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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좀비가 설 땅

2020.04.18 12:50

라만섭 조회 수:37

좀비가 설 땅

 

평소 테레비 연예프로를 잘 보지 않는 편인 내가, 얼마 전 AMC 채널에서 ‘The Walking Dead'라는 프로를 보게 된 이유는 그것이 말로만 듣던 좀비영화 시리즈의 하나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프로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터라 호기심이 발동했던 모양이다.

 

죽음에서 소생한 상태의 살아 움직이는 시체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좀비는, 먹이(살코기)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특징이 있다. 좀비에게 한번 물리면, 좀비 바이라스에 전염 되는데 그 전염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얼빠진 썩은 시체인 그들이 하는 일은 오직 먹는 것 뿐 이다. 그들 사이의 대화는 거의 없는 상태 이다. 오직 죽고 죽이는 사투가 있을 뿐이다. 나는 그만 더 이상의 흥미를 잃었을 뿐더러 중간의 광고가 너무 길어, 중도에서 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사전은 좀비(Zombie)마술에 의하여 되살아난 죽은 시체로 풀이한다. Webster's Dictionary에 의하면 좀비는, 비단 뱀을 숭배하는 서 아프리카나 헤이티(Haiti)또는 미구 남부 흑인들의 원시 종교 부두(Voodoo)에서 나온 것으로, 주술사(Boko)의 주술에 의하여 소생한 죽은 시체를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어떤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헤이티의 사탕수수밭에 노예로 끌려와 갖은 학대를 받아가며 인간 이하의 삶을 이어간 아프리카 노예들의 한이, 좀비의 사후세계로 재연된 것이라 한다.

 

고대 희랍 사회에도, 이 같은 상태의(undead) 시신이 주는 공포가 있었던 모양이다. 묘지에서 시체를 발굴하던 중, 돌과 같은 무거운 물체에 묶여있는 해골 여럿을 발견했다는데, 이는 시체가 소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것이다.

 

기독교 성서에, 인육을 먹는 좀비 같은 존재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시체가 소생(Reanimate)하거나 부활(Resurrect)하는 사례가 신구약을 통해 적지 않은데(: 구약의 에스겔(Ezekiel), 이사야(Isaiah)서 등), 이런 것 들이 혹시 어떻게라도 좀비현상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좀비 이야기들이, 혹 지구 종말(Apocalypse)시 나타나는 시체의 소생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흥미로운 것은 현대인들이 좀비 영화를 매우 즐겨 본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은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고, 대규모 재난에서 살아남는 적자생존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대규모 재난 대비를 위한 조언을 하는 것이 목적인 좀비 대비(Zombie Preparedness)’라는 웹 사이트가 크게 히트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좀비 현상은 요즈음 한국에서도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던 좀비가 한국에도 상륙하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 졌다고 들었다. 그 뿐 아니라 좀비는 요즘 정치권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될 정도라는 것이다.

 

해골의 모습으로, 파도처럼 덤벼드는 좀비에게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아서 걸어 다니는 시체인 좀비는, 강력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한번 좀비 바이라스에 감염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나중에는 누가 감염 됐는지를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좀비 바이라스를 막는 유일한 길은, 오직 철저한 격리 조치가 있을 뿐이다. 이 세상에 좀비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좀비가 머물 곳은 따로 있어야 한다. 이런 곳은 어떨는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뜨겁게 달아 오른 열사의 땅, 맹수와 온갖 세균이 우글거리는 졍글, 생사가 갈리는 옥타곤의 링 한 복판,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등등..........

 

 

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