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떡해

2019.02.20 10:36

이진숙 조회 수:5

나 어떡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오늘 아침 날씨가 차다는 말에 문득 ‘월요일인데 지은이가 출근하려면 춥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 베트남 하노이에 잘 도착했다는 카카오 톡도 보았고, 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도 보았는데…. 그러다가 또 시계를 보며 오전 9시가 되니 마음속으로 ‘전화 올 때가 넘었는데, 오늘 출근이 늦었나?’ 싶었다.

큰일이다. 알면서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니….

 창가에 앉아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이 부산하게 달리는 것을 바라보며 ‘이 땅에 우리 둘만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허전했다. 이제부터 진짜 씩씩하게 지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핀란드에 보낼 짐들을 모두 배편으로 부치고 그간 살았던 아파트도 다른 사람이 들와와 살게 되었다. 혼자 남아 몇 달을 지내다가 오는 93일이면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핀란드로 아주 갈 계획이다.

 10여 년 전 아들 내외가 무작정  영국의 ‘에딘버러’로 유학을 떠날 때보다는 여러 가지로 좋은 조건으로 가는 것이다. 사위가 먼저 아이 셋을 데리고 핀란드 ‘에스뽀’라는 도시에 자리를 잡고 취직도 했다. 그리고 큰 아이들 둘은 그곳 초등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셋째 막내는 어린이집에서 재미있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 그렇게 그곳에 정착한 지 일 년이 지나고 가게 되었으니 큰 어려움이 없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문득 문득 ‘어떻게 하지? 지은이가 가고 나면 외롭고 허전해서.’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아들내외가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게 그곳으로 유학을 간다고 할 땐 나도 직장 생활로 바빠서 그랬는지, 아들 내외가 곁에 없다고 해서 허전하거나 쓸쓸하다는 생각없이 잘 지냈었다. 물론 딸이 가까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 내외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던 딸인데….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하면 부모가 곁에 있어도 본인이 건사해야 되는 자식들을 멀리 떼어 놓고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는 마음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평소에 녀석은 ‘식구란 한 지붕 아래 살아야 되는 것’이라며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이 셋을 한 번도 떼어 놓고 살지 않았었다. 그런 아이들과 일 년 넘게 떨어져 살고 있으니 어미로서 마음이 오죽 할까!

 보송보송한 피부에 아직도 어린 아이 같았던 큰손자 가온이는 벌써 얼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 짬도 모르고 그곳에 눈이 많이 온다니 눈사람 만들어야겠다며 좋아하고 떠난 막내손녀 루나는 벌써 아랫니가 둘씩이나 빠졌다고 한다. 가끔 ‘아이들을 직접 안아 줄 수 없어서 그것이 제일 서운하다’고 했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절절한지….

 

 아무도 없이 부모님 둘만 지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지난 설에도 며칠 묵고 갔는데, 이틀 뒤 주말에 다시 내려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올라갔다. 그렇게 전주에 내려 올 일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까?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엄마~’하며 한 톤 높은 소리로 전 날에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마치 한집에 살면서 눈으로 보는 듯 이야기 해 주곤 했었는데…. 전화로 소식을 전해 주던 세월이 자그마치 십년도 더 넘었다. 처음 직장에 다니고 휴대폰이 생기면서부터 시작 했으니까. 그런 딸이 평소 해외출장이 잦아 외국에 나갈 때 소식을 알 수 없으면 궁금해 했었다. 출장이니 길어야 일주일 또는 열흘 정도인데도, 이제는 몇 달 후면 아예 핀란드에 가서 살게 되었으니 그 허전함을 어떻게 견딜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즈음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있든지 얼굴을 보며 서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된다. 또 교통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다녀 올 수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전주에서 서울 가듯이 훌쩍 다녀 올 수도 없고, 우리내외가 항상 지금의 나이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니, 차츰 먼 거리 비행도 어려울 텐데….

 어른들이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듯 지난해 외손자들이 훌쩍 핀란드로 갔을 땐 보고 싶은 마음에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차츰 떨어져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화상통화로 서운함을 달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딸이 핀란드에 갈 때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또 견디며 살아 갈 수 있으리라. 자식들 대신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 주는 남편이 있으니, 둘이 살며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고 믿고 의지하며 건강하게 지내야겠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가 재산이라고 하니, 그 재산들도 잘 챙기며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9.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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