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머티브 액션과 역차별

2017.08.17 07:30

성민희 조회 수:41

[미주통신]어퍼머티브 액션과 역차별



“아파트 소유주 괴롭히는 세입자 등약자 우대법이 만든 억울한 피해강화되는 ‘바이아웃법’이 걱정된다 ”

2017.08.17

성민희 / 재미수필가

성민희
재미수필가

 

벌써 10여 년 전이었나 보다. 어느 늦은 밤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어쩌면 좋아. 불쌍한 할아버지가 노숙자가 될 것 같아. 얼마나 심각하게 울고 있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코를 팽팽 푸는 소리도 들렸다. 법학대학원생으로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법률봉사기관의 일이 딸을 슬프게 했다.


 딸은 몇 달째 아파트 렌트비를 내지 못해 퇴거명령을 받은 독거노인 케이스를 맡게 되었다고 했다. 퇴거소송을 지연시키려고 ‘바이아웃’법을 들먹이며 애를 썼지만 잘되지 않는 모양이었다.그 소송에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을 이미 놓친 상태로 찾아왔기에 법적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고 했다. 딸은 그것이 마치 자기 잘못인 양 울었다.
“엄마, 길거리에 노숙자들이 다니는 것 봤지? 이제 그 할아버지도 그렇게 된단 말이야. 잉잉.”


 10여 년이 지난 오늘, 딸은 아빠 소유의 아파트 세입자를 쫓아내기 위한 재판을 하러 법정으로 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세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인을 위해서다. 화장실에 물이 샌다, 창틀이 부서져서 바람이 세게 들어온다, 바퀴벌레가 나왔다 등등,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세입자가 몇 달째 렌트비도 내지 않고 있다는 하소연에 나선 셈이다. 밀린 월세를 공제해주고 이사 비용까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들은 도무지 나가 줄 기색이 없어서 퇴거명령을 내리고 법정 소송까지 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시간과 에너지의 손실 또한 막대하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된 법이 평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할 시민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꼴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A 시정부는 일정 금액을 제공하면 언제든지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 있는 법, 즉 이주비용으로 7천900~1만9천700달러를 지급하고 60~120일까지의 이주 준비 기간을 주는 현재의 ‘바이아웃’법을 더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연간 3~5%만 인상해야 하는 ‘렌트 컨트롤’에 해당하는 아파트를 가진 소유주가 이 법을 이용하여 현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새 세입자에게는 비싼 렌트비를 부과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에릭 가세티 시장은 또한 세입자를 퇴거시킬 때는 반드시 양자 간의 구체적인 합의서를 주택국에 제출해야 하며, 세입자에게 ‘바이아웃’법 합의서를 취소할 수 있는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조례안에 서명했다. 내년부터 발효되는 이 조례안은 이민자나 노인 등 약자에게는 고맙지만 소유주에게는 피해를 주는 법이기도 하다. 경제학자와 위정자는 약자 보호 쪽으로 이론을 펼치고 법률을 제정한다. 약자를 위한 경제가 좋은 경제이며 약자를 위한 복지를 늘리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 때문에 역차별받는 계층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민의 나라 미국은 사회적이나 문화적으로 불리한 소수민족에 대한 법적 장치인 소수집단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있다. 이것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인디언 등 소수인종에게 일정한 쿼터가 주어져 대학입학이나 공무원 채용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게 해준다. 그렇지만 인종별로 쿼터가 나누어져 있으므로 아시안은 소수계 인종임에도 이 정책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 일본, 한국계 학생은 높은 교육열과 성적으로 좋은 대학 지원율이 높아 인구는 많으나 지원율이 낮은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에 비해 불리하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하밋 딜런이 “성적으로만 입학생을 뽑는다면 아시아계 학생이 UC 버클리 학생의 9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할 만큼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근래에 들려온, 하버드대학이 입시전형에서 아시안에게 차별을 주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지난 6년간의 입학생 데이터를 제출하라고 법무부가 지시했다는 소식은 아시안의 반발이 얼마나 거세며 제기한 소송 또한 충분한 이유가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차별은 인종은 물론 남자와 여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도 존재하며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므로 2014년 미국의 대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주정부가 자체적으로 폐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해 주었다.아파트 소유주를 괴롭히는 세입자처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진 딸의 역할처럼 역차별이 발생하는 상황도 앞으로 많이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소수 민족은 법으로 우대를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우대를 받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 많아질 것도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내년부터 더욱 강력해지는 ‘바이아웃’법 때문에 얼마나 많은 논란이 불거질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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