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침묵의 메아리를 끝내고>

 

  이 소설은 2009년 8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12회에 걸쳐 글마루 카페에 연재됐던 중편 “신의 숨소리”를 장편으로 개작한 것입니다. 당시, 독자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이 장편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년이 지난 지금, Workshop Table에 올라 있는 “신의 숨소리”에 들어가 보니 댓글들이 더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중편을 끝낸 후 계속 구상을 했지만, 장편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루기만 하다가, 어쨌든 한번 도전을 해보자는 심정에 쓰기 시작했는데, 시작을 하고 보니 술술 잘 풀렸습니다.  

  2010년 1월에 시작하여  6개월쯤 걸려 끝을 냈습니다. 200자 원고지 1200매 정도입니다. 물론, 그 후에 수없는 퇴고를 거듭했지요. 그리고 10월에 글마루 카페에 연재한다고 서곡을 울렸다가 갑작스런 개인사정으로 그만 불발탄을 쏜 셈이 돼버렸습니다. 그 후, 작품연재방이 새로 생기고 주위에서 언제 올라오나 하고 기다린다는 분도 있고 해서 망설이고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 2011년 1월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말을 해버려 그 책임감이 제일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애초에는 기간을 만 1년으로 잡아 12월에 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려고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독자들께서 분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30회로 변경을 했습니다. 제게는 Good Sign 이었습니다. 변경을 하고 보니 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쓸 때는 막힘없이 신나게 줄줄 쓰고, 또 수없는 퇴고를 거듭했으나, 막상 카페에 올리면서부터는 독자들의 시선 때문에 겁이 나고, 또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주 올리면서도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신경을 쓰며 노력을 했고, 댓글에 달린 독자들의 조언도 참조했습니다. 
  
   “침묵의 메아리”를 구성할 때, 먼저 도표부터 그려놓고, 거기에 연도를 적당한 간격으로 나열하고, 줄거리의 전환점과 큰 사건이 일어난 정확한 연도를 표시한 다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시대의 변천사항과 등장인물들의 나이도 맞아 떨어지게 계산을 해야 했습니다. 단편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으나 장편은 수학과 더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요즘은 단편이고 장편이고 간에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높은 현대소설들이 많이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쓴 소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때 수학문제를 풀다가도, 정확한 답을 빠른 시간에 알아내려면 그 풀어나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바 있는데, 소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줄거리의 순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엮어나가느냐 하는 과정에 따라 소설의 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얘기이기에 더 그랬습니다.
   중편의 댓글에 보면, 전회에 걸쳐 팽팽한 긴박감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그 끈을 놓칠 수가 없다고 모두들 큰 박수를 보내주셨는데, 이에 비해 장편에서는 긴박감이 덜한 건, 사실입니다. 제 능력 부족이기도 해, 다 감수<甘受>하고 있습니다. 사실, 1200매의 긴 장편을 매회 긴박감을 유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나’ 유해주와 강미경은 아주 다른 캐릭터로 등장을 하지만 인간 본연의 깊숙한 곳을 파고들면 동일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성격에 있어서, 남에게 보여지는 바깥 인격은 유해주이고, 포장되기 전의 속 인격은 강미경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비극은 끝나다”의 소설 속 강미경이 소설 바깥으로 튀어나가 변신을 하여 자아를 비판한 것입니다. 즉 애경의 언니인 강미경이 애경의 친구인 유해주가 되어, 애경의 죽음을 똑바로 들여다 본 것입니다.
  
   너무 착해, 바보 같아서 짜증스럽기까지 했던 주인공 유해주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강미경을 외면하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며 크리스틴까지도 부정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해주가 두 여인을 사랑으로 감싸며 책임지고 돌보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인간 본연의 자세인지도 모릅니다. “해피 엔딩으로 끝낼까?” 하고 물었더니 누가 그러더군요. “미쳤어?” 하고요. 그리 하라고 했더라도 저는 물론, 제가 이미 정해놓은 방향으로 갔을 것은 분명합니다만, 기분은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일부분, “눈을 감고 머리를 뒤로 기댄 채 한참을 더 앉아 상념에 잠겼다.”는 문장에는 어떤 여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여운의 실현성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해주가 실현을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혜주, 크리스틴에 의해 그 여운이 실현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해주가 미리 실현할 수도 있겠지요. 
 
   소설이 끝난 후에 몇몇 독자분이 이메일도 주시고 전화도 주셨습니다. 소설이 끝난 것 같지가 않아 아쉬우니 좀 더 계속해달라는 분도 계시고, 항상 일착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달샘님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마무리가 아주 좋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작품이 이미 끝났는데도 많은 여운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서너 분께서는 이렇게, 이렇게 줄거리를 고치면 어떠하겠냐고 조언을 주셨는데, solo 님의 댓글에 동의하시는 분도 있고 다른 의견을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저의 졸작<拙作>, “침묵의 메아리”를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2011년 8월 13일, 김영강 올림.
 
 
 
h_level_40.gifsolo 11.08.13. 22:36
장편소설을 수십편이나 쓰신 분도 있고 대하소설을 쓴 분도 있지만, 과연 소설가가 평생에 장편을 몇 편이나 쓸 수 있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크게 축하드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덮어두셨다가 전체적으로 손 보시는 일은 조금 쉬었다가 소설의 큰 틀 안에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군데를 즉흥적으로 고쳤다가 전체적인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읽히는 장편 스토리를 낳으셨으니 이제 옷을 갈아 입혀주기도 하고 머리를 빗겨주어보기도 하는 교정작업은 훨씬 쉽고 즐거운 일로 김영강 선생께 남아 있을 것 같아, 김 선생님과 함께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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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_level_25.gif김영강 11.08.15. 12:24
장편 한 편에 축하를 받으니 부끄러우면서도, 또 solo 님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정말이지 수십 편의 장편소설과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는 하늘이 내린 분들입니다. 저는 장편으로는 이 한 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 그치는 장편이니 앞으로 계속해서 손을 봐서 정말 좋은 소설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재미있게 읽히는 장편 스토리"를 낳았다고 하시니 격려가 되고 나중에 출판을 해도 되겠다는 용기도 생깁니다. solo님 말마따나 제게는 교정작업이 참 즐겁답니다. 고마워요 solo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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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level_25.gif금벼리 11.08.22. 10:36
김영강 선생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생각에는 단편이라 하더라도 소설이라는 게 참 어려울 거라 생각을 하는데
이렿게 장편을 끝내셨으니 정말 뿌듯하고 기쁘실거라 생각합니다.
힘드셨죠?
이제는 기뻐하실 일만 남았습니다.
열심히 쓰셨으니 많은 독자들도 함께 기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나올 그 날을 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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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_level_25.gif김영강 11.08.24. 12:58
금벼리님, 감사해요. 참 어려운 작업이긴 하나, 줄줄 잘 씌어지고 쓰는 게 신나고, 써놓고 교정작업하는 것도 또 즐거우니 팔짠가 봅니다. 계속해서 교정작업을 하면서 더 좋은 소설로 만든 다음에, 츨판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언젠가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금벼리님도 소설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수필 줄줄 계속해서 쓰시는 것 보니까 소설도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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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level_25.gif물방울 11.08.25. 02:51
언젠가 선생님을 달샘님 댁에서 뵈었을 때 소설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퇴고에 대해 실제로 아주 많이 생각하시고 또또또~고치신다는 얘기를 듣고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혼자 있게 되는 시간에 심각하게 저의 글쓰기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가 선생님께서 미주문학의 편집국장님으로 계실 때인가 봅니다.
그리고는 고치고, 다시 덮어 두었다가도 꺼내서 다시보고, 하는 살피는 일이 생겼습니다.
선생님 같이 많은 경험이 있으심에도 이렇게 한결같이 성실하신데, 저는 가벼움으로 글을 대하는 것에 많이 반성했습니다. 또한 한번 써 놓으신 소설을 다시 퇴고하고 살을 붙이고 고민하시고, 작은 생각들을 댓글에 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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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_level_25.gif김영강 11.08.28. 13:41
저 역시 물방울님을 회장님 댁에서 뵌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제가 퇴고에 관한 얘기를 했었군요.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나중에 팍팍 머리에 떠오르는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한참 덮어두었다가 꺼내보면 또 고칠 것이 나오고 그래요. 제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퇴고를 하면 할수록 글은 더 나아지겠지요? 소설을 쓰니까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한번 쓴 후에는 별로 고칠 것이 없는, 잘 쓰시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요. "침묵의 메아리"를 연재방에 올리면서 저자인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제가 너무 건너뛰어 독자들이 잡아내지 못한 부분들, 그리고 헷갈리는 부분들, 등등, 좀더 바깥으로 끄집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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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level_25.gif물방울 11.08.25. 03:00
그 마음을 살피시고 받아 들이시는 것은 물론, 고치시고 진심으로 고마워해 주시는 일.
저에게는 이 침묵의 메아리를 읽으면서 가장 도전 받았던 부분입니다. 
사실 이 지적을 달고 감사하게 받을 줄 알아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독자의 또 다른 생각들이니까요. 작가가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과 재미있는 글을 기다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글만 읽으며 재미에 빠져있었고요,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댓글로 표현하게 되면서 혹 선생님 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으나, 워낙 기뻐하시고 독자와의 공감을 귀히 여기시니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기쁨을 안겨주신 선생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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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_level_25.gif김영강 11.09.02. 03:41
복선도 좀더 선명하게 깔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요. 지적해주시는 댓글들도 거의 제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또 무릎을 치면서 고칠 수 있었던 것도 참 감사했어요. 이런 면을, 물방울님께서 깊이 들여다보신 것 같아서 저도 기쁩니다. 이심전심했어요. 물방울님께서 망설임 속에서 단 댓글들, 제게 기쁨과 도움을 주었답니다. 그리고 미흡한 제 소설을 기다리시고, 또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도리어 제가 기쁨을 한아름 안았습니다. 재국이가 나은 기쁨도 한아름 담뿍 안고 보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니 우리 자꾸자꾸 나누어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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