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티나는 사람들

2018.10.12 07:19

최기춘 조회 수:47

지티나는 사람들

                                                  최기춘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명심보감 훈자편 한 구절이 생각난다. 幕如讀書, 至要莫如敎子’ 지극히 즐거운 것은 책을 읽는 것만한 것이 없고, 지극히 중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OECD 회원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율이 최하위권이라는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글읽기를 좋아하고 자손들에게도 책읽기를 권장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내용이 구구절절 하다. 아버지의 간절한 편지를 받아든 아들들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휘호 ‘一日讀書口中生荊棘’도 독서를 권하는 유명한 말이다.

 

 옛 어른들은 어린애 울음소리와 글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 3희성(三喜聲)이라 했다. 요즘은 이 세가지 소리가 모두 듣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 해도 소리를 내어 읽지 않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자들도 책을 읽으면서 소리내어 읽지않는다. 독서 교육이 잘 못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소리내어 읽으면 본인이 암기하는데 도움이 될 뿐더러 주변 사람들도 듣게되는 간접 효과도 준다. 옛말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는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옛 어른들은 글을 운율에 맞춰 소리내어 구성지게 읽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가면 지티나고, 미장원에 자주 가면 미티난다고 했다. 이 말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후배 공직자들애게 독서를 권하며 한 말이다. 나는 명절 때나 외국 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기념품 대신 책을 선물하고 독서를 권했디. 후배들이나 친구 자녀들의 결혼 주례를 할때도 주례사 말미에 책을 읽으라고 당부했다. 요즘 사람들은 지티 보다 미티나기를 갈망하는 것 같다. 미티를 내기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성형은 처음엔 얼굴에 보기 흉한 점을 빼거나 쌍꺼플 수술 정도였다. 지금은 얼굴은 물론 몸 전체를 재건축 수준으로 고친다고 한다. 오죽하면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생도 서로 몰라볼 정도라니 너무 심한 성싶다. 우리나라 여성들 때문에 하늘나리에서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얼굴을 몰라보게 성형을 하는 바람에 저승사자들이 구분하지 못해 데려가가를 꺼려하여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평소 불가마를 자주댜녀 지옥에가서도 지옥의 불가마가 땀이 나질 않는다며 온도를 높여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하니, 기가 막힐 느릇이다. 말쟁이들이 웃자고 지어낸 말이겠지만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미장원에 가서 좀 예뻐지는 것은 하루나 이틀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미티도 젊어서 한때다. 미티를 내려고 얼굴에 손을 많이 댄 사람들은 나이 들어 가면서 늙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도서관에 자주 가서 몸에 밴 지티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독서를 많이 하신 어른들의 지티나고 고고하게 늙어가는 모습은 곱게 물든 단풍잎 마냥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하루의 행복은 저녁이 풍요로워야 하고 일년의 행복은 겨울이 평안해야 하며 일생의 행복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 노후를 외롭지않고 여유롭고 행복하게 보내려면 젊어서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나이들어 친구들도 줄어들고 찾아주는 이 없어도 독서에 취미가 있는 노인은 외롭지 않다. 등산이나 바둑, 골프 등 어떤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친구와 기구도 있어야 하고 적당한 장소도 필요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데는 시간이나 장소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지 않다. 좋은 책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책을 많이 읽어 독서율도 높이고 행복지수도 향상 되었으면 좋겠다.

                                                                          (201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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