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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선택의 고민

2018.08.26 05:03

라만섭 조회 수:19

선택의 고민

 

올바른 선택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중요한 결정 일수록 더하다. 엇비슷한 조건하에서 행여 잘못된 산택이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다. 나중에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하는 일이 때로는 공포로 다가와 그것을 미루고 기피하는 일까지 생긴다. 심지어는 나아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존하는 일까지 생긴다.

 

여러 문제 가운데서 하나의 정답을 택하는 선다형 시험에서는 객관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감성이 개입될 일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논의 과정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것은 단지 형식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직관)이 앞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학교, 결혼, 직업 등 중대사를 앞에 놓고, 젊은이들이 하게 되는 선택은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3자의 도움을 받는 정도를 넘어, 부모나 선생님 또는 외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자신감의 결여로 말미암아, 스스로의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결정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다. 결정을 하는 데에는 그에 상응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청년기는 장래의 삶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고민도 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개중에는 부모의 과잉보호에 안주하는 청년층도 있다. 자신의 앞날을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에 맡기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을 택하는 것이다. 누가 결정을 하든 모든 선택이 다 옳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주어진 조건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뿐 이다.

 

나와 먼 인척 관계에 있는 김원식(가명)이라는 청년이 있는데, 그는 내 아내를 큰 누나처럼 따르면서 가끔 왕래가 있던 터였다. 그의 부친은 해방 후 시골에서 상경하여 제재업소를 경영하며 큰돈을 벌어 서울의 종로와 청량리 로타리 일대의 토지를 소유한 땅 부자 이었다. 배우지 못한 자신의 한()을 자식을 통하여 이루고자하는 욕망으로 가득 찬 노인은 하나뿐인 아들을 의사로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다. XXX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김원식은 머리는 총명한 편이었으나 학업에 대한 열의가 없었고 자주 남산에 올라가 소일하기를 즐기곤 하였다. 거액의 기부금을 헌납하고 아들을 강제로 의대에 편입시키기로 작정한 노인은 어느 날 대학에 있던 나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본의 아니게 나는 이일에 중개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1960년대 초반 한국의 XXX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내 사촌형님을 통하여 의예과에 편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당시에는 재정난 타개책의 하나로 대학 당국이 거액기부자의 편입학을 공공연하게 수용하던 시절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들 김원식의 의사는 완전히 배제됐던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정보 홍수 속에 사는 요즈음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넘쳐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한편 거기서 파생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온다. 흥청거리는 많은 정보에는 거짓정보(Fake News)도 적지 않다. 떠도는 정보를 다 믿지 못하고 그 가운데서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게 됐다. 선택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가 된다. 어떤 이는 이 같은 현상을 ‘Data Smog'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무엇을 믿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결정 과정에서의 하자가 뒤늦게 발견되거나 당초의 여건에 변화가 일어나면, 선택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말미암아 만회할 기회도 없이 영원한 낙오자의 길을 가야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사회가 젊은이들에게서 재기의 기회를 빼앗는 일은 결코 묵인 할 수 없는 일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기는 결정 장애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은 국가의 몫이다.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을 그르치게 하는 사회구조는 과감히 개혁 되어야 한다. 실패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재도전할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한다. 젊은 시절의 선택의 고민은 개인의 인생 설계에는 물론, 사회적 성장에 기여하는 발효(醱酵)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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