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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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오늘의 이시간 내일의 그시간

2018.10.13 12:59

라만섭 조회 수:21

오늘의 이 시간, 내일의 그 시간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이 바뀐 것을 알았다. 내일에 일어날 일을 미리 정확히 점치기란 불가능한 일임을 그때 깨달았다. 시간성의 한계를 느꼈다.

 

45억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라는 행성은, 지금 이 순간도 쉬지 않고 자전을 계속하면서 태양 주위 궤도를 공전하고 있다. 그 순환 과정에서 인간은 편의상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임의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동부와 서부 지방은 3시간의 시차가 있다. 한 지방에서는 해가 뜨는데 다른 지방에서는 해가 지는 장면을 동시에 목격하게 되는 러시아에서는, 무려 12시간이나 되는 시차를 보인다고 한다. 1884년에 있은 워싱턴 국제회의에서는 영국 그린위치 천문대(Royal Observatory Greenwich)의 자오환(子午環)을 통과하는 자오선(Meridian)을 지구의 본초 자오선으로 지정 하고, 경도(Longitude)의 원점(Greenwich Mean Time)으로 삼았다. 이로써 각국은 그린위치 표준시간을 기준으로, 경도에 상응하는 시차를 가지게 됐다. 일부변경선(International Date Line)을 지나면 날짜가 바뀐다.

 

시간(과거 현재 미래)을 인식하고 표시하는 방법도, 문화권에 따라서 다르다고 한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보통 과거는 뒤쪽 미래는 앞쪽으로, 아니면 과거는 왼편 미래는 오른편으로 인식 된다. 그런가 하면 히브루 언어권에서는 과거를 오른쪽 미래를 왼쪽, 중국 문화권에서는 과거는 위쪽 미래를 아래쪽으로, 그리고 남미 문화권에서는 과거는 앞쪽 미래는 뒤쪽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인터넷은 최근의 이메일을 맨 위에 나타내고 있으나, 문자 메시지는 최근의 것이 맨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표시하는 방법도 제각각으로 한결 같지 않음을 본다.

 

과거 현재 미래를 굳이 구별하는 일은 고집스러운 환상(Stubbornly Persisted Illusion)이라고 아인슈타인은 말 했다. 그의 유명한 상대성 원리를 설명함에 있어 흔히 쌍둥이 가설(Twin Paradox)'이 인용된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의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고 한다(Time Dilation). 반대로 타성(Inertial Reference Frame)의 원리가 적용되는 지구상에서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 쌍둥이가 지구에 남아있던 쌍둥이에 비해 훨씬 덜 늙었더라는 비유를 제시한다. 별과 별사이의 거리를 과학자들은 빛의 속도인 광년으로 표시한다. 지구와의 거리를 감안 하더라도 지금 우리의 육안에 들어오는 별들의 모습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최소한 수백, 수천 년 전 과거의 모습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놓고 볼 때, 굳이 과거 현재라는 시간 개념은 무의미해 진다. 적어도 우주를 보는 시각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요즈음을 백세 시대라고들 한다. 주위에는 50대 노인도 있고 90대 청년도 본다. 실제로 노년을 특정 생물학적 단계로 설명하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질병에서 자유로운 인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한다. 고장 난 기계 고치듯, 늙은 사람의 몸을 뜯어 고치면 100살이 아니라 1000살이라도 살 수 있다는 것일까. 인공 차아 이식, 인공 심장 이식 등은 이미 옛 이야기가 돼 버렸으며, 과학 기술의 발달은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조건을 벗어나는 기술 개발의 문제나 또는 인공 지능의 윤리 도덕적인 한계는 인류의 장래와 관련하여 많은 논쟁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최근에 나는 왼쪽 눈의 망막에 생긴 이상 증상을 알게 됐다. 모든 물체가 휘어져 보인다. 이 글도 한쪽 눈을 감은 채 느린 속도로 써 내려가고 있다. 불편의 정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상담한 전문의의 말에 의하면, 일단 손상을 입은 망막(Retina Detachment)은 수술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단다. 현재 나는 제2의 소견(Second Opinion)을 구하고 있다. 머지 않은 장래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인공 망막을 만들어내는 기술 혁명을 보게 될 것이라 한다. 언젠가는 인공 자궁을 이용해서 우생학적으로 머리 좋고 잘 생기고 건강한 유전자만 골라서 출산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생명의 신비는 사라지고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남녀의 역할도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인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래에 어떠한 일이 전개되든 간에 그것은 엄연한 현실로 다가왔다가 곧 이어 과거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10년 후에 세상에 어떤 변화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의 이 시간에 내일의 그 시간을 꿰뚫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 때 가서 뚜껑을 열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공상의 유토피아 일까 현실의 디스토피아 일까. 아니면 극락정토의 도래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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