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칼럼
2018.03.04 22:02

문화권력 휘두른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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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jpeg : 문화권력 휘두른 괴물들

(사진 :에드바르 뭉크 그림 리메이크 "절규")



문화권력 괴물들이 민낯을 드러냈다. 성피해 여성들의 고발 외침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통해서다

문화계의 절대자로 표징되는 괴물들은 다름아닌, 시단(詩壇)과 연극계의 대부로 불린 거물들이다.

미투 광장에 끌려나온 괴물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유는 괴물들이 하나같이 대한민국 문화계의 지존과도 같은 유명인이어서다. 대한인들은 괴물의 시를 통해 사려 깊고, 정의로우며, 아름다운 일상을 통과하는 잠언을 배웠다. 그런가 하면, 괴물이 펼치는 연극에서 '인생은 의미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처럼 괴물들은 반듯한 언어와 몸짓을 세상에 내보이며 사람들을 훈계했다

하지만 괴물들은 정작 자신들이 표출해낸 글과 몸짓과는 달리 야누스와도 같은 모습으로 몹쓸짓을 자행했다.

괴물들이 저지른 성적 일탈은 언론 등 매스컴에서 기승전결로 조목조목 언급한 바 있다.

괴물로 지목된 연극계 대부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더러운 욕망이 빚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비틀린 모습에 대해 후회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괴물은 자신의 성범죄 혐의는 부인했다. 괴물의 음욕(淫慾)한 손은 18년 동안 동료 여성 연극인 들을 유린했다. 더러운 욕망으로 점철된 괴물의 손을 지금 미투의 원한 맺힌 칼날이 단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문화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숨죽인 채 시단에서 활동한 어느 여 시인은 절대 힘의 해체를 외치며 미투를 선언했다.

'
나도 당했다'고 절규한 여 시인은 그를 "괴물"로 지목했다. 괴물은 현재 이렇다할 입장 표명도 없이 침묵할 뿐이다.

"
시끄러운 것도 잠시일 뿐"이란 시정의 통념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일까.

별의별 예측을 추리케 하며 촉발한 미투 선언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당초 법조계에서 점화된 미투는 예상을 뒤엎고 문화계와 학계는 물론 정치판과 언론에까지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의 호사가들은 말했다. "미투 선언에 발가벗긴 채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더러운 욕망들이 비단 이들뿐이랴." 그렇다!

수치심도 마다않고 '나도 당했다'고 절규한 성피해자를 오버랩 하며 떨고 있을 색정 도착자들이 지천에 널려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계 거물들이 미투 앞에 무릎이 꿇린 채 성범죄자였다는 전력이 드러날 때마다, 이들을 삶의 길라잡이로 추종하며 흠모했던 팬들은 배신감을 느끼며 멘붕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체감하고 있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또한 사무사(思無邪)하지 않으면 타자의 공명(共鳴)을 이끌어 낼수 없는 일이 바로 문화인들이 추구하는 작업이다.

이처럼 지고지순해야할 문화계 특히, 문인사회에서 음란하고 방탕한 검은 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원로 대접을 받아온 것은 한국 문단 특유의 수직적 관계가 빚어낸 결과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같은 악습의 패러다임이 '미투'라는 선언에 정화되며 혹독한 정결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예술은 영혼이 빚어내는 우아한 연소(燃燒)덩이다. 비단 예술뿐만 아니라 여타 계열도 이와 같다. 예술은 머리로 하는 것이지 결코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 칼럼)


이산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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