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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에도 가을꽃이 핀다

차신재 2015.10.09 04:25 조회 수 : 297

라스베가스에도 가을꽃이 핀다

                                     차신재
 
가을 바람이 쓸고 가는 뒷뜰 한 켠에 
지난해에 심은 국화꽃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오랜 그리움 끝의 만남은 
기쁨이 울음으로 먼저 터지나보다
 
쌀쌀하고 무심하던 겨울 바람과
한여름, 그 지독한 열병을 앓으며
죽음의 경계를 넘고 와서일까
유난히 애잔하게 가슴에 흘러드는 향기
그리움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눈물겹다
 
떠나기 위하여 잠시 머물며 
겸손을 가르치는 계절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껴안는 것이
사랑임을 가르쳐주는 계절
외롭고 가난한 손을 잡아주라고 
내 등을 토닥이며 깊어간다
 
시간을 밟고 지나가는 태양 속에서
봄이면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고
한여름 뜨거움 속에서 석류가 익어가는 곳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발을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가을밤을 울어대고
겨울엔 가끔씩 눈발도 휘날리는 마법의 도시
 
흐르는 별을 바라보며
여기저기 낯선 거리를 떠돌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신비한 도시에
내 삶의 마지막 가을 여장을 풀었다
놀랍게도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베가스에도 지금 가을이 한창이다
 
                                                                      10-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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