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 집 10대 뉴스

2019.01.07 10:26

정남숙 조회 수:42

201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해마다 연말에 교수 설문조사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2018년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2위는 밀운불우(密雲不雨), 3위는 ‘공재불사(功在不舍)’다. 모두 좀 더 개혁을 잘 하라는 격려와 질책의 의미로 해석된다. 아쉬웠던 2018 무술년 한 해를 돌아보며, 내년에는 더욱 보람된 일들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집 10대 뉴스를 뽑아 본다.

 

1. 낭중지추(囊中之錐), 막내손녀 초등학교 졸업과 중학교 입학

 

  막내손녀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사를 하여 학교도 전학을 했었다. 그러나 조금도 낯설어하지 않고 하루 이틀 만에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사로잡았다. 친화력이 강한 아이라 어디를 가도 리더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가운을 입고 사각모자를 쓴 졸업식장에는 우리 아이가 만든 반 전체의 1년 동안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중학교 입학 후에도 그 손녀의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었으니 과외를 시키려고 학원엘 보내려는 엄마를 설득해, 과외하지 않아도 성적 떨어지지 않겠다며 제 어미에게 당당히 맞서고 있는 아이다. 언제나 당당한 아이이니 성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모든 일에 너무도 자신만만한 게 살짝 걱정이 되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2, 난형난제(難兄難弟), 두 아들 이사하다

 

 . 첫째, 둘째 두 아이가 5, 모두 보름 사이로 이사를 했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는 와중에 자신들의 계획대로 이사를 하게 됐다. 작은아이는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짐을 컨테이너에 맡기고 보름동안이나 비어있던 친정집 신세를 지기도 했다. 추석에 들러보니 두 집의 인테리어가 정 반대였다. 깔끔한 큰며느리는 화이트 톤인데, 작은며느리는 제 성격대로 여기저기 붙박이장을 많이 만들어 놓았고 전반적 색깔도 블랙이다. 두 아들 중 어느 하나가 잘 살고, 못살아 차이가 나면, 어미의 마음이 불편할 텐데 형과 아우의 살림이 비슷한데 이사까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시기에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3. 후생가외(後生可畏), 3대 궁궐 나들이

  

 추석에 역귀성을 했다. 연휴가 길어 아들들은 두 집 식구 모두가 같이 할 일들을 계획했다. 내 위주로 일정을 맞춘 것 같다. 경복궁, 창덕궁 야간관람을 미리 신청해 놓았다. 3대가 함께 서울 고궁나들이를 했다. 운현궁을 둘러보고 시간을 맞춰 창경궁으로 갔다. 일본사람들에 의해 우리의 궁궐을 창경원이라 격하시켜 놀이터로 만들었던 곳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들렀던 곳이다. 창경궁으로 바뀐 뒤로는 첫 관람이다. 창경궁 야경은 절경이었다. 3대가 손을 잡고 궁내를 돌아보다 팔각칠층석탑 앞에 앉아, 역사를 공유할 수 있고, 앞서 설명하며 따라주는 손주들을 바라보니,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임을 실감했다.

 

4. 금상첨화(錦上添花), 노인 일자리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했는데, 보수(報酬)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어 말 그대로 금상첨화였다. 노인 일자리를 통해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전북대박물관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금년 처음으로 일자리를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팀원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고, 같은 조로 근무하는 분을 만난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전주가 고향이지만 나는 그 동안 친구가 고팠었다. 하루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은 내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특별히 고문서보유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라는 고문서 전시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내 자부심은 저절로 솟아올랐다. 내 연봉()까지 맛보게 해준 나의 보람된 일터다.  

 

 5. 고복격양(鼓腹擊壤), 여수여행

 

 작은아들이 여름휴가에 동행하자며 서울로 올라오라 했다. 태안 쪽으로 가자고 했다. 극구 사양하여 전주로 내려왔다. 며느리는 변경된 계획을 설명했다. 어머니를 오시라 한 것이 잘못이었고, 제 남편은 전주라는 말과 엄마라는 소리만 들어도 얼굴에 화색이 피어오르는 효자이니, 그런 남편을 위해 전주로 내려와 어머니를 모시고 여수행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함께 나섰다. 예약한 펜션에 짐을 풀고, 곧장 돌산공원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오동도를 둘러보았다. 밤에는 이순신 광장, 여수 밤바다 버스커들의 노래를 들으며, 맛집순례는 필수 코스였다. 여행 자체보다 내 아들 며느리 손녀들이 함께여서 더 좋았다.

 

6. 유비무환(有備無患), 재난체험

 

 재난체험을 위해 임실 119 안전체험관을 찾았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수록 재난은 더욱 심하게 다가온다. 자연재해도 최대한 막아야 하지만, 인재라 불리는 재난은 우리가 알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119 체험관은 불조심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복을 통해 안전벨트의 중요성과, 태풍, 지진 대비 훈련, 소화기 작동법 등을 체험하고, 심폐소생술교육을 받아 전문응급처치 교육 수료증도 교부 받았다. 119 안전체험관은 전주시내에 있던 35사단이 임실로 이전할 때, 주민들의 반발에 보상차원으로 유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노인들까지 수많은 집단들이 전국에서 체험하러 모여드는 곳이다.

 

7,.교학상장(敎學相長), 명예 대학생

 

 전북대학교에 명예대학생으로 등록을 했다. 생활중국어를 신청하여 두 학기를 마쳤으나 일자리와 시간이 겹쳐, 금년에는 문화중국어 강의를 신청했다. 중국관광을 대여섯 번 다녀온 경험도 있고, 한자는 물론 간체자까지 거의 알고 있으니 문화중국어는 생활중국어보다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발음은 역시 내 마음 같지 않았다. 교수님의 배려로 어린 학생들 앞에서 더듬거리며 읽다보니 자신감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중국어사전을 구입하려다 작은아들이 스마트폰에 번역기를 설치해 주었으므로 단어 찾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실제로 중국인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8. 노익장(益壯), 청춘시민대학

 

 노인복지관에 시민대학이 개설되었다. 배우는 곳이라면 절대 사양하지 않는 나는 곧바로 접수를 했다. 나이가 들어도 결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패기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왕성한 내가 아닌가? 그러나 내가 상상하며 기대했던 강의는 아니었다. 그만둘까 망설이다 끝까지 완주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20주 과정을 성실하게 마치고 소감을 수필로 쓰다 보니, 담당자는 수료식에서 소감을 낭독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 얘기를 쓴 것 같다며 문장을 복사해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얘기는 없었다며 서운해 하는 이도 있었다.

 

 9. 온고지신(溫故知新), 후백제 강좌

 

 전주는 후백제 도읍지다. 그러나 후백제의 역사나 유물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나는 전주에 내려와 제일 먼저 후백제 왕궁터를 찾기 시작했다. 동고산성의 왕궁터를 둘러보고, 후백제 연구회 준회원으로 가입하고 후백제 관련 발굴지 답사도 따라다녔다. 특별히 금년에는 후백제 강좌와 현장답사를 통해 더욱 많은 후백재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후백제 성벽뿐 아니라 불상이며 불탑과 관련된 연대를 통하여 후백제와 우리 전북의 역사가 너무도 밀착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도 열심히 하다보니 ‘후백제 디지털영상 콘테스트 공모전'에 일반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었다.

 

10. 신토불이(身土不二), 김장하기

 

  아이들이 스스로 김장을 하며 내 수고를 덜어준다. 나도 김장이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 동생과 교회에서 내 입장을 알고 한 통씩 보내주고 있어 넉넉하게 먹고도 남는다. 간에 저린 배추를 사다가 담그는 아이들 김장에 고춧가루만 대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큰올케는 친정 조카까지 데리고 와서 몽땅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괜히 나도 욕심이 생겼다. 올핸 맘먹고 동생네 김장에 합류했다. 큰아들을 오라해서 가득 실어 보내고, 둘째는 이미 김장을 했음에도 백김치와 일반김치 두 봉지를 택배로 보냈다. 동생이 지은 농사에 욕심을 부려 미안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보내고 나니 피로도 쉽게 풀려버린 것 같다.

 

 2018 무술년을 보내며 열 가지를 정리하다보니 너무도 빈약한 느낌이다. 2019 기해년에는 버킷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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