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8:06
부부
전희진
그의 아내가 아직도 그를 사랑하므로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는 말라간다
속수무책으로 어두워지고
그녀가 그를 사랑할수록
폭우가 쏟아질 듯한
그의 찌푸린 얼굴로 잿빛구름이 한둘 모이면
이마엔 여러 갈래의 깊은 고랑이 생긴다
굳게 닫힌 입 주변 볼우물 깊은 곳에
비포장도로가 울퉁불퉁 들어서면 가끔씩
식탁에까지 흙탕물이 튀기곤 하는데
정성스레 차려진 식탁에는
음식이 식기만을 기다리는 듯
길고 긴 식사기도로 하늘의 은혜가 넘쳐나고
경건해진 반찬들이 더 경건하게
자신들이 움켜쥐었던 수분을 내려 놓는다
식탁 위 움푹 패인 수저 가득
뒷마당 팔십 살 처서의 바람이 가득 고인다
-시와정신,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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