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구삐

2018.02.03 05:06

조형숙 조회 수:8514

   주인 댁은 아주 넓고 근사한 저택 이었습니다. 주인은 우리를 위하여 마당 한 쪽에 큰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당에는 두 마리의 큰 개도 있었습니다. 

  나는 하얀 닭 예삐입니다. 4개월 전에 나와 구삐는 아주 작은 병아리로 지금의 주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구삐는 검은 색 털을 가진 big polish종 입니다. 얼굴에는 둥글게 흰 털이 감싸고 있습니다. 작지만 아주 활발하게 날개 짓을 합니다. 나는 노란 털을 가진 silky라는 아주 예쁜 병아리 입니다.  다리에는 온통 부숭 부숭 하얀 털이 나있고, 얼굴에는 눈이 안 보일 정도로 털이 덮여 있어 부리만 겨우 보일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손이 많이 가는 종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작은 상자 안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주인은 매일 정성으로 우리를 키웠습니다. 물도 갈아주고, 채소도 썰어주고, 좁쌀도 밥 그릇에 가득씩 담아 주었습니다. 바닥이 더러워지기가 무섭게 깔개를 갈아 주었습니다. 가끔씩 사무실 밖에 데리고 나가 햇볓을 쪼이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햇볕에 나가면 옆으로 척 드러 누워 날개를 넓게 폈습니다. 습기도 없애고 따뜻함을 내 몸속에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습니다. 우리를 뺑 둘러 싸고 사진도 찍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신기해 하고, 어디서 났느냐 묻고 만져 보고 싶어했습니다. 주인은 자랑 하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커져서 상자에는 더 이상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자꾸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르고 싶어졌습니다. 상자 위를 노려 보다가 힘을 다해 오르는 시도를 했습니다. 조금씩 높이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당이 넓은 주인의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주인의 정성스런 보살핌 속에서  커 갔습니다. 우리는 크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 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흰 테를 두르고 다리에는 온통 털이 덮여 마치 부츠를 신은 것 같습니다. 가끔 주인의 바지 끝을 부리로 톡톡 건드리면 얼른 안아 가슴에 품어 줍니다. 포근하고 따뜻함에 고개를 파묻고 가만히 사랑을 즐깁니다. 얼마나 나를 귀여워 하는지 몰라요.  구삐는 머리위로 둥글게 검은 털의 원을 만들며 위용를 뽐내는 듯 했어요. 마치 공작새가 날개를 활짝 폈을 때와 같은 화려함이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거에요. 이젠 나와 놀지도 않고 혼자 분주하게 돌아 다녀요. 그래도 나를 귀찮게 하지는 않아요.
 
   구삐는 커 가면서 성격이 사나워지는 것 같아요. 주인이 옆에 오려고 하면 꼬꼬댁거리며 휙 날아 멀리 달아나 버려요. 얼마나 높이 나는지 주인이 잡을 수가 없다니까요. 날이 갈수록 구삐는 더 사나워졌어요.  4개월이 지나면서 부터는 매일 새벽 5시만 되면 큰 소리로 꼬끼오 하고 울어요.  주인은 이웃에게 피해 줄까봐 염려했어요. 나도 덩달아 함께 울어요. 닭은 크면 그렇게 우는 것인가 봐요. 둘이 새벽마다 울어대니 집 안에 들여다 놓아도 우는 소리가 밖에 까지 다 들렸어요. 
 
   궁리 끝에 구삐를 팜 데일에 사는 주인의 친구 집으로 보냈어요.  외로운 날이 시작 되었어요. 나도 어디로 보낼까 두려워 조심 하는데 아침이 되면 나도 모르게 꼬끼오가 나오는걸요.  그런데 얼마후에 구삐가 다시 왔어요. 팜데일에 사는  친구가 감당이 안된다고 가져 가라 했다네요. 가게로 가져다 놓았는데 경비 일하는 멕시칸 아저씨가 가져 가고 싶어 했어요. 주인은 보내기가 많이 섭섭한 것 같았어요. 혹시 잡아 먹기라도 할까 걱정이 많았어요. 바로 주지 못하고 또 집으로 데려와 이틀을 재우며 생각을 했지만 결국 그 아저씨에게 보내기로 했어요. 잡아 먹으면 않된다고 신신 당부를 잊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비 아저씨도 키울 자신이 없다며 다시 데려 왔어요. 
 
    주인은 곰곰히 생각했어요. 도저히 보낼 곳도 찾을 수 없고 키울 수는 더 더욱 없으니 야생으로 돌려 보내자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이틀 후 아침에 산으로 보내려고 구삐를 잡으려는데 온통 도망 다니며, 푸드득 거리고 정신 없이 하니 주인은 그렇게 보내 주기도 어렵다 생각했는지 그냥 쫒아내서 집 뒷산으로 보냈어요. "어차피 너는 아무에게도 대접을 못 받을거야. 다시 돌아 오지도 않겠지. 너는 나를 싫어 하는것 같아. 너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살아라. 구삐야 안녕."  그렇게 아픈 마음으로 야생 닭이 되게 해 주었어요. 나는 슬퍼져서 꼬꼬댁 꼬꼬꼬꼬를 나즈막히 외치며 산으로 달려가는 구삐의 뒷 모습만 바라 보았어요.
 
  주인은 똑같이 사랑해 주고 똑같이 먹이고 재웠는데 왜 둘이 저렇게 다를까, 왜 저렇게 사나워져 정이 안가게 하는 것 일까 안스러워 합니다.사람도 동물도 성격이 곱지 않으면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요.  한 번은 구삐가 사납게 돌아 다니고 옆에 오지 않으니까  "구삐야 이 쪽으로 좀 오지 못해?" 하고 주인이 소리를 질렀어요. 그 뒤로는 더 주인 옆에 안가는 것 같아요. 닭이라고 감정이 없겠습니까? 닭도 사랑 하는 것 알고 미워 하는 것 다 알거든요. 그래도 구삐는 고마운줄 알아야 하는데 반항만 하니 주인은 배신감이 들 수도 있을거에요. 구삐보고 머리가 좋다고 하지만 머리만 좋으면 뭐하나요? 성격이 온순해야 사랑 받지요. 사람 사는 세상도 보면 아무리 똑똑하고 모든 것이 완벽해도 성품이 좋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구삐가 주인에게 고마운 생각을 하고 사랑한다면 그렇게 떠나보내게 할 수는 없을거에요.
 
   나는 산으로 간 구삐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큰 소리로 힘차게  산을 향해 꼬끼오를 외칩니다. 구삐가 들을 수 있을까요? 나는 구삐가 어느 산 속 깊은 곳이라도 훨훨 자유롭게 날아 오르며 잘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미주문학 2019년 가을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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