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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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안타까운 모습

2018.02.10 22:11

이효섭 조회 수:152

안타까운 모습.

 

안타까운 모습이란 객관적으로 보는 이의 표현이며 아픈 마음이 담겨있다. 상황은 사람들이 어려움 속에 처해있고 비교의 대상이 잠재적으로 깔려있다. 한때 풍족히 살던 가정이 끼니를 걱정하게 되었다든지 행복했던 가정이 부서져 어렵게 산다든지 건강했던 사람이 거동을 못하게 됐다든지……

인생은 기쁘고 즐거운 일, 노할 경우, 애닯은 시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즐겁고 복된 시간에 초대되기도 하고 안타깝고 슬픈 소식을 듣고 보게 된다.

한국 초대 정부의 부정 선거에 급우 대학생들은 거리에서 정의를 부르짖을 때 더 높은 이상을 추구하며 미국 유학을 온 한 젊은이가 있었다. 학위를 얻고 멋있는 사람을 만나 가정도 이루었다. 부부 모두 상아탑에서 미국 대기업에서 중요 직책을 수행하며 상류사회의 생활을 하였다. 이민의 문호가 개방되어 가족 초청이 쉬울 때 동생들을 하나씩 불러 모두 함께 살게 되었다. 태평양 건너 이국 땅에서 또 다시 형제 자매들이 한 곳에 모여 기쁘고 즐겁게 살았으리라 추측된다. 온 가족 함께 사는 행복도 잠시, 시간이 흐르며 의견 분열이 있었나 보다. 결과적으로 마음이 멀어지고 공유하는 생활이 사라져 버렸다.

인상과 느껴지는 풍이 아주 점잖고 연세가 든 남편과 초로의 동생과 조카가 상담하려 왔다. 주로 동생과 의논하였고 가족장을 희망하며 가족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장례를 마음에 어려움 없이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식장에서 조촐한 가족들의 모임이 끝난 후 묘지로 향하려는데 뒤늦게 한 분이 와서 내 동생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설명하는 모습의 사람은 없었다. 어쨌던 장례행렬에 합류하여 묘지에 도착했다. 찾는 분이 묘지에 와 있었다. 내가 보기에 하관 식에 참여한 몇몇은 형제 자매임이 분명하다. 그들은 관을 보며 눈물을 흘릴 뿐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하관을 하고 흙으로 메우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다. 그리고 뿔뿔이 헤어졌다. 참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군데 군데 남아있고 긴 코트를 입어야 하는 겨울이 더욱 더 춥게 느껴졌다.

태어나서 최초의 경쟁 상대는 형제 자매간이다. 성경에서 최초의 살인도 형제간에 일어났다. 최소의 사회가 가정이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가정에서 먼저 일어난다. 외부에서 보기에 가족이 오손도순 정답게 서로 의지하며 살면 좋으련만 이상을 현실로 이루며 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5060시대, 세계 극빈국가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우리들은 생존의 기술을 가정에서 배웠다. 그렇기에 나이든 지금도 상처받은 아이들은 내 속에 존재하고 있다. 형제 자매는 끝없는 경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식들을 낳아 키우는 부모들은 자식들이 서로 우애 좋게 살기를 바란다. 자식들을 낳아 키워보니 나를 낳아 키워주신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 나는 아들 둘 있는데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겠지만 서로 연락하며 의지하며 도와줘 가며 살기를 바란다. 내 부모님도 우리 5남매를 보시며 같은 마음이셨으리라. 자식들에게 바라는 만큼 내가 나의 형제 자매들에게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연락이 두절된 가족은 없는지? 형과 누나와 동생과 한 대화가 언제였는지?  

부모가 자식들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은 형제 자매이지 않나 싶다. “……어려울 때를 위하여 형제가 있나니……”. 잠언에 있는 말씀이다. 형제의 우애가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라고   생각된다. 기독교에서는 내가 아버지로 고백하는 하나님을 본인의 아버지라고 고백하기에 우리는 형제 자매가 되었다. 그 형제 자매와의 우애가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표현이리라. 신자간의 반목 속에 하나님 사랑은 소리 나는 꽹과리가 아닌지?

5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부인을 사별하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Do you miss her? Yes, I do. 잔잔하게 대답하는 귀공의 짧은 세 단어 속에서 보내며 그리워하는 따스함이 전달된다. 한 겨울 얼어 굳어진 시카고의 대지가 봄 기운을 맞으면 녹듯이 곁에서 보기에 절단된 형제간의 안타까운 상황들도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1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