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외손주들과의 약속

2019.01.19 13:16

김삼남 조회 수:2

쌍둥이 외손주들과의 약속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 삼 남

 

 

 

 

 

 채은(彩恩)이와 하준(河駿)이는 지난해 5월에 태어난 쌍둥이 외손주들이다. 몇 분 차이로 채은이가 하준이의 누나가 되었다.

 

 태어난 날 보고 100일 되던 날에서야 처음 안아주고 성탄절과 겹친 200일 되던 날 두 번째 안아 주었다. 처음 안아 준 날은 젖병을 움켜쥐고 엄마와 외할머니만 지켜보던 채은이는 낯선 외할아버지가 나타나자 어느 외계인이 보금자리에 찾아 왔나 싶은지 낯을 가렸다. 그래도 처음 안아 보는 외손녀가 보듬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며 무서워 하는 모습이었다. 젖을 먹으면서도 계속 두리번 거리며 외할아버지 쪽을 처다보곤하여 빨리 얼굴을 돌려 주곤 했다.

 

 그뒤 100일이 지나 200일째가 되었다. 크리스마스날 싼타 할아버지를 연상하며 성탄의 축복과 함께 쌍둥이를 만났다. 채은이는 옛날처럼 낯을 가리며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양 곰곰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동생 하준이는 똘방똘방하며 할아버지에 안겼지만 조금은 서먹거리는 표정이었다. 200일 동안 오직 엄마아빠와 두 할머니와 함께 지냈으니 할아버지는 뜻밖에 나타난 외계인으로 여겼다.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판단력이 생기고 누나와 동생간에도 시각차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쌍둥이 손주들이 태어나서 오늘이 있기까지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막내딸 진희는 결혼후 5년만에 기다림과 초조속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축복속에서도 아이들의 무사함과 건강만을 빌며 출산때까지 병원생활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마치 어미닭이 노란 햇병아리의 탄생을 위하여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식음을 전폐해가며 알을 품은 채 둥지를 지켜 귀여운 병아리를 탄생시키는 것처럼 암탉의 모성애가 꼭 막내딸 진희처럼 생각되었다.

 

 빨리 임신이 되지 않아서 많은 가족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우리부부는 외손주 탄생을 위한 100일 기도를 시작 했고, 100일 기도가 끝난지 일주일만에 임신 소식을 듣게 되어 누구보다 외손주들의 탄생을 기뻐했다. 무엇보다 더 기쁜 것은 100일 기도문에 아기를 주시옵소서가 아니라 쌍둥이를 주시옵소서라고 욕심껏 기도를 했는데 정말 우리 부부의 기도가 이루어졌다.

 

 쌍둥이 돌봄이를 네 명의 식구끼리 맡았다. 귀한 쌍둥이를 식구 아닌 타인 손에 맡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 외할머니 4명이 돌본다. 외할머니는 전주에서 서울로 오고가며 돌봄이가 되었다. 직장일에 쫒기면서도 공휴일과 주말을 돌봄이가 된 아빠가 얼마나 힘들까? 외할머니는 주말마다 전주 서울을 오가며 외손주 돌보느라 정성을 다한다힘들까겠지만 오히려 즐거워 한다. 주말 귀가중에도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며 스마트폰 동영상을 꺼내본다. 나도 보고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일주일마다 귀가때 꼭 사진과 동영상을 담아 오도록 당부한다. 주일마다 달라져 가는 사진을 보면서 지난날 쌍둥이 엄마의 인고의 세월과 겹처져 감회가 깊다. 쌍둥이 엄마는 잉태후 오늘까지 밖의 세상과 담을 쌓고 직장마저 휴직하며 오로지 쌍둥이 만을 위한 보람으로 산다. 한편 국가에 대한 보람도 힘이 될 것이다. 국가의 인구 정책에 따른 국민의로서 일조를 하고 더욱이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으니 남들도 부러워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금년 성탄절은 어느해와 달리 특별하다. 채은이와 하준이가 처음 맞는 성탄절이며 온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기 때문이다 나는 젖을 먹고 편안하게 잠든 쌍둥이를 보면 하늘나라에서 내려 준 선녀와 선동이로 착각한다. 티없이 맑고 희고 보드러운 흰 박꽃속에 흰 나비가 훨훨 춤추는 것 같기도 하고, 아기 예수가 마리아의 품속에서 잠든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준이는 혼자서 방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놀이기구와 어울려 놀고, 무엇인가를 붙잡고 일어서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놀이기구를 타고 놀며 제법 민첩한 몸놀림을 한다. 채은이는 여성답게 차분하고 예민하다. 동생보다 체중도 무겁고 다소곳하면서도 불편하면 벽력같이 우는 등 감수성이 특별나다.

 

 나는 호적상의 손주들 이름외에 집안에서 쉽게 부르며 놀아 줄 수 있는 애칭을 총총(聰聰)이와 용용(勇勇)이로 부른다. 채은이는 감수성이 애민하고 총명하여 '총총이'이고 하준이는 똘똘하고 민첩하여 '용용이'다. 쌍둥이들은 이목구비 어느 곳 하나 부족함이 없고 후상 또한 유명조각가의 작품처럼 아름답고 예쁘다. 우리는 날마다 총총이와 용용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빈다.

 

 23일간 성탄절을 맞이 쌍둥이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쌍둥이들의 현관 배웅을 받으며 전주로 돌아왔다. 추운 겨울이 어서 지나고 미세먼지 없는 꽃피는 봄날이 오면 꽃피는 정원에서 유모차도 타고 예쁜 신발 신고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띄며 놀자고 약속했다. 돌아오는 5월 돌날과 함께 처음 맞이하는 어린이날이 기다려진다.

                                                        (201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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