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0
전체:
56,636

이달의 작가

남는 것은 신뢰 뿐이다

2020.04.18 12:54

라만섭 조회 수:38

남는 것은 신뢰 뿐 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대적인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 부부나 가까운 친구사이를 지탱해 주는 최후의 보루는 무엇일까. 여타의 내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새삼 신뢰(신임 또는 신용)’가 지닌 숨은 힘을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경제적 기준은 개인의 신용(Credit)에 있다. 신용이 좋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일상 생활면에서 여러 가지 제도적 혜택을 입는다. 즉 경제적인 신용도가 사생활면의 도덕성보다 우위에 놓이게 된다.  

미국의 삼대 신용기관에 소장된 개인에 대한 신용점수(Credit Score)는 각종 금융 거래를 포함한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신용 불량자에게는 심용 카드도 발급되지 않는다. 신용은 모든 융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신용은 현금 거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 대상은 융자를 필요로 하는 일반 소비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

 

 

신용은 곧 자본이다. 여기에 바로 신용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일컬어지는 소이가 있다. 모든 경제 활동에는 신용이 바탕을 이룬다. 상거래에 있어 신용은, 오늘의 현금 보다 더 중요한 내일의 자본이 된다. 무형의 자산인 셈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임(Confidence)이 일단 무너지면 다시 원상대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이에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뢰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세금보고는 납세자의 자진 신고에 의존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부과 과세가 아니다. 그 취지의 밑바닥에는 국민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내용을 여기에 인용한다. 치국(治國)의 근본 즉 백성을 다스리는 도()에 관한 제자 자공(子貢)의 질문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첫째 백성에게 식()의 부족함이 없이 하고(足食), 둘째 군비를 갖추어 국방을 튼튼히 하고(足兵), 셋째 백성의 신임을 얻어야 하느니라(民信)” “그런데 만일 부득이하여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립니까망설임 없이 공자는 백성은 우선 먹어야 하니 군비를 버릴 지니라(去兵)”고 답했다. “만일 둘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어느 것을 버리나이까하고 자공이 다시 물으매 백성은 이 없으면 서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을 버릴 것이다.(去食.民無信不立)"라고 공자는 답한다.

 

 

그렇다. 신뢰(Trust)만큼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위력을 지닌 덕목은 없다고 나는 믿는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번 무너진 신뢰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뢰라는 자산을 다시 축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절호의 기회는 큰 위기와 재난이 닥칠 때에 찾아온다.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어려운 것이 신뢰이다.

 

 

 

 

 

 

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