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카멜 마을에서

2017.10.28 09:31

조형숙 조회 수:56

<Carmel-by-the-Sea>

   보편적으로 도시의 거리는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카멜은 좀 다르다. 중심가인  Ocean 거리는 단층 건물들이 해면을 향해 주욱 연결되어 있다. 작은 도시안에 천 개의 가게가 있다지만 다 볼 수 없고 중심 거리만 둘러보았다. 건물 사이 사이에 작은 길이 나 있어  따라 들어가면 그 안에 아름다운 레스토랑이나 갤러리가 들어 앉아 있다. 들어가는 작은 골목 양쪽 벽에는 나무등걸을 연결해 놓고 그 틈 사이에 작고 예쁜 생화들을 장식해 놓았다. 길 안쪽에 신비한 것들이 있으리라는 예감을 갖게 한다. 처음 카멜을 들어 갔을 때에는 그냥 조용하고 평범한 도시 같이  느꼈으나 골목골목 살피니 하나 하나 세심한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져 있다. 차 들도 조용히 다니고 가게들은 고유의 장식으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거리에는 큰 간판이 없다.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도, 어디라는 표지판도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거리 모퉁이에 가늘고 긴 직육면체의 가로등이 서 있고 거기에 세로로 길 이름이 써 붙여 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알파벳으로 되어 있고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돌려 읽어야 편했다. 간판은 사이즈가 크지 않고 일정하게 만들어져 벽에 조용히 장식 되어있다. 색깔도 유난하지 않고 파스텔 톤으로 되어 있어 고상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간판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Carmel은 San Francisco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우는 예술가들의 마을이다. 한 때 배우 크린티스트 우드가 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다. 마을은 바다와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있어 차가 없이도 산책과 바다 내음을 즐길 수 있다. 길도 건물도 아름다운 경관과 개성이 있다. 그래서  로맨틱 도시 세계 2위가 되었나보다.

    Porta Bella에서 먹은 Big Salmon은 맛도 모양도 좋았고 특히 Mushroom  Soup의 향은 그윽했다. 옆 계단을 통해 올라간 White Rabbit는 깔끔하고 정리가 잘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집이었다. 사방벽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가 재깍 거리며 세월을 되돌리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 흘러간 세월이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련만 현실은 가능하지 못함을 우리는 안다. 그래도 잠시 먼 어린 시절 동화의 나라로 들어가 앨리스와 친구가 되어 보았다.

  수 많은 갤러리 가운데 Thomas Kinkade의 <비오는 거리 풍경>은 나도 함께 그 안개비 속을 걷게 했다. 화가는  5년 전에 작고 했고 지금은 자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아주 작고 예쁜 장소였다.
Classic Art Gallery에는 한국인의 그림이 있었는데 화가의 이름이 최순주였다. 여자 화가인줄 알았는데 남자였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화가는 한국 서울에 살고 있고 작품은 만들어 보내고 있다 한다. 사이즈도 꽤 크고 그림의 값도 높았다. 그 중 하나는 보통 바닷가 갤러리에서 볼 수있는 그림이다. 바다가 보이는 스페인식의 아파트와 그 창틀에 어우러져 있는 제라늄 화분의 그림인데 붉고 강렬한 꽃 색깔이 너무 선명해서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수 없게 했다. 이 작고 아름다운 도시 한 갤러리에서 한국인의 그림을 보다니 자부심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카멜을 떠날 때 쯤 석양은 하늘을 붉게 물들여 가득 덮었고 하얀 저녁 달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부끄러운 듯 얼굴 붉히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5매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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