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의 칠보시와 롯데 운명

2017.11.08 21:46

김학천 조회 수:24

  고대 스파르타 왕비 레다는 고니로 변신한 제우스에 속아 두 개의 알을 낳았다. 한 알에서는 형 카스토르가 태어났고 또 다른 알에서는 동생 풀룩스가 나왔다. 형은 무기와 말타기 등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왕비 쪽을 닮아 평범한 인간인 반면 동생은 제우스의 피를 따라 신(神)의 힘을 가졌다. 
  어느 날 두 용사는 전장에 나가게 되었는데 적진에서 궁지에 몰려 동생은 화살에 맞고도 죽지 않았지만 형은 목숨을 잃게 되었다. 
  형의 죽음에 슬픔을 이기지 못한 동생은 따라 죽고 싶었지만 불사의 몸으로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운명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동생은 제우스에게 죽게 해 달라고 간청하자 이에 감동한 제우스는 이들 형제를 영원한 생명과 함께 쌍둥이 별자리로 만들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이를 본받아 형제의 우애를 영원히 기리게 되었는데 특히 뱃사람들은 순탄한 항해를 위해 이 별자리를 배의 수호신으로 삼고 좋은 바람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러한 감동적인 이야기만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런가. 그보다는 형제간에 또 다른 생사여탈의 참혹한 다툼이 더 많다. 해서 나온 말이 골육상쟁인데 이 또한 비정과 감동이라는 이란성 쌍둥이에서 기인했다.
  삼국지의 조조는 천하의 간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소설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실상 그는 빼어난 정치와 탁월한 행정 못지않은 문학가였다. 해서 그랬는지 전장에서 많은 공을 쌓은 장남 조비보다는 뛰어난 문재(文才)였던 조식을 더 많이 총애했다. 자연 조비는 후계자 자리에서 조식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조의 뒤를 이어 위나라 왕이 된 조비는 조식에게 칼끝을 겨눈다. 그러나 죽이기에 마음 아픈 그는 동생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 문무백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곱 발자국을 걸어가는 동안 형제에 대한 시를 완성하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 단 형제라는 단어는 쓰지 말라는 것.
  조식은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를 짓는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콩은 솥 안에서 울고 있구나/ 본래는 한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어찌 그토록 다급하게 달이는고!' 이에 감동한 조비는 눈물을 보이고 동생을 살려준다. 이 연유로 이 시의 첫머리에서 딴 '자두연기(煮豆燃?)'는 골육상쟁과 함께 형제끼리 서로 다투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이게 되었다.
  지난 해 시작된 롯데그룹의 참담함이 말이 아니다. 오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불쏘시개가 되어 급기야는 일가족 모두가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서는 처지로까지 전락했다.
  문학광이었던 재벌 총수 아버지는 젊은 시절 괴테의 '젊은 베르테의 슬픔'에 깊은 감명을 받고 아예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을 회사명에 붙였다. 그리고 샤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과 정열 속에 자신의 생명도 불사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주체할 수 없는 그 외길 사랑으로 결국 생을 마감해야 했던 베르테르의 파멸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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