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와 삼인문년

2018.11.08 05:29

김길남 조회 수:58

장수(長壽)와 삼인문년(三人問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요즘을 100세시대라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의료보험제도가 잘 갖추어져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으니 오래 살 수밖에 없다. 동네병원에 가면 노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허리 아파 오고, 다리 고장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감기에 걸려도 찾고, 눈이 침침해도 들르니 의료보험의 공로가 크다. 약을 타고 물리치료하고도 1천여 원이면 되니 시간만 나면 병원을 찾는다. 그 덕으로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지,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산수를 지나 몇 해 되었으니 오래 살았다. 그래도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이틀에 한 번 산에 오르고, 아침마다 30분씩 도인체조를 한다. 20여 년을 그렇게 하니 건강에 큰 탈이 없는 편이다. ‘누우면 죽고 움직이면 산다.’는 명제를 잘 실천하고 있다. 오래 살려는 욕심이 아니고 생의 끄트머리에 누워 있지 않고 깨끗하게 살다 가고 싶어서다.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돌아다니지도 못하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끝마무리가 편안해야 할 게 아닌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 살려는 마음은 같았던가 보다. 중국 송나라 문인 소식이 지은 <동파지림>의 삼로문년(三老問年)이라는 글에도 오래 살려는 세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오원 장승업이 삼인문년이라는 주제로 그 내용을 그렸는데 요즘에 화제에 오르고 있다. ‘세 노인이 나이를 묻다.’라는 뜻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노인 1이 입을 열었다. 내 나이는 얼마나 먹었는지 알지도 못한다. 단지 내가 어렸을 적에 천지를 만든 반고씨와 친하게 지냈던 생각이 날 뿐이다. 이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살았다는 것이다. 다음에 노인 2가 받았다. 바다가 변하여 뽕나무 밭이 될 때마다 숫자 세는 나뭇가지 하나씩을 놓았다. 지금 내가 놓았던 나뭇가지가 벌써 열간 집을 가득 채웠다, 이에 노인 3이 말했다. 내가 신선들이 먹는 복숭아를 먹고 그 씨를 곤륜산 아래에 버렸는데 지금 그 씨가 쌓여 곤륜산과 높이가 같아졌다. 내 나이로 본다면 두 사람은 하루살이나 아침에 나왔다가 저녁에 죽는 버섯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복숭아는 3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3천 년 뒤에 열매가 열린다. 스케일이 큰 나이 자랑이다. 나이를 먹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생명은 자라는 기간의 5배를 산다고 하니, 사람도 25세까지 자라니까 125년은 살 수 있다. 세계 최장수노인은 일본의 256살 할머니, 인도의 179살 노인, 인도네시아의 146살 노인이 있고 우리나라의 장수 노인은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김엄곡 할머니로 114세라 한다. 256살은 믿기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본 것이니 믿음 반 의문 반이다. 우리도 가능하다고 믿고 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요즘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보면 90살이 넘는 분이 많다. 그만큼 장수노인이 많아졌다. 우리 부모세대들이 환갑도 되지 못하고 떠나신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바람직한 일이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되어야 하는데 재앙이 될 수도 있어 안타깝다. 가진 것 없이 쪽방에서 외로이 사는 노인도 있고, 영하 10도의 추위에 불도 때지 못하고 떠는 이도 있단다. 손수레에 폐지를 주워 몇 천원 벌어 끼니를 때우는 할머니도 많다.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도 찾아오지도 않는 아들딸이 있어 받지 못하는 가련한 할아버지도 있다. 법도 좋지만 흑백을 가려 도와야 할 일이다. 옛날에 비해 노인복지가 좋아졌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소득이 있는 사람이 세금을 좀 더 내서라도 노인들이 말년에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회가 고령화되어 노인들만 득실거리고 젊은이가 적다면 그것도 재앙이다. 출산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다. 사회가 모두 나서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들딸 낳아 기르는 즐거움을 맛보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별로 균형이 잡힌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바라는 장수, 삼인문년처럼 살지는 못해도 건강하게 살다 마무리하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본다.  

                                ( 2018. 11.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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