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2018.07.17 05:30

김창임 조회 수:5

 어버이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금년 어버이날은 주중에 들어 있어서 하루 앞선 7일 아침 일찍 큰아들네가 왔다. 큰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귀염둥이 손녀가 와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며느리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라는 문자와 함께 금일봉을 내 통장으로 넣어주었다. 고생해서 번 돈을 이렇게 많이 주다니, 고맙고 미안했다. 나는 얼른 아껴두었던 스카프를 며느리에게 주었더니, 아주 고마워했다. 손녀는 어린이날 기념 장애물 달리기에서 일등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 모습이 아주 귀엽고 예뻤다. 만 나이 다섯 살인데 자기보다 나이가 한 살 위인 친구와 달리기를 해서 일등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며느리가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틀림없이 우리 손녀였다.

 

  신아문예대학에 다니면서 김학 교수님께서 손녀 자랑을 하시기에, ‘우리 손녀는 언제 커서 나도 자랑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샘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유치원운동회에서 우리 손녀가 달리기를 아주 잘했다고 하니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나는 틈만 나면 그 동영상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데 달리는 자세가 마라토너(?)처럼 의젓하게 참 잘도 달린다. 교수님 손녀는 이름난 화가로, 우리 손녀는 이름난 육상선수로 키워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자주 들르는 이웃집에 가서 손녀 자랑을 했더니, 자랑을 하려면 1회당 만원씩 내야 된단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자랑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곧 바로 2만원을 내란다. 그래서 지금은 가진 돈이 없으니 외상으로 하자고 했다.

 

  우리 손녀는 며느리가 이도 나기 전부터 고기를 먹이더니만, 힘이 아주 좋아져서 그런지 힘도 세고 절대 넘어지는 법이 없다. 두 살이 지나면서 우리 집에만 오면 거실에서부터 큰방, 작은방, 주방을 아주 바쁘게 돌아다니곤 했다. 천안에서 오느라 피곤할 테지만 빠른 걸음으로 실내를 걷고 내달리더니, 달리는 재능을 타고나서 그랬나보다. 운동신경이 좋은지 장애물 달리기쯤이야 문제가 되질 않고, 후프를 머리 윗부분으로 넣어서 나오기, 매트에서 옆으로 돌기가 있는데 그런 것쯤이야 문제없이 척척 잘도 해냈다.

 

  우리 집으로 오니 거실 한쪽에는 그토록 사랑스런 공주님이 자신을 애용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놈이 있다. 날씨가 궂은 날에 내가 집안에서 운동을 하려고 준비해둔 실내자전거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손녀의 눈길은 얼른 그곳으로 향한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처음에는 두세 바퀴를 밀어서 겨우 돌리다가, 나중에는 성인처럼 몸을 앞쪽으로 당겨서 요령 있게 자전거를 아주 잘 탄다. 다리가 아직은 짧으니, 자기 몸을 핸들이 있는 쪽으로 확 끌어당겨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어디에서 그런 지혜가 나왔는지 아주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날씨가 흐리고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다시 해가 환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족 모두 모처럼 내장산으로 갔다. 단풍나무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상쾌하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푸르른 산,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였던 시름이 사라진다. 늦은 봄의 화사함 속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예쁜 꽃과 나무들이 우리 가족을 반갑게 미소로 맞으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숲속에서 잠시 머물다가 단풍생태공원으로 갔다. 꽃잔디가 만개하여 진분홍빛 비단 보자기를 깔아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그곳을 배경으로 우리 가족사진을 남겼다. 이 공원을 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단풍나무가 어린티를 벗고 내장산 단풍처럼 활기 있고 멋지게 자랐다. 그늘도 만들어 주고 피톤치트도 내뿜어 시민들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내장호수 근처에는 연둣빛 버드나무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몇 마리의 참새들이 버드나무 숲 사이를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로 마주보며 우리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를 나눈다. 물가에 있는 버드나무 모습이 한 폭의 한국화를 그리고 있어 사진으로 담았다. 생태공원 내에는 서래봉을 축소하여 꾸며놓은 작은 동산, 성난 사자처럼 생긴 홍단풍을 바라보면서 가족끼리 웃고 대화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받고 보니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뿌듯하고 즐거웠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에 바빠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들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부끄러움과 후회가 있는 지나간 세월, 그러기에 영국의 시인 쉘리도 후회를 되풀이 하지 말자며 탄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지나가버린 과거이기에 부끄러움을 예쁘게 승화시켜 남은 생명을 아름답고 보람되게 장식하려고 노력해야겠다.

                                                 (2018.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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