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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세금과 행복

2018.01.22 13:06

라만섭 조회 수:54

세금과 행복

 

세금(납세의무)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의무로 규정 되어있다. 세금은 무덤까지 따라 간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우리에게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보지 못한다.

 

오래전에(1970년대 후반?) 미연방 국세청건물을 폭파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테레비죤에서 보고 크게 놀란 일이 있었다. 영화는 세금부과에 불만을 품은 한 납세자가 연방정부에 분풀이를 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만 기억된다. 세금 내기를 즐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시민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탈세는 반국가 행위로 처벌의 대상이 되어온 것이다. 기원전 6천년 경에 인류최초로 세금이 부과된 흔적(Clay Tablet), 지금의 이라크지방에 남아 있다고 한다. 세금은 그 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시대를 거쳐 국가의 주된 재정 수입원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5세기에 들어서 로마 제국의 과도한 과세 정책은 체재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고대 중국에서도 기원전 6세기경에 개간지의 10%는 정부에 귀속케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세금으로 바치도록 하였다 한다. 한국의 조세제도 또한 토지제도와 밀접한 관련 아래 변천해 왔다고 알고 있다. 조정의 재원 확보를 위하여 토지대본의 정비가 필수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3국 시대를 거쳐 역대 조선 왕조의 재정의 원천은 토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의 조세 제도의 근간은 전정(田政,토지세), 군정(軍政, 병역을 면제받은 자(양반제외)에게 대신 부과하는 군역 세), 환곡(還穀, 봄에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에 환수할 때 부과하는 이자 세)등의 삼정(三政)에 있었다고 한다.

 

초기 식민지 시대의 미국 대륙에는 세금이 없었다고 한다. 적어도 개인 소득세 같은 직접세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 후 인구유입이 늘어나면서 본국정부의 부당한 세금부과에 불만을 품은 개척이민자들의 반발이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표 없이는 세금도 없다(No Representative, No Taxation)’는 기치아래, 영국의회에 식민지출신 대의원 의석 배정을 청원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독립전쟁을 택하게 됐던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적어도 미국 독립전쟁 발발의 근본원인이 과도한 조세부담에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하겠다.

 

미국 연방 국세청(IRS)의 존재는 막강하다.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나가다 보니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세법 특히 소득세법은 너무 비대해져서 복잡하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자주 바뀌어 웬만한 전문가도 헷갈리기 쉬운 것으로 유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소득세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한다. 복권 당첨금 같은 불로 소득도 소득인 이상 과세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서민의 꿈이 담긴 로토 당첨금에는 과세할 수 없다는 복권 비과세 원칙을 법률로 규정해 놓은 나라도 있다. 일본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복권 판매수입이 국가 재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주에서는, 복권이 국영 사업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정 정책이 온 국민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고 사행심을 자극한다는 비난이 있어 오지만, 돈의 위력 앞에는 실효가 없는 듯하다.

 

지구상에는 세금이 없는 나라도 있다. 인구 23십만 명의 중동의 소국 카타르에는 일체의 세금이 없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인 이 나라는 교육 의료비가 무료이며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 불에 이르는 부자나라 라고 한다. 그 밖에 지구상에는 조세 피난처(Tax Haven)로 불리우며 외지인에게 여러 가지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나라가 35개나 된다고 한다. 그들은 바하마나 버뮤다 처럼 주로 카리브해 연안에 위치해 있거나 또는 중남미 지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세금과 행복은 반비례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례이다. 즉 세금이 없거나 적게 낼수록 행복지수는 올라가고, 세금을 많이 낼수록 국민의 행복 도는 떨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세금 없는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북한에는 세금이 없다. 그들(지배층)은 북한사회를 지상 낙원이라고 선전한다. 한편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의 사회 복지국가 에는 정부의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하여 세금 부담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심하게는 소득에 따라서 60%에 가까운 누진 세율이 적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덴마크의 국민 행복 지수는 한결같이 세계 제1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세금이 없는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국민 행복은 고사하고 정의가 통째로 사라진 세계 최하위의 인권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사실에서, 행복과 세금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 과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와 평등 사상이 살아있는 정의롭고 안정된 사회가 보장 된다면, 비록 세금을 좀 더 낸다 하드라도, 납세자로서의 국민은 희망이 보이는 내일의 값있는 삶에 만족 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과 국가 사이의 딜(Deal)이 신뢰를 바탕으로 균형을 이룰 때 건전한 사회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행복 지수와 정비례하는 본바탕에는, 세금의 다과 보다, 평화를 사랑하는 소박한 시민 의식과 건전한 문화 수준이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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