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텃밭 풍경

2018.08.12 06:45

신효선 조회 수:6

폭염 속 텃밭 풍경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신효선

 

 

 

 

  폭염과 가뭄으로 지구촌이 수난을 겪고있다. 우리 텃밭의 농작물도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다. 지구촌의 혹한과 폭염의 원인은 엘니뇨(El Nino)와 라니냐(La Nina)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엘니뇨와 라니냐를 불러온 주범은 역시 온실가스 누적에 의한 지구 온난화라 한다. 지구 온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엘니뇨와 라니냐가 반복됨에 따라 폭염과 한파는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올여름 지구촌 폭염의 직접적 원인은 정체된 북반구 대기가 만든 '열돔 현상'이나,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 누적에 의한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본다.

  지금 우리나라는 폭염과 전쟁 중이다. 일부 지역에는 111년 만에 찾아온 4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와 열대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서 농작물도 생명을 이어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6월 한 달 동안 프랑스에 있는 아들네 집에 다녀오느라 텃밭을 돌보지 못했다. 출국하기 전 커다란 물통 두 개에 물을 가득히 채워 놓았더니, 주말농장 이웃들이 고맙게도 물을 주고 장마 때에 물통에 물을 가득히 채워 놓았다. 그뿐인가, 주인 없는 채소들을 돌보아 주어 무럭무럭 자라서 토마토, 가지, 오이 등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일찍 끝난 장마로 7월 초부터 시작한 폭염과 가뭄 때문에 텃밭 물주기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거의 매일 아침저녁으로 물통에 물을 담아 승용차에 싣고 가 텃밭 채소에 물을 주었다. 텃밭을 시작할 때부터 밭작물을 가꾸는 것은 남편의 몫이었다. 나는 수확해온 다양한 농작물을 먹거리로 사용하고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했었다. 올 같은 가뭄에도 남편이 물을 길어다 줄 때도 나는 뒷전에서 걱정이나 했다. 모두가 남편의 일이었다.

  그런데 8월 초 남편이 손 수술을 하는 바람에 당분간 운전도 할 수 없어 우리 채소밭 작물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에 타죽어 가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농작물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불쌍한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틀 무렵, 나는 여러 개의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나의 배낭에 넣어 어깨에 메고, 페트병 하나는 손에 들고 텃밭으로 갔다. 이를 지켜본 남편도 배낭을 챙겨 물을 가지고 텃밭으로 왔다.

 

  배낭에 담아온 물을 무엇부터 주어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다. 여기저기서 모두가 나를 향해 탄성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모작으로 새순이 자라는 어린 오이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요즈음 수확이 한창인 각양각색의 방울토마토에 눈이 갔다. 물이 부족하니 억지로 메말라 익긴 했어도 제법 굵은 고추가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며 내가 먼저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가뭄에는 그래도 강해 보이는 가지도 긴 팔을 내밀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페트병을 꺼내어 포기마다 물 한 방울이라도 허실될 새라 정성스레 부어주었다. 행여 부족할까 아껴 가며 주어 보지만 배낭에 메고 온 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내 물은 바닥이 나버리고 말았다. 아예 싹이 나오지 않았거나 절반이나 타죽은 생강, 듬성듬성 겨우 싹을 틔운 울금(강황), 아직은 수확 철이 먼 대파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더 버텨보라며 내일 차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수확이 끝나가는 마디 호박과 생명력이 강한 고구마와 들깨는 내일도 기약이 없으니 정말 미안하다. 제발 소나기라도 올 때까지 버티어다오.

  설마 하고 기다렸던 비는, 7월이 가고 8월에 접어든 지도 여러 날인데 무심하게도 소나기 한 번 시원스레 와주지 않고 애를 태우니,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심은 얼마나 타들어 갈까? 기다리던 태풍도 한반도를 비켜 가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인가?  

  물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기 위함인가, 한반도에 아열대 기후의 조기 도래의 전조인가? 가뭄과 기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동에 대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광고 화면이 클로즈업되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나라도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노사 갈등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되었다. 요즈음 큰 이슈가 된 갑을 문제도 형평에 어긋난 관계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약자의 외침이 아니겠는가? 턱없이 부족한 물이지만 나는 과연 가장 공평하고 적절하게 나누어 주었는지 되짚어 본다.

 

 (2018.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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