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족나들이

2018.08.14 16:43

김명희 조회 수:1456

여름 가족나들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명 희

 

 

 

 

   여름 가족나들이, 3일 째되는 날이었다.  이른 새벽, 풀숲과 바위틈새를 비집고 흐르는 물은 다정히도 속삭였다. 아침 온도가 18도라서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낮 동안 뜨겁게 달구었던 대지의 폭염이었건만 깊은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무주구천동은 나제통문을 비롯하여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비경 33경과 명소들이 계곡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내려오는 계곡은 소()와 담()과 폭포가 되어 우리나라 경승지 중 가장 아름답다는 무주구천동을 조각해내고 있다지 않던가.

 

 국립공원 덕유산은 이름 그대로 너그럽고 포근한 전형적인 어머니산[母山]이다. 조선 명종 7년 갈천 임 훈이 쓴 <등 덕유산향적봉기(登 德裕山香積蜂記)>에 의하면 성불공자 9,000명이 이 골짜기에서 수도했다하여 구천둔지를 무주구천동이라 했다 한다. 그들의 아침밥을 짓기 위하여 쌀을 씻은 뜨물이 개울물을 부옇게 흐렸다고 설천(雪川)이라 하며, 향림이 즐비하므로 산봉우리 명칭을 향적봉이라 했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이 나무를 향나무라 하면서 어찌 향기가 없느냐?” 물었더니, 안내하는 스님이 대답하기를  

 “이 향목은 미륵불이 이 세상에 와서 살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향기가 나게 된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곳에 온 기념으로 갈만한 곳을 찾던 중 덕유산리조트 곤돌라와 머루와인동굴, 리조트의 야간거리구경을 하루일정으로 정했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에 숙소에서 출발. ‘곤돌라’라는 생소한 이름이라서 마음이 설렜다. ‘곤돌라와 케이블카는 어떻게 다를까?’ 인터넷 검색 창을 열어봤다. 곤돌라(Gdndola)는 고정 순환 식 삭도로서 6~8인승 소형 케이블카다. 곤돌라는 순환식 빙빙 도는 것이고, 케이블카는 왕복으로만 움직이는 것으로서. 곤돌라는 높은 산악지대에 짐을 나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데, 케이블카는 와이어에 고정되어 있어서 사람이 타지 않아도 운행하는 것에 비해, 곤돌라는 분리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프트(lift)는 간단하게 오픈되어 있는 곤돌라의 일종이라고 한다.

 

 덕유산을 오르는 곤돌라 탑승대기소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한산했다. 둘째아들식구들과 같이 12명이 곤돌라를 3조로 나누어 4명씩 타고 산 정상을 오르는데 아득히 멀고 높아 보였다. 우리가족이 탑승한 곤돌라의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일정한 간격의 네모난 시커먼 물체들. 곤돌라가 줄지어 따라 오르는 움직임이 마치 개미떼의 행렬 같았다. 곤돌라 창밖으로 보이는 공중에 멈춰 있는 리프트가 쓸쓸히 외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와 일정한 위치로 오르내리는 곤돌라는 평화롭기만 했다. 시야는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고,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은 그 어떤 화가가 그려낸 그림보다 훌륭했다. 세상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명의 이기로 기계의 힘을 빌려 덕유산을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새삼 덕유산 종주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7~8년 전 우리부부는 520일을 전후로 연례행사처럼 거듭 3년을, 춥지도 덥지도 않는, 장마가 오기 전 덕유산등반을 택했다. 남편은 큰 배낭에 필수로 물과 약간의 식량, 간단한 반찬, 라면, 간식, 취사도구, 구급약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줄여도 배낭은 늘 빵빵했다. 내 배낭에 나누어 짐을 져도 가득하긴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 등반에 오르면 오전에는 갈만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지치기 시작하면 가다 쉬고, 또 힘들면 풀밭에 누워 파란하늘을 바라본다. 등산은 어쩜 내가 살아온 지난날의 고달팠던 삶의 여로 같았다. 동엽령~무룡산 삿갓대피소는 산악인들의 쉼터이자 물을 공급받는 유일한 샘(거창 황강의 발원지)이 있다. 종일 걸었던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그고 주무르면 발의 피로가 풀렸다. 준비해온 식량과 반찬으로 저녁과 아침끼니를 해결하자마자 또다시 새벽에 떠나는 등반길. 남덕유산~서봉~할미봉~육십령 고개까지(12,05km) 7시간 소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가벼워진 배낭도 차츰 무겁게 만 느껴졌던 이 구간에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 뉴스속보를 들었었다. 덕유산의 추억을 더듬어 가다보니, 곤돌라가 약 1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곤돌라가 덕유산 설천봉에 도착했다. 하얀 들국화가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쾌청한 날씨라서 사방으로 확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었다.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과 회상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평화로웠다. 설천봉에 올라온 기념으로 우리가족은 핸드폰에 기념사진을 찰칵!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700m인데 계단으로 오르는 주변 산등성이엔 어느새 무리지어 사람들의 곁을 배회하며 따라다니는 잠자리. 요리조리 사람손길을 피해 달아나는 고추잠자리를 따라다니기에 바쁜 천진난만한 여섯 살배기 민혁이의 모습이 귀여웠다.

 “할머니, 얘들도 가족이 애타게 찾겠죠?

 민혁이는 잠자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가 놔주곤 했다.

“그렇지, 잠자리들도 가족이 있겠구나! 우리 민혁이는 생각도 예쁘고 마음도 바르지.

“할머니, 저는 상상력도 풍부하거든요!

남편의 너털웃음에 행복의 풀섶에서 즐기는 가족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2017.8.7.)

 

*향림 ; 주목의 숲이라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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