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범-연어의 강
2020.07.02 14:34
연어의 강
이창범
강은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품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강은 그가 품은 생명들이 꿈틀거림을 느꼈지만
온 몸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런 내색은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언제 어느 때 누가 먼저 깨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떠들지 않았다
그저 물소리만 요란하게 흘러 보냈다
사람들은 마냥 부풀고 있는 만삭의 강이
양수를 터트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래 웅덩이 마다 들썩거리는 것은 알지 못했다
얕은 물 속 조약돌 사이에서 어른대는 햇살 그림자가
새 생명인 것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물가에 서서 흐르는 물만 바라보다
물소리만 귀에 담고 떠나갔다
조춘早春의 햇살이 점점 따가워 지면서
강의 흐름도 빨라지고 있었다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 시 당선작)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65 | 이만구-박꽃 | 미주문협 | 2021.02.18 | 91 |
464 | 곽설리-수련은 | 미주문협 | 2021.02.01 | 52 |
463 | 눈-최경희 | 미주문협 | 2021.01.19 | 41 |
462 | 정국희-일상의 길목 | 미주문협 | 2021.01.04 | 68 |
461 | 손명세-거리두기 | 미주문협 | 2020.12.20 | 54 |
460 | 김동찬-나무 | 미주문협 | 2020.12.02 | 69 |
459 | 조춘-바위의 침묵 | 미주문협 | 2020.11.16 | 164 |
458 | 이성렬-종달새 | 미주문협 | 2020.11.02 | 86 |
457 | 송인자-싱싱한 언어를 찾아서 | 미주문협 | 2020.10.16 | 60 |
456 | 류미야-잠든배 | 미주문협 | 2020.10.02 | 66 |
455 | 웃음회식-류병숙 | 미주문협 | 2020.09.16 | 61 |
454 | 김호길-하루에 시 한편 | 미주문협 | 2020.09.04 | 72 |
453 | 성백군-숨막히는 거리 | 미주문협 | 2020.08.20 | 60 |
452 | 박영숙영-창안과 창밖 | 미주문협 | 2020.08.03 | 41 |
451 | 김원각-글 쓸 때가 더 기쁘다 | 미주문협 | 2020.07.15 | 84 |
» | 이창범-연어의 강 | 미주문협 | 2020.07.02 | 42 |
449 | 한혜영-큰소리 뻥뻥 | 미주문협 | 2020.06.16 | 61 |
448 | 홍순복-수제비 | 미주문협 | 2020.05.30 | 74 |
447 | 이신우-신전 | 미주문협 | 2020.05.01 | 73 |
446 | 김호길-사막시편 | 미주문협 | 2020.04.17 | 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