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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작업'이란 말을 난생 처음 들었다.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는 '남이종응'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카스 친구로부터였다.
처음엔, 적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말도 있고 해서 '적과의 싸움'인 줄 알고 병충해 박멸하는 날인 줄 알았다. 
'적과의 동침',  '적과의 전쟁'.
이런 말에 내 귀가 익숙해 있다 보니, 내 전두엽에서도 농부의 적은 병충해란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나 보다. 
알고 보니, '적과 작업'이란 한 곳에 같이 붙어 있는 사과 중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잘라내는 일이란다. 
아마도, 튼실한 열매를 얻기 위한 전초 작업이렸다?
싹수가 노란 놈은 잘라내고, 싹수가 푸른 놈은 남겨두는 거겠지. 
가슴이 뜨끔하다. 
내 포도밭지기 농부 눈에는 내가 솎아내 버릴 놈일까, 남겨둬야할 놈일까?
'적과 작업'은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웬지, 요즘 한국 정치판에 유행처럼 회자하고 있는 '적폐 청산'이 떠오른다.
싹수 노란 놈이, 썩은 놈과 동일시 되어 그런가?
조만간에 적과처럼 잘려나갈 놈으로 생각 된다. 
빛나는 농부의 눈으로 잘 선별하여, '아깝다!' 생각 말고 능수능란하게 '적과 작업'을 잘 치루어 냈으면 한다. 
한 알의 튼실한 열매를 얻기 위하여. 
하지만, 농부 스스로도 무지하여 튼실한 놈을 잘라내 버리는 우를 범하진 않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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