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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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분골*을 미시간에/수필

2017.12.23 22:39

이효섭 조회 수:46


분골*을 미시간에

 

감사절 다음 날 아침 휴일의 여세를 몰고 도시는 조용하였다. 평균 온도를 넘는 따듯한 구름 한 점 없는 날 딸은 작정하였다. 오늘 효섭씨가 시간이 되지 않으면 엄마와 함께 자주 산보 갔던 몬트로스 Beach로 가리라고…… 아침 잠깐 일을 보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시각에 전화가 울렸다. 분명 효섭씨 전화라고 예측 했었다고 말했다.

반올림하면 백세인 엄마를 두 달 전에 보내면서 화장을 하였다. 본인께서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시기를 원하셔서 뜻을 받든다고 하였다. 딸은 엄마가 음식도 먹지 않고 수면 중에 있는 마지막 며칠 동안 내게 몇 번 전화를 하시며 준비를 했다. 임종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가서 잠시 예기하는 동안 엄마보다 먼저 간 남동생이 있었는데 이름이 나와 같다고 말했다. 효섭. 나는 동생을 부르듯이 편히 부르라고 말했다. 사실 이 분은 나의 큰 누님보다 나이가 더 많다. 잠시 장례일정을 의논할 때 가족은 본인들과 아들 하나이어서 극히 작은 장례가 되리라고 하였으나 많은 지인들의 조문으로 준비한 방이 작게 되었다.

상담을 할 때 화장 후에 분골을 어떻게 처리 할 수 있는지 방법도 알려드렸다. 딸은 엄마의 분골을 받으면 며칠 동안 집에 모시고 생활하다가 미시간 호수에 뿌리고 싶다고 했다. 외 손녀가 멀리 살기에 할머니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였는데 집에 모시고 있는 동안 외손녀도 집에 다녀가며 할머니와 함께 며칠 있도록 하고 싶다는 희망을 했었다.

딸과 남편은 칠십을 넘긴 노인들이라 운전하기가 힘들어 가깝고 아는 길이 아니면 운전을 꺼려하신다. 그래서 나보고 인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효섭씨가 함께 가면 힘이 되겠다며…… 그리하여 감사절 다음 날로 정하였다.

내게 의지하는 분들을 어디로 모시고 가야 하나?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조금 멀지만 한적하리라 생각되는 미시간 호숫가 주립공원을 생각했다. 하지만 당일 아침 조금 가깝고 조용한 곳은 없을까? 하고 구글 지도를 조사하는 중 Sun Rise Beach 라는 조그마한 동내 공원이 나타났다. 공원 이름도 아름답다. 해돋이 호수 공원. 이 공원을 마음에 두고 따님에게 전화를 걸렀다. 어느 중간 지점에서 만나 한 차로 가자고 의견을 나누었다. 물론 내가 모셔야 할 형편이지만.

간단한 인사 후 딸은 앞자리에 앉은 후 분골 함 가방을 두 무릎 위에 올리고 두 손으로 포옹을 하듯 가득히 안았다. 딸은 엄마에게 얼굴을 맛 대고 얘기하듯 심중의 마음을 조용 조용히 쏟기 시작했다. “엄마 오늘 날씨가 따뜻하고 밝아서 좋아요. 효섭이도 이렇게 와서 도와 주네요. 이제 마음 편히 가세요. 여기 있는 자손들 잘 살게 복 밀어 주세요. 우리 머잖아 또 만날 거에요.”

딸은 지난 몇 달 동안 엄마와 사별하는 과정을 지나오면서 오늘에야 진정 마지막으로 보내드려야 하는 듯 혼자서 계속 독백을 이으셨다. 고속도로를 나와 지역도로로 진입하니 뒷자리에 앉은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여기가 Wisconsin 갈 때 지나던 길 아니에요? 그래 우리가 이 길로 다녔지.” 두 분이 낯 익은 길을 보고 마음에 위로가 되는 듯 보였다.  젊은 시절 재미있게 놀러 다닌 길을 이제 추억의 길로 바라만 보는 두 분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주택가에 차를 세우고 호숫가 모래사장과 조그마한 바위 둑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남편 이 아내에게 가방을 내가 들까? 제안하여도 아니요 내가 어머니 모시고 갈래요.” 한다. 한 두 마을 주민이 반려견을 데리고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Good Morning! It’s so beautiful day. Yes it is. Have a good day” 참으로 축복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날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호수 변. 옥색의 미시간 호수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나의 가슴이호수와 연결되듯 확 트인다~ 이 동내에 사는 사람들은 복되다 싶었다. 멀리서 봐도 까맣게 물때 뭍은 작은 바위 둑이 있다. 나는 발걸음을 조금씩 천천히 하여 두 분 뒤로 남았다. 이제는 내가 앞장서거나 함께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두 분은 호수 물을 갈라놓은 둑에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딸은 엄마의 뼈 가루를 한 주먹씩 한 주먹씩 호수에 뿌렸다엄마를 한 줌씩 미지의 세계로 보내며 수 많은 말을 하였을 텐데……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비록 작은 Beach이지만 긴 긴 세월 동안 호수의 파도에 마모된 조약돌들이 호수Beach에 깔려있었다. 나는 손마디만한 예쁘고 반들반들한 돌 3개를 주웠다. 이날이 기억되리라.

해어지기 전 딸이 내 얼굴을 마주보며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효섭이! 라고 한번 불러봐도 될까요?

, 편하게 부르십시오.”

효섭아 고맙다

2017-12-01

 

* 분골: 가루로 만든 유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