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 행복통장(70)]

2018.12.09 11:20

김학 조회 수:4

    [김학 행복통장(70)]

                                                 책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

                                                                                                             김 학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 (이하 생략)”

나는 행복하다. 2018년이 저물어가는 12월 7일 금요일,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강의를 마치고 집에 오니 거실 탁자에 우편물이 수북이 쌓였다. 오늘은 어느 곳에서 어떤 책들이 왔을까?

텔레비전을 켜고 흘깃흘깃 화면을 보면서 우편봉투를 하나하나 뜯었다. 하나밖에 없는 편지부터 열어보았다. 며칠 전 제26회 목정문화상을 수상하신 아동문학가 허호석 선생이 보내준 육필 편지였다. 요즘에는 받아본 적이 없는 육필편지여서 반가웠다. 한 편의 동화 같은 편지였다. 103세이신 노모께서 지금도 팔순의 아들인 허호석 선생을 만나면 “밥 먹었냐?” 하시며 자기를 어린이 취급하신다는 구절이 가슴을 울렸다. 감사인사와 더불어 더 열심히 좋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편지글이었다. 그 편지와 함께 목정문화상 시상식 수상자 문학부문 허호석, 미술부문 김윤환, 음악부문 전낙표 등 세 분의 사진과 약력을 복사하여 동봉해주셨다. 7년 전에 나도 이 상을 받았지만 그 때 나는 이렇게 감사편지를 띄우지 않았다. 또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이 목정문화상은 고 목정 김광수 선생이 전북의 순수예술 발전을 위하여 만드신 상으로서 우리 고장 전북에서는 가장 큰 상이다. 해마다 문학과 미술, 음악 등 순수예술 3개 분야에서 한 분씩을 선정하여 창작지원금 천만 원씩을 수여하는 상이다.

또 봉투 하나를 뜯었다. 부산에서 온 2018년 에세이문예 겨울호다. 벌써 통권 57호가아닌가? 부산에서 권대근 교수가 열심히 유능한 수필가를 발굴 육성하려고 발간하는 수필 전문지다. 이 에세이문예사가 공모하는 제8회 연암 박지원문학상, 제3회 설총문학상, 제8회 풀꽃문학상 및 제7회 민들레수필문학상 공모 소식이 들어 있어서 관심을 끈다.

이번에는 봉투를 벗겨보니 곡성문학 22호가 나왔다. 효녀 심청의 고장 곡성의 문인들이 작품을 모아 펴낸 동인지로서 회원들의 시와 시조, 한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이 게재된 종합문예지다. 초대석에는 나의 수필 「한글, 그 자랑스런 내 친구」도 들어 있었다. 이런 동인지들이 회원들의 호주머니 돈을 털어서 만들지 않고 오히려 원고료를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봉투에는 원로 수필가 목천 정병렬 시인의 시집 『울어머이 그 포근한 나라』가 들어있었다.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로 당선하신 원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다. 구수한 시어들 사이에 ‘울어머이(우리 어머니)‘ 같은 정겨운 사투리가 섞여있어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멋진 시집을 한 권 더 갖게 되어 행복하다.

마지막 통부 안에는 묵직한 소설집이 들어 있다. 우리 고장 황용수 소설가의 단편소설집『해바라기 꽃을 기다리며』가 얼굴을 내밀었다. 노랑 바탕에 해바라기 한 송이가 활짝 웃고 있는 표지가 내 마음을 끌었다. 단편소설 11편이 해바라기 씨처럼 촘촘히 박혀있어 눈길을 붙잡았다. 황용수 소설가는 초등학교에서 38년 동안 어린이를 지도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중견 소설가다. 287쪽이나 되는 두툼한 책이니 우체국 발송비도 꽤나 비쌀 것 같다. 발행 일자를 살펴보니 하필이면 10월 5일, 내 생일과 같아서 더 반갑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책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내가 수필가로 등단하여 문단활동을 하다 보니 문인들이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주어 책부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책이 많이 모이다 보니 관리가 문제였다. 그동안 전주시립도서관과 임실군립도서관 등에 많은 책을 보냈는데도, 내 서재의 3면(面)은 책장으로 채워져 있다. 마침 내 고향 박사고을 삼계에 작은도서관이 세워진다하니 그 도서관이 개관할 때 내가 가진 책들을 모두 그 도서관으로 보내기로 약속되어있다. 그 동안 내가 모았던 문예지와 동인지 등은 이미 고향으로 보냈다. 책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고향의 후배들이 이 책들을 많이 읽고 박사가 되어 박사고을 명성도 이어가고, 유명한 문인이 되어 문향(文香)이란 명성도 얻기를 바란다.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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