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2018.08.09 19:22

전용창 조회 수:62

새로운 도전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백 년 만의 더위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더위 따위는 아랑곳 없다. 늦은 나이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악기 중에서 어렵다는 바이올린에 도전한 것이다. 직장에 있을 때부터 천상의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으나 오래 공부를 했다는 직장 후배가 다른 악기를 하라고 해서 ‘플륫’을 하고, 바이올린은 포기했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경에 아들과 함께 목욕하고 나오는데 인근 교회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동네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 광고인데 대상은 유치원생부터 70세 어르신까지였다. 바이올린, 첼로, 플륫, 클라리넷 등 네 분야인데 악기는 무료로 대여해주고, 매주 토요일에 교회에서 수업을 하며, 수강료는 월 48,000원인데 1년을 수강하면 악기를 무상으로 준다고 했다. 저렴한 수강료로 배울 수 있고 비싼 악기까지 준다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사실 매주 토요일 오후 시간은 아들과 목욕하는 시간이니 아들을 목욕탕에 데려다주고 수업을 받고 끝나면 데리러 가면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그 즉시 교회에 가서 상담을 하니 나이를 물었다. 아직 칠순은 아니라고 했더니 할 수 있다고 했다. 접수를 마치니 일주일 후에 악기가 도착하니 다음 주 토요일에 와서 수업을 받으라고 했다. 너무도 기분이 날아갈 것 만 같았다. 지금은 회원들과 하모니카로만 봉사를 하고 있지만 바이올린을 열심히 배워서 나는 바이올린을 켜고 회원들은 하모니카로 연주를 하면 얼마나 더 은혜스러울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7월 초순 교회로 갔다. 본당에서 기도를 드리고 사무실로 갔다. 부목사님이 악기가 도착했다며 하얀색 케이스를 열어서 예쁜 바이올린을 보여주었다. 참 예뻤다. 꺼내서 만져보았다. 활도 집어서 소리도 내어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바이올린 소리를 내어보았다. 보물 같은 악기를 받고 교재도 받아 3층 연습실로 갔다. 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모두가 초등학생이 아닌 가? 할아버지가 들어오니 모두들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바라보았다. 그도 그렇지 중학생, 고등학생은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얼마 뒤에 세 명의 여자 어르신이 들어오셨다. 그분들은 교회의 집사님과 권사님이신데 모두다 40십대 후반에서 50십대 초반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20대의 여자 선생님이 들어 오셨는데 자기 소개가 끝나자 J대학교 음대 학생이라고 했다. 전체 12명 중에 남자는 나 혼자였다. 1월 초부터 시작했다는데 초보답지 않게 악보를 보며 합주곡 연주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합주곡을 연주하고 있는데 나는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리는 법, 활을 잡는 법부터 배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낯이 뜨거웠다.

 

  체면치례 같은 것을 생각하면 배울 수 없다며 초등학생들을 나의 친 손녀처럼 생각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손녀딸한테 물어 보았다. 서로가 자신이 가르쳐 준다며 “할아버지,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하는 게 아닌가? 어린이는 모두 다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었다. 나를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그곳에 있는 꼬마들이 모두 다 나의 스승이었다. 나는 일찍 와서 열심히 복습을 하고 수업시간에도 열중했다. 때로는 나의 스승들에게 간식거리도 준비해서 고마움을 전했다. 1시간 수업이 끝나면 모두 다 본당에서 합주 연습을 했다. 818일 토요일에 발표회가 있다. 발표할 곡은 일곱 곡인데 찬송곡이 3곡이나 있어 좋았다. 내가 제일 나이 든 학생인데 틀려도 열심히 하니 지휘하시는 선생님의 눈에 든 모양이었다. 어느 날 바이올린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전 선생님도 독주 한 번 해보실래요?

  “아직 도·래·미·파… 수준인데 독주를요?

 

 순간 나의 머릿속에 스치는 게 있었다. 미적분을 풀면 나머지 수학은 별거 아니라는 나의 학습관이 떠올랐다.

 

 “해보겠습니다. 동요를 해도 좋을까요?

 “그럼요.

 나는 '고향 땅'을 하고 싶었으나 선생님은 모두가 잘 아는 '고향의 봄'을 권하셨다.

 

 지금 우리 집에는 더위는 하나도 없고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는 봄이다. 낮이나 밤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하니 이제 막 한 달 조금 지났는데 '고향의 봄'은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를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아들도 열심히 따라 하고 강아지도 좋아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고 기교를 연습중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열심히 하여 찬송가를 켤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뒤에는 장구를 배워 우리 민요인 판소리 한마당을 하고 싶고, 마지막으로는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 더위도 잊은 채 새로운 도전에 흠뻑 빠져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201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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