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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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수필)

2018.03.11 11:12

양상훈 조회 수:17

사랑하는 아들에게                                                      


정 우 야! , 가을 햇살이 핑거레이크에 별빛처럼 반짝이고, 하 얀 뭉개 구름이 산 어깨 봉우리로 곱게 피어나던 그 날이 네가 대학에 처음으로 입학하던 날이었다. 산 능선을 따라 초원으로 이룬 캠퍼스에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의 힘찬 대열은 자못 생동감이 넘치더구나! 북쪽과 중앙 캠퍼스를 가로 지르며 층암 절벽으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폭포 소리를 들으며,비브레이크의 호수 가를 거니는 젊은이들의 낭만이 그렇게도 부럽게 보였다.


세월이 화살과 같다 더니, 정말 빠르다. 네가 엄마 등에 업혀 다니면서 지나가는 차 번호를 보고 외치며, 보이는 한글 간판마다 모두 읽어 버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 데, 이렇게 성장하다니..아빠의 전 근 지를 따라 결국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부모를 떠나 멀리 떨어져 대학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엄마와 나는 이젠 초로의 문턱에서 서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단다. 

지금 네가 떠난 후 우리 집안은 적막하고 허전하 단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네 동생은 외로이 집 지키는 강아지처럼 쓸쓸 해하고, 대학 기숙사에서 주말마다 김밥 말이 등 너의 잔 심부름을 기다리던 네 누나는 이젠 너의 수송 중단으로 여간 불편하지 않는 처지란다. 집안 일까지 돌보던 네가 떠나고 보니 엄마 아빠도 그렇게 서운하구나.


그 동안 네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엄마의 침묵 속에 흘러 맺히던 이슬이 무엇 인가를 알고 목표를 향하여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너를 보고 이젠 장하다는 말을 하겠다. 돌이켜 보 면 , 지나간 많은 세월의 남모른 사연들- 먼동의 햇살이 여명의 이슬을 걷어 버리던 이른 아침마다 잠자는 너의 모습을 보며 머리맡에 남긴 많은 언어 쪽지들, 먼 여로에서 가족 캠핑의 낭만, 청소년 야구 밤 경기에 열기를 가득 뿜던 너의 피칭 모습. 무엇보다 귀국 발령으로 아빠가 서울에서 이산 가족으로 쓸쓸히 지내다가 결국 너희들 때문에 어렵게 사직을 하고 돌아와 너희들과의 재회 등 드라마 같은 추억이 메아리처럼 뇌리에 떠오른다. 

정우야! 지난 고교 졸업 때 졸업 엘 범(year book)에 실은 너의 글이 기억난다. “the stream flows to river, the river flows to sea, we were then the river, now we are sea ,so be challenging, then be successful...."

그렇다. 산골짜기마다 흐르는 물은 낮은 계곡으로 흘러 내리고, 좁은 물길을 따라 시냇물에 모여 또 흐르고 흘러 강을 이루고, 다시 큰 강줄기를 따라 바다에 이르게 된다. 바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분명한 것은 일정한 방향과 길을 따라 흘러왔다는 것이다. 너의 성장과 학업의 과정도 이와 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꾸준히 이어온 것이다.


지금 넓고 넓은 그 바다에서 네가 마음대로 어디든지 쉽게 항해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제껏 지나온 좁은 물길보다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되어 스스로 극복 할 수 있는 힘을 단단히 기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네가 망망대해를 순항하는 중에도 고요한 넓은 수면이 갑자기 폭풍으로 돌변하여 방향을 잃게도 하고, 성난 파도가 아름다운 모래밭을 할퀴어 휩쓸어 버리기도 한단다. 또 바다 밑에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너의 항로에 많은 장애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습득한 지혜와 기술을 더욱 연마하여 목표를 향해 확고한 신념과 용기로 꾸준히 항해할 때 수평선 너머 희망 봉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정우야. 너의 전공 분야로 보아 이 학교가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생각 했단다. 대학의 선택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 가 더욱 중요하다. 이 시기가 인생의 꽃을 잘 피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수련의 과정 이기도 하며 인생 항로의 커다란 전환점 이기도 하다. 

대학교는 고교 과정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지금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고교 시절에 우등생이니 SAT 고득점 따위의 우월감은 진작 떨쳐 버려야 한다. 지금은 시냇물과 강물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환경인 바다의 세계를 맞아 의 젓 한 슬기와 지혜가 필요할 때다. 

너의 대학 생활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얘기를 하겠다. 먼저 기숙사 생활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룸메이트와는 사이 좋게 지내며, 학교 생활에 잘 적응 하도록 노력해라. 젊을 때의 고생과 인내는 앞날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목표와 계획을 확실히 세워라. 학과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사고력의 훈련, 단체 생활, 자유로운 지식 추구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사는 방법을 대학 생활을 통하여 터 득 하여야 할 것이다. 


일학년 때 많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여 먼저 사랑을 베풀도록 하여라. 그리고 꾸준한 독서를 통하여 정서생활을 함양하고, 너의 전공 이외에 인문 사회학 분야에도 광범위한 지식체계를 너의 것으로 만들어 전공을 뒷받침하여 야 할 것이다. 학문만이 공부가 아니다. 평소 의지는 굳고, 언행은 부드러우면서 타인의 좋은 점을 배워 교양이 몸에 베도록 해라.


자신의 승리에 겸손할 줄 알고, 실패가 있더라도 좌절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학인으로서 격변해가는 세계동향에 시야를 넓히며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실력 배양에 꾸준히 힘써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교 신앙을 생활화하고, 성수 주일을 지키며 늘 기도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캠퍼스 안에 교회가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다음으로 우리의 한국 전통문화 와 예절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여라. 

편지를 자주 써라. 부모에게는 물론 친구 친척들 에게도 말이다. 너의 편지를 받아보는 친구와 친척들이 너를 새겨 볼 것이고. 네 문장력도 향상될 것이다. 땀에 젖은 봉사활동은 대학생활을 더욱 보람차게 할 것이고 사회경험의 기반이 될 것이다. 


참! 네 동생은 벌써 8년째 일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주말에는 꼭 한글일기를 써 왔기 때문에 한글 표현에 어려움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나. 거기다가 네 동생은 잉글우드 병원에서 400시간을 목표로 방과후 자원봉사를 하는데 이미 170시간을 돌파하였다니 그 의 끈기와 노력을 격려하고 칭찬해 주기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항상 감사와 기쁨으로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건강하고 멋있는 대학생활을 보내며, 희망과 이상의 꿈을 힘껏 펼쳐 보아라. 다음 방문 때엔 멀리 코넬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엄마가 준비해간 맛있는 도시락을 들면서, 더욱 성숙한 너의 모습에 학교생활의 많은 얘기를 들어보자. 이 만 줄인다.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