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나들이

2018.10.03 10:04

조경환 조회 수:33

강화도 나들이

신아 문예 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조경환

 

 

 


 정년퇴임한 '5인회'가 강화도 전등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출발하는 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여 웃음꽃을 피우며 반갑게 맞았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일행들은 자가용을 운전할 A에게 박수로 격려해주었다. 박수를 받은 A는, 다 같이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쉬는 곳마다 로테이션으로 운전하면 피곤하지도 않고 더욱 재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모두가 찬성했다.

 창밖에는 계절의 여왕 5월의 신록이 짙어 가는 산천초목을 보니 마음마저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을 비롯하여 가슴에 꽃을 다는 날이 있어 많은 사람이 나들이하기에 즐거운 달이다. 차내에서 대화는 대동소이하게 건강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 사주를 본 이야기를 했다. 정담이 끝난 뒤 우리끼리 약속했던 숙제는 강화도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돌아가면서 설명하기도 했다. 순서는 A, B, C로 이어 가기로 했다.

  A가 조사한 내용은, '강화도는 고구려-갑비고차(甲比古次)-혈구군(穴口郡), 신라-해구(海口), 고려(江華)-강도(江都), 일명 심도, 섬은 전국 5번째로 큰 섬이며, 유인도 11개 무인도 17개 면적 411㎢ 인구 7만 1읍 12개 면 185개 마을로 이루어졌음을 참고로 말해 주었다. 쉽게 말해서 강화도의 변해온 이름과 섬의 규모, 인구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

 B는 조사내용이 너무 많아 유인물을 보면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강화도는 강과 바다로 둘러싸여서 아득한 선사시대인의 수렵채취 적소였다고 했다. 또한, 강화도는 하점면 야산과 들녘에는 북방식 고인돌이 약 30여 개가 산재해 있다. 이는 신석기시대(3천 년~5천 년경)의 이 지역 선조들이 거주한 증거이다. 청동시대 유물이 함께 출토되어 있어 한반도 고대사의 사적지로 지적되었다. 강화도는 한반도 중원에 이르는 해양 접근로의 목구멍 같은 요충지로서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시대를 이어서 외적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고, 국가 흥망의 큰 사건들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1392년 몽골군이 침략했을 때는 임시수도로 천거하여 강도(江都)라고 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의 조사내용을 들어보면 강화도는 본섬을 비롯해 3개의 섬이 있으며 간척사업 및 조류의 변화로 된 한 개의 석모도이다. 교동도와 석모도는 본섬과 다리가 연결되어 한 섬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D는, 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감광성 만에 자리 잡고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진중사'라 했으나 고려 충렬왕 때 정화공주가 옥 등을 이 절에 바친 뒤 '전등사'라 고쳐 불렀다 한다. 전등사는 외침이 있을 때 사고를 지키는 사찰로서 국방정책을 담당했다. 현재 전등사에는 대웅전, 약사전, 범종 등 지정문화재 17점이 있다. '전등사' 란 이름의 변천사를 알수 있었다.

 E의 조사내용은 조선조까지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야 하는 최전선이며 왕의 피난처이기도 했다. 다양한 해양산물의 생태 지이며 바다, 산, 온천, 날씨의 종합적인 휴양지로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자연치유천국이다는 내용이었다.

 '분야별로 조사한 내용을 다 들어봤으니 문화답사는 다 했지 않은가?'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일행들은 오늘 새로운 구상계획에 만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3시간 넘게 조사내용을 주고받으니 벌써 전등사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염치불고하고 단체로 온 관광객 틈에 끼어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전등사(傳燈寺)는 강화읍 길상면 온수리에 있다.' 유서 깊은 삼광성에 있는 사찰로 신라시대에 창건하여 고려 충렬왕의 정화공주가 옥 등을 하사하여 '전등사' 라고 이름하였다. 대웅전과 약사전은 보물로 지정한 건축물이며 대웅전 귀 기둥의 나부상(裸婦像)을 잘 살펴보라고 여러 번 말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오셨다며 전등사에 관련된 시를 청량한 목소리로 낭송하여 더욱 감명 깊게 했다.

"전등사에 이르니 마음이 맑아지며 늘그막의 명승관광 여기서 하게 됐네. 나무 위에 꾀꼬리 우리 황금을 던진 듯하고, 우물 입구서 용이 내뿜으니 백옥이 생기는 듯하구나."

 시구절을 음미하며 듣던 중 '늘그막의 명승관광 여기서 하게 됐네!' 우리 일행의 뜻과 같아 한참 동안 좋다고 웃어 댔다. 어느 해인가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한 번 찾아가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해설사 말과 같이 건축물을 자세히 보기로 했다.

 들어가는 입구는 일반 절과 달리 일주문을 볼 수 없고, 대신 성문이 있는 절집 전등사는 대한민국 보물 제178호로 전면 3칸 측면 3칸 팔작지붕으로 건물 자체가 절묘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다른 절은 전면 4칸인데 좀 특이한 건물이라고 생각했다. 불국사 다보탑은 밀가루로 반죽하여 섬세하게 쌓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전등사의 목조건물은 무슨 손재주로 조각하였기에 보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입을 벌리게 했을까? 해설사 말이 끝나면 모두 나부상 쪽으로 몰려들어 처마를 쳐다보느라 눈과 목에 너무 부담을 주었다.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앞 계단 측면에 돌로 만든 누기(漏器)는 고풍스럽게 보였다. 이것은 다른 부품은 다 떠나버리고 몸체 돌만 남아 아쉬웠다. 지금 남아있는 누기도 동화분같이 놓아둘 일이 아니라 잘 보존해 두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내 눈으로 본 대웅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은 벌거벗은 여인을 묘사하고 있어 목조건물 조각을 다시 한 번 보고 또 보니 다리를 묶어 놓은 듯 움직이질 않았다. 벌거벗은 여인들이 힘이 들어 얼마나 오래 지탱할지 의문이다. 배신감이 얼마나 컸기에 몇 백 년을이나 지붕을 떠받치는 중벌일까? 대웅전 증수를 맡은 도편수가 달아난 여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조각했다는 전설이 더욱 흥미로웠다. 네 마리 원숭이들이 처마를 받들어 지붕을 들고 있게 배치한 일화는 세 곳의 처마 밑에서는 두 손으로 처마를 받치며 벌을 받는 모양새인데 비해 한 귀퉁이의 것은 한 손으로만 처마를 받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벌을 받으면 서로 꾀를 부리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우리 선조들의 재치와 익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전생에 석가모니에 대한 원숭이들의 끝없는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한 작품으로 당시의 능숙한 조각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약사여래좌상을 모신 건물은 불교 신자들이 병을 고칠 목적으로 이곳에서 불공을 드리는 곳이다. 관광객 중에서는 아픈 몸인지 약사 야에 모신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참배객도 눈에 띄게 많았다. '간절한 소원을 안고 찾아간 분들의 아픈 몸을 낫게 해주소서' 하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전등사 대웅전 건물은 전설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등사 대웅전과 약사여래좌상을 모신 건물을 보노라니, 해마다 4월 초파일에는 어김없이 절을 찾아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장사에 가서 대웅전 부처님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셨다. 부처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건 불교를 믿는 사람만이 그럴까? 오늘 대웅전 불상을 참배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고백하고 싶다.

 뒤돌아본 절 주위에는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 관광객들의 떠드는 소리만 귀에 쟁쟁하게 맴돌았다. 배가 고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거늘 점심 먹을 생각뿐이었다. 점심은 활어횟집 마을에 들러 광어, 우럭 등 다양한 종류를 시켜 반주와 곁들여 먹으었다. 썰물에 씻긴 바다와 갯벌에 잘 어울리는 항만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앞에 보이는 바다와 갯벌에서 잡은 생선이라 생각하니 더욱 싱싱한 맛이었다.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먹었다. 전등사의 대웅전 건물의 나부상과 원숭이들의 처마를 받들어 지붕을 들고 있는 오밀조밀한 조각 솜씨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점식 식사가 끝나자 우리는 다음 탐방지인 '참성단'으로 발길을 옮겼다.


                                                                    (2016.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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