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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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지금 바로 이 순간

2017.12.27 20:05

라만섭 조회 수:3

지금 바로 이 순간

 

하루해가 저문다. 밥 세끼 대강 챙겨 먹고 화장실 몇 번 다녀오고 서성거리다 보면 이내 저녁이 된다. 이렇게 하여 하루, 1주일, 한 달, 1년이 쏜살 같이 지나간다. 이러다가는 신변잡사의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하직하게 생겼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죠지.버나드.쇼가 1950년에 죽기 전 자신의 묘비에 새겨 놓았다는 비문(Hicjacet)--‘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 생각나서 쓴 웃음을 짓는다. 그의 익살이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는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그 속도는 엄청 나게 빠르다고 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위도에 따라서 계산이 다르게 나오겠지만 북위 37도를 기준 할 때, 고속 열차의 약 4배인 초속 350m, 시속 1,260km나 된다고 한다. 한편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속도는 총알의 8배나 되는 초속 약30km, 시속 106,560km에 이른다고 하니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 이다. 이 같은 속도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365일이 걸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지럼증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 인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한번 지나간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강물이 어제의 강물이 아니듯, 내일의 강물은 오늘의 강물이 아니다. 한번 지나간 순간도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바로 지금 여기에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정신없도록 빨리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될 수 있는대로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즐기도록 하고자 한다. 먹을 때는 먹는 일에만, 걸을 때는 걷는 일에만 전념 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아 부으련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숨을 쉰다. 호흡을 통하여 살아 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숨을 조절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깊은 명상의 세계를 경험 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니르바나의 경지에 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무한한 우주 안에서의 유한한 짧은 시간 이지만,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은 엄숙한 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면서, 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얼마 전 중앙일보 칼럼에서 읽은 영어의 Nowhere에 관한 내용이 생각난다. 원래 NoWhere의 합성어 이지만, 어떻게 보면 NowHere가 합쳐진 것 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바로 지금 여기라고 풀이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삶을 보는 각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여기에서 긍정적으로 살도록 해야겠다.

그러지 않아도 복잡한 부조리에 얽혀 살면서 추상적인 것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한다면 이는 의미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우주 안에서의 우리의 삶은 추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끝없이 넓은 우주의 조그만 행성에서 이 순간 숨 쉬고 있는 것도 현실 운명의 작용으로 인식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모성과 같은 자연을 의인화(擬人化 Personification)하는 일 없이 그 속에서 지금 이 순간 전개 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수용 하고자 한다.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어느 정도 목표한 것들이 이루어지면 그때 가서 행복해 질 것으로 생각하는 젊은이 들이 많다. 이같이 행복의 기준을 목표 달성에만 맞추다 보면, 자칫 한순간도 만족 하지 못한 채 평생을 보낼 수도 있겠다. 오늘을 즐길 여유도 없이 주변과의 관계는 소홀해 지고 스스로를 고립 상태에 가두어 놓기 쉽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족 및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 하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우주와 연결된 유기적인 존재 이므로, 자연과 순환 하면서 연대감을 느낄 때 비로소 행복해 질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미래에 먼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평범한 순환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목적 없이도 지금 이 순간 그저 같이 있다는 그자체로 따뜻한 연대감을 가지고 만족 하는 좋은 만남에 행복이 깃든다고 한다.

 

문호 톨스토이는 행복의 요체를 다음 세 가지 물음에 대한 답으로써 명료하게 설명 한다. 첫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지나간 과거도 아니고 불확실한 미래도 아닌 현재 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라는 뜻이다. 둘째: 내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디서 귀인이 따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셋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 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바로 여기에 행복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지금 이순간이 행복 하다. 미완으로 남겨진 미련 따위는 없다. 특별히 하고 싶은 바켓 리스트 같은 것도 없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하다가, 때가 오면 평화로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소원 이다. 지금 이순간이 바로 천당 이다.

 

 

 

2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