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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로패셔널 포토그래퍼 Teran Park 作)



로마제국 시대 유대아(유대) 총독이었던 빌라도(폰티우스 필라투스) 는 인류 철학사상 가장 난해한 질문을 던졌다.

“진리(眞理)란 무엇이냐?”

총독 법정에 선 예수가 “진리를 깨우친 자는 내 마음을 읽는다(베리타스 보스 리버리이트)”고 말하자 빌라도가 반문한 말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빌라도가 명석한 질문을 던졌으나 어리석게도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니체는 “일개 직업 군인이었던 빌라도가 예수에게 던진 명제(命題)를 2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누구도 풀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니체는 그러고는 “인간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질문과 의혹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연(深淵)속에서 꿈쩍 도 하지 않는 ‘진리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끊임없는 몸닦달 수행을 하고 있다 

진리의 진정한 뜻을 성취키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는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하누만(Hanuman).

인도에서 건너 온 사내다.

그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내는 대략 4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외형을 갖췄다.

간디처럼 삐쩍 마른 앙상한 몸매였다. 

초콜릿과 같은 연한 갈색 피부에 허리 또 한 구부정했다.

사내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일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은 장소에 왔다.

뉴욕 맨해튼(Manhattan) 휩쓰 애비 뉴(5th Avenue)와 42가(Street)코너에 위치한 브라이언 공원(Braynt Park) 지하철 역사(驛舍)앞이다. 

그는 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이곳에 나타났다.

지하철역 환기 통풍구가 그의 구도장(求道場)이었다.

진리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택한 장소라 했다. 

검은색 작업복인 허름한 옷차림과 누더기가 된 가죽 샌들, 때국물로 찌든 슈트케이스가 생(生)의 가지처럼 사내의 곁을 늘 지켰다.

인도 북부 뱅갈 출신인 하누만은 캘커타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뒤 졸업과 동시에 염색 공장에 취직했다.

하누만이 말했다.

“염색 공장은 차마 말로서는 형용하기 거북할 정도로 더럽고 지저분했다. 또 한 치명적인 위생 상태에 노출 돼있었다."

하누만이 덧붙였다. 

“그곳에는 인간이 아닌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천에다 염료를 물들이고 있었다.”

하누만이 이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그의 앞을 지나던 금발의 젊은 백인 여성이 손을 내밀어 무엇 인가를 건넸다.

금발이 하누만에게 건넨 것은 20달러 지폐였다.

하누만이 말했다. 

“늘 이곳을 지나치는 여자다. 간혹 지폐를 손에 쥐어 주곤 한다”

사내에게 지폐를 건네는 행인은 비단 금발의 백인 여성뿐 만이 아니었다.

출근 길에 이 곳 지하철 역사를 드나드는 뉴요커들이 그에게 호의(好意)를 베풀었다.

이들 뉴요커들은 이방인 출신의 하누만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받아 쥔 지폐를 아무렇게 나 작업복 상의 주머니에 쑤셔 넣은 하누만은 중단된 말고리를 이었다. 

“이들 인간 구더기들은 인도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불가 촉(Dalit)’천민들이다. 인도 인구 약 11억 명 가운데 25%가 델리 트(천민들)다. 이들은 대물림을 하며, 순순히 기구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참고로 덧붙이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 계급은 이렇다.

브라만<승려> / 크샤트리아<귀족> / 바이샤<평민> / 수드라<천민, 노예> 등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극도로 열악한 작업 환경을 몸으로 체험한 하누만의 송과선(松果腺: 눈과 눈 사이에 열린다는 제3의 눈: 인도인들이 붉은색으로 이마에 점을 그려 넣는 것)이 열리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하누만은 인도에서 비교적 신분이 좋은 크샤트리아 자손이었다.

그러나 염색 공장에서 직접 체험한 일상은 그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누만은 이때 받은 충격으로 한동안 방황하다 끝내는 구도(求道)의 길로 들어섰다. 

하누만이 회고했다.

“인도 곳곳을 떠 돌며 유명한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따랐다.”

선각(先覺)들이 하누만에게 진리의 길을 안내한 것은 그가 다방면으로 매우 총명했기 때문이었다.

전격적인 구도에 든 하누만은 유교의 본산지인 중국으로 건너가 그 곳 쓰촨에서 3년을

벽면수행(壁面修行)을 하며 용맹정진 했다.

하누만이 말했다.

“지식을 키우면 키울 수록 더욱 모르는 거 였다. 토굴 안에서 생식을 섭취하며 3년 동안 도가(道家)와 유가(儒家)그리고 퇴계의 ‘사단칠정논변(四端七情論辨) 등을 공부했다. 허나, 머리 속은 온통 혼란 뿐이었다. 도대체 이들이 말하고 있는 진리 란 과연 어느 행간에 숨어있는 것인가?”

하누만은 자신의 머리속이 안개로 가득찬 것처럼 모든 것이 오리무중(五里霧中)였다”고 술회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혼란과 의구심만 증폭됐다.

하누만은 결국 쓰촨 벽면수행을 포기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 극도로 허약해 진 몸을 추스린 뒤 미국행을 결심했다.

하누만이 회고했다.

“오쇼 라즈니쉬 재단의 추천을 받아 코네티컷에 있는 예일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전공인 인문학을 비롯 철학과 부전공인 수학을 공부했다. “이 곳에서 나는 거듭났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뛰어난 각자(覺者)들을 이 시기에 만난 것이었다. 환불(還佛)인 달라이 라마와의 교분을 쌓은 것도 이 때였다.”

하누만은 늘 지하철 역사(驛舍) 통풍구 위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역사 건너편 교차로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의 이같은 모습을 지켜 본 나는 그가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텅 비어 사무사(思無邪)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예일을 떠나 다시 수행에 나섰다. 양산 통도사와 선운사에서 각각 6개월씩 동안 거(冬安居)와 하안 거(夏安居) 벽면수행을 했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승려인 현각을 통도사에서 만난 것도 이 때였다. 대 선사(禪師)숭산이 그를(현각) 불법(佛法)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국 출신의 젊은 구도자였는데 법명이 말해주 듯 매우 영민했다.”

내가 말했다..

출가를 하지 않고도 벽면수행이 가능한가

하누만이 대답했다.

“물론 법문 규칙에 따라야 하나, 한국 불교는 나의 의지를 받아주었다.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자각(自覺)수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한국 불교의 열린 행정을 그대로 들어낸 멋 진 사고였던 것이다.”

내가 말했다

1년 여 동안의 한국 체류 소감은

하누만이 말했다.

“나는 아직도 한국을 잊지 못한다. 특히 한국의 시골은 한 폭의 수채화다. 마치 엄마의 아늑한 품과 도 같은 풍광 말이다. 그리고 또 한 한없이 자애로운 형제 자매들과 친절이 넘치는 이웃들……정말 잊을 수가 없다. 인도인들은 한국인들처럼 따듯하고 부드러움이 없다. 코리안이 오늘 날 세계 최대의 IT 강국으로 부상한 이유는 다름아닌 부드러움과 섬세한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누만은 이 시기에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구도에 들었다.

나는 무엇인가?’ / 인간인가? 벌레인가? / ’사랑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 심장에서 인가, 아니면,  발가락에서 인가……

하누만은 달라이 라마의 정신적 고향인 네팔과 자신의 고향인 인도는 물론 그리스와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를 떠 돌며 자기구원을 수행했다.

지구촌을 떠도는 경비는 재력이 든든한 부모들이 지원했다.

4남매 중 둘째인 자신에게 부모들은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뒷바라지를 한 것이다.

아들이 예삿 인물이 아님을 부모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뛰어난 각자(覺者)들을 만나 지혜의 자양분을 맘껏 섭취했다.

의문이 나는 구절은 밤을 세워가며 격론을 폈다.

구도정진에 상당한 시간을 흘려 보냈다.

흘러간 그 시간 자리에 서서히 연 꽃 봉우리가 맺어지고 있었다.

하누만은 연 꽃이 만개하는 그 날 인도 고향집으로 돌아가 불가 촉 인들과 함께 살 것이라는 각오를 이미 오래 전부터 가슴 속에 새겨 둔 터였다.

하누만은 네덜란드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의 고승(高僧) 탁닉한과 조우(遭遇)한 뒤 그의 선견을 받아들였다.

하누만이 말했다.

“탁닉한은 철저한 비폭력 주의자다. 또 한 박애(博愛)주의자이기도 하며, 완벽한 무소유 주의자다. 그의 가슴은 천진한 어린이 와도 같다. ‘서로 다투지 말며, 무조건 양보하라, 살생을 피하라, 분열과 증오를 불러 일으키는 혀(舌)를 조심하라.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지 말라고 설파했다.”   

탁닉한의 지적은, 일반 범부(凡夫)들이 손사례를 치며 등을 돌릴 내용들이다.”

하누만이 말했다.

“그같은 편협함이 이웃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아직도 사람들은 살아야 할 가치를 느끼기에 역겹지만 구더기들과 섞여 살고 있다. 이들을 탓하지 말라. 문제는 당신들에게 있는 것이지 결코 저들에게는 없다는 사실이다.”

하누만은, 탁닉한 등 현자(賢者)들과 교류하며 이들에게서 얻어낸 지혜의 자양분을 가슴 속에 가꾸고 있는 인식의 밭에다 뿌렸다.

하누만의 가슴 속 텃밭에는 ‘사랑과 평화’의 꽃들이 봉우리를 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 곳(지하철 역사)에서 마지막 깨달음을 자아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1년 8개월째다.

내가 말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누만이 대답했다.

“ 사랑은 자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자기구원 행위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장님이 된다고 말한다. 상대에 대한 믿음 때문인데, 피아 구분이 안되는 이유는 지나치게 상대에게 의존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랑을 배신 당한 이들이 대부분 적개심으로 돌변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하는 징검다리에서 아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이란 자신을 구원하는 행위다. 스스로가 구원받지 못한 이는 사랑의 외 나무 다리에서 실족 할 뿐이다. 사랑은 자기구원이다.”

내가 덧붙였다.

사랑은 상대적인 것 아닌가

하누만이 말했다.

“사랑은 상대에게 오직 한 가지만을 준다. 그대가 없다는 것을, 그대의 자아(自我)란 단지 상상일 뿐이라는 것을, 두 사람 사이의 이러한 깨달음은 갑자기 그대들을 하나로 만든다. 왜냐하면 두 개의 무(無)는 둘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말했다.

하누만, 그대도 알다시피 한국인들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다. 유교 원조 국가라 할 수 있는 도덕성 강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낯부끄러운 현상이다. 무슨 이유에서 인가

하누만이 대답했다.

“이혼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야 한다. 물론 함께 살을 섞는다는 것이 끔찍한 지경에 다다른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결혼은 두 사람의 가슴이 하나라는 징표다. 애정의 발로다. 헌데 불과 서너 달도 채 못돼서 이혼하자는 것이다. 이는 맹목적인 사랑이 낳은 결과다.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연예 기간을 통해 또는 결혼 전에 상대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사립탐정을 동원해도 무방하다. 왜냐면 평생토록 함께 동행을 할 반려자이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하누만이 말했다.

“이혼을 피하려면 우선 자신을 죽여야 한다. 즉, 모든 것은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병행해서 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상대와의 유익한 대화라 든가 영화구경이라든가 짧은 여행길에서의 외박이라 든가 자신의 외모에 변화를 주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특히 권태기에서 이혼이 증가하는데, 이럴 때 일수록 자기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밭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어찌 좋은 수확을 바랄까? 이혼을 피하는 방법은 눈물겨운 자아 셀프가 따를 때 비로소 가능하다.’그래 너 잘랐다!’고 고함만 치면 가슴 속에 멍 만 잔뜩 낄 뿐이다. 비록 립 서비스라 할지라도 ‘당신 요새 굉장히 섹시한데?’라고 말해보라. 삭막 했던 가슴 속에 옥시토신이 마구 솟구칠 것이다. 무조건 상대를 칭찬하고 배려하고 애무하라. 무대뽀 애무 말고 엘비스 프레스리 같은 부드러운 텐더(터치)로.”

내가 말했다.

자신을 비워낼 수 있을 정도로 자아성찰의 능력이 있다면 결코 이혼 따위는 하지 않을 것 아닌가

하누만이 대답했다.

“질투심이 비어 있는 사람은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어리석음이 비어 있는 사람은 지성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각각의 텅 비어 있음은 그것만의 충만함을 지니고 있다. 만약 상대에게서 마음이 멀어져 가고 있음을 자각할 때 조용히 자신을 되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즐거웠던 일만을 상기하는 것이다. ‘과연 내가 마누라를 제대로 대접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편은 나를 위해 수많은 인고(忍苦)를 감내 했을 것 아닌가?’하는 희념(希念)말이다.” 

하누만은 한국인들의 이혼율이 높은 것에 대해 “급한 DNA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실제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도 바로 이같은 격동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거리 구도에 나 선 인도인 하누만(Hanuman)은 삭풍한설(朔風寒雪)이 휘몰아치는 1월 중순께 뉴욕을 떠났다.

브라이언 공원 지하철 역사 입구 환풍구에 비가오나 눈이 오나 개의치 않고 구부정한 자세로 장승처럼 버티고 섰던 그의 모습은 더 이상 그 곳에 없었다.

‘혹시 오늘은 있지 않을까?’ 하고 잦은 발걸음을 했지만 그는 그곳을 떠났다.

다만 그가 머물던 장소에는 지하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증기만 솟아 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는 뜨겁게 솟구치는 증기처럼 해탈의 기쁨을 안고 고향인 인도로 귀향 했을 것이다.

모르기는 해도 지금쯤 은 천민 계급인 불가촉인들 속에 휩싸여 인간들이 악다구니를 쓰는 생사 여탈(生死與奪)이 부질없음을 피력하리.

나는 내 마음속에 각인된 하누만을 향해 말했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시기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누만이 대답했다. 

“망무가망(忘無可忘)! 완전히 잊는 것이다. 잊을 필요가 없는 것 조차 잊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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