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2013.07.13 10:44

백남규 조회 수:455 추천:15

저울




곡식이나 물건의 무게를 재는 도구가 저울이다. 눈금이 있고 좌우에 접시가 있어 무게를 잴 물건을 올려서 중량을 가늠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물건이 아니더라도 무게를 재어야 하는 상황을 만난다.  




신라시대 경주 지방에 ‘효불효교’라는 전설이 있었다. 한 과부가 밤마다 개울을 건너 외간남자와 정을 통했는데, 이 일을 아들들이 알고 어미를 위해서 다리를 놓아주었다는 이야기이다. 그 다리 이름이 ‘일정교,칠성교,춘양교’에서 ‘효불효교’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조선시대의 유교윤리 때문이다. 엄격한 유교윤리의 잣대로 보면 분명히 어미의 행위가 부정한 것인데도 ‘불효교’라고 이름짓지 못한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어미의 행위를 판단하는 잣대가 틀리기 때문이었다. 유교라는 잣대로 보면 불효이지만 휴머니즘의 잣대로 보면 효도이기 때문이다. 유교가 지배적인 조선시대에도 유교윤리만으로 인간의 행위를 규정짓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 전설은 이야기해 주고 있다.




삼국시대초기의 고구려 설화로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이야기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까닭은 짧은 이야기 속에 인생의 여러 면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낙랑공주의 행위를 어떻게 판단해야할까? 애인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버리는 일은 흔하진 않지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나라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주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자명고’를 찟어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의 판단기준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랑’이고 다른 하나는 ‘충’이다. 사랑이라는 잣대로 보면 공주는 더 이상 숭고할 수 없다. 나라를 배반하는 일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원한다면 기꺼이 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정도이니 ‘순애’의 귀감이 될만하다. 반면 호동이는 이 기준으로 보면 천하의 비열한 남자가 된다. 애국을 하기 위하여 미남계를 쓴 천박한 영혼인것이다. 이렇게 한 이야기지만 가치평가는 달라진다.




최근에 신문을 보니 정찬열시인의 서정주시인에 대하여 쓴 짧은 글이 신문의 한면에 있기에 읽어보았다. 서정주시인은 친일행적이나 전대통령찬양등의 이력이 독자들에게 불편한 심정을 준다. 한 편의 시를 읽고 풀이한다는 것은 시인의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이나 기쁨,소망등을 들여다보고 이해한 다음의 일일것이다.  사람의 존재에는 세가지 층이 있다. 개인과 사회와 역사가 그것이다. 개인으로서의 자아는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망상이라는 것은 살다보면 금방 깨닫게 된다. 사회와 시대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 그 당시의 지배적인 관념에 복종하며, 다른 말로 하면 그 시대의 강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지 않고 사는  방법일 것이다, 자존심이 있는 인간으로서는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다. 서정주시인의 시는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노래한 시는 우수한 시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 맛깔나는 시어하며 토속적인 정서,울림이 있는 내용,운율,이미지 등등, 훌륭한 시를 생산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시라는 잣대로 서정주를 보면 괜찮은 시인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보면-사람은 왜 사는가? 사람이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궁색해질 수 밖에 없을 것같다. 자기 안일만 생각하는 기회주의적인 출세주의자라면 그의 삶이 본이 될 수 있겠지만 건전한 애국심을 가진 한국인의 본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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