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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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날씨 타령

2017.12.29 19:51

라만섭 조회 수:2

날씨 타령

 

광활한 우주 안의 미세먼지만도 못한 크기의 지구라고 하는 조그마한 행성의 한구석에 비집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날씨를 체감 할 때면 대자연의 신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사는 고장의 날씨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내가 발붙이고 사는 곳의 기후가 참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착각에 그칠지언정.

 

기후를 기준으로 온대(Temperate), 한대(Polar), 열대(Tropical), 아열대(Sub-Tropical)등 으로 나눌 때 한국은 제주도(아열대)를 제외하면 온대지방에 속한다고 한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서 한대, 온대, 아열대 기후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데 내가 사는 남가주 일대는 아열대 기후 권에 속한다. 미국으로 이주한 이래 40여년 동안 줄곧 캘리포니아에서만 살아온 나는 가끔 타주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을 방문하고 돌아 올때 마다 내가 사는 이고장이 축복받은 땅이라는 사실을 매번 실감하곤 한다. 교통체증으로 짜증(Tantrum)을 느끼는 수는 가끔 있지만, 이곳의 날씨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어떤 아열대 지방에서는 여름에 습도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는데 남가주에서는 전혀 그런 것을 모르고 지낸다. 이러한 이상적인 기후를 가진 지역은 남가주의 태평양 연안을 비롯하여 호주 남서부의 연안, 칠레의 태평양 연안, 남아프리카의 최남단, 남유럽의 지중해연안 등등 지구면적의 약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른 지방에 살다가 은퇴 후 이곳으로 이사 오는 많은 사람을 보면서 그들의 환희와 만족감을 이해 할 수 있겠다.

 

내가 어린 시절(1940년대)에 겪은 평양의 겨울은 무섭게 추었다. 섭씨로 영하 15~20도는 보통이었다. 심할 적에는 영하 섭씨 30도까지 내려갈 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살을 에이는 듯한 삭풍이 불어오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 오금을 펼 수가 없었다. 추운 겨울날 동무들과 어울려 밖에서 놀다가 오줌이라도 눌 때면 금방 떨어진 오줌줄기가 고드름이 될 정도 이었다. 여름에는 무척 더웠다. 습기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았다. 영상 35(섭씨)의 더위도 잊은 채 그저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을 철없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무더운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의 장관은 나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도 어쩌다 밤하늘을 쳐다볼 때면 어김없이 나의 노스탤지어(Nostalgia)를 자극한다. 장엄한 별들의 잔치 아래 멍석을 깔아 놓고 엄마와 같이 수박과 참외를 깎아 먹던 그때 그 시절에의 향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울의 추위와 더위의 강도는 평양보다는 좀 덜했으나 냉.온방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이라(1950년대) 여름 장마철의 후덥지근한 습기와 모기, 벌레, 땀띠 등으로 고생하던 기억이 생생 하다. 그러나 요즘 같지 않게 태풍피해니 홍수피해니 황사니 조류 독감이니 하는 말이 낯설게 들리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 대신 귀에 익은 말이 있으니 곧 ‘3천리 금수강산은 4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에 위치하여 34온 이라는 이상적인 지리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지리(地理)선생님의 말씀 이었다. 얼마나 많이 들어온 말인가? 어쩌다 공항에 내린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는 “Wonderful Weather"라는 관례적인 인사말이라도 들을 때에는 내가 남이 부러워하는 기후조건을 갖춘 나라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던 시절이었다.

 

세계의 다른 기후 권을 여기저기 다녀보고 나서 느낀 나 자신의 경험으로는 역시 사람이 나이들어서 살아가기에 최적의 기후는 아열대성 기후가 아닌가 싶다. 강우량이 적어서 다소 건조하기는 하여도 추어 보았자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없고 사계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특징을 지닌 천혜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많은 고장을 제치고 이 지역에서 산다는 자체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며 바다와 산으로 가서 자연의 고마움에 눈을 돌리자. 따뜻한 태양의 햇살아래 옷깃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에 젖어보자. 이름 모를 각종 야생화와 나무 향기를 마음껏 맡아보자. 멀리 일직선으로 뻗은 남태평양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폐 속 깊이 들이 마시면서 파도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빚어내는 대자연의 교향악을 귓전에 들으며 모래사장을 걸어보자. 그러노라면 어느덧 대자연에 흡수 된채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위자연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이 한곳에서 오래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내가 사는 고장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처럼 착각하기 쉽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날씨만 좋으면 무엇 하나, 마음이 편해야지하는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좋은 날씨는 불평불만을 잠재워 주고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나로 하여금 자연의 축복에 감사하게 만든다. ‘다른 지방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하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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