라는 생각,

관객으로서의 내가 배우로서의 나를 즐긴다

 

부와 권세와 명예, 가난과 고난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

나를 무대 위에 올려놓은 연출자의 것이기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나 밖에서 나를 바라보면 세상은 극적인 연극 무대,

조물주 어르신!

이왕이면 나를 사용해 감동적인 작품 한 편 만들어 주시오

다 같이 즐기며 나도 만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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