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라고 막말하신 개나리

2016.07.25 11:30

김학천 조회 수:217

  영어 문법 to 부정사 용법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유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어나는 게’아니라‘일어나 보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예문. 헌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한국 교육부 고위 나으리께서‘99%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막말로 모든 국민이 어느 날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개돼지가 되어 버린 사건 말이다.

  여덟 마리의 동물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효성이 지극한 까마귀는 인간들의 불효를 규탄하고,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비난 받는 여우는 인간들이 오히려 밖의 세력을 빌려 제 동포를 핍박한다고 비난했다. 우물 안에만 있어 뭘 모른다고 조롱 받던 개구리는 세상물정을 알지 못하는 건 자기가 아니라 인간들이라고 규탄 했고 벌은 구밀복검(口蜜腹劍·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해칠 생각이 있다는 의미)이란 말도 안 되며 인간들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르게 표리부동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게는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내장도 없는 것이라고 비하하지만 되레 인간들의 창자는 마구 집어 삼켜 썩은 냄새가 난다고 풍자했다. 이어 파리는 인간이란 골육상쟁을 일삼는 소인들이라고 매도하고, 흔히 무섭다고 지목 받는 호랑이는 탐관오리가 더 험악하고 흉포하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원앙은 인간들의 문란한 부부 윤리를 규탄했다. 안국선이 쓴 풍자소설 금수회의록이다.
  사람들은 흔히 남을 비하하거나 욕을 할 때면 이처럼 동물들을 빗대어 말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동물들은 오히려 인간의 추악함과 가면에 치를 떤다. 특히 동물 중에도 개를 많이 등장시킨다. ‘개’살구가 그렇고 ‘개’판이 그러하며 ‘개’수작 등이 그렇다. 다행히도 개나리만은 예외지만 힘없는 민중들에겐 큰 힘이 된다. 귀하신‘나으리’관료들에게‘나리, 나리, 개나리’욕할 수 있으니까.

  돼지는 또 어떤가? 사실 돼지는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 제일 깨끗하고 신령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헌데도 돼지우리 같다고 빗대거나 우리가 잘 아는 이솝 우화대로 어리석다고 얕본다.
  돼지 12 마리가 소풍을 가다가 개울을 건너게 되자 혹시나 실족한 동료가 있을까 점검을 한다. 세어보니 11마리다. 다른 돼지가 나와 세어 봐도 마찬가지다. 모두 자신을 빼고 센 것을 모르는 우매함을 풍자한 거다.

  그러나 사실 개는 귀족이며 돼지는 신성한 동물이다. 개는 동물 중 유일하게 작위가 붙어 견공(犬公)이라 불리고, 돼지는 고사 상에 올라 앉아 우리의 절을 받질 않는가? 그리고 견공은 인간의 소중한 친구이자 위험을 지켜주는 파수꾼이며 돼지는 재물과 복의 상징이고 양식도 제공하는 고마운 동물이다.

  헌데 우스운 건 막말의 주인공 나리께선 자신도 99% 민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이라고 한 말이다. 그렇다면 본인도 개돼지란 소리 아닌가? 그런 주제에 모두 싸잡아 개돼지라고 하다니 마치 소풍가는 돼지처럼 본인을 빼 먹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폭로한 꼴이 됐다. 이를 어쩔꼬? 개돼지 (개)나리가 되셨으니.
  가람 이병기 시인은‘때론 사람이 개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문구를 서재에 걸어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인간들이 서로에게‘개새끼’라 욕하듯 개들은 저들사이에서‘사람새끼’라고 한다는 말이 그저 지어낸 말은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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