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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부모 노릇

2018.03.30 03:35

라만섭 조회 수:46

부모 노릇---유태인의 자녀교육에 비추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부모 되기는 쉽다. 육체 건강한 젊은 남녀가 몸을 섞으면 되는 것이니 아무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히틀러의 나치 치하에서처럼, 우생학적으로 우수한 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강제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런데 책임 있는 부모노릇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이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애를 낳기는 쉬워도 옳게 기르는 일(교육)에는 공이 든다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바는, 유태인 가정의 전통적인 교육 철학이다. 히브루 성서에 따르면, 유태 민족은 신이 선택한 선민이라고 하는데, 이 선민의식이 어떻게 작용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확실한 것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통계수치 이다. 2014년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태인 인구는 총 14백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인구비율로는 약 0.2%에 해당 된다. 지구의 인구를 70억이라고 할 때, 0.2%도 안 되는 그들이 전 세계 노벨수상자의 23%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세계무대에서 경제.사회.문화.예술.학술.과학.정치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그들의 활약은 가히 놀랄 만 하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토록 경이로운 성취를 가능케 하는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이면에는 바로 그들의 독특한 자녀교육철학, 바꾸어 말하면 부모노릇이 남다르다는 지적이 있어온다. 그 중심에 유태인 가정의 전통을 중시하는 뿌리교육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태인으로서의 긍지와 자존심을 살리고 전통과 뿌리를 심어주는 그들 특유의 자녀교육 방식이다.

 

현재 미국에는 약 5.4백만에서 6.8백만에 달하는 유태인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체 미국 인구의 1.7%내지 2.6%에 해당 된다. 그들이 미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다. 아무튼 전 세계 유태인의 거의 절반정도가 살고 있는 미국은 그야말로 유태인의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겠다. 유태인의 주요 명절날에는 교사의 다수를 이루는 그들이 전통에 따라 일을 하지 않고 쉬기 때문에 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진행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영향력은 실로 지대한바 있다.

 

한국에도 100명 정도의 유태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전통중심의 뿌리교육을 중시하는 유태인 부모들의 자녀교육 철학에 비추어볼 때, 우리 한국인들의 그것은 부끄러울 만큼 미약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한국 부모들이 보이는 높은 자녀 교육열은 유태인 부모들의 가정교육 철학과는 다른 것이다. ‘부모노릇을 잘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자녀의 정신 교육이라고 한다. 언어와 역사 교육은 그 기초가 된다고 하겠다. 한국의 전통적인 을 간직한 채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우뚝 설수 있게 어릴 때부터 뿌리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 자신부터 과거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에 있어 부모와 학교 그리고 사회 모두에게 책임의 일단은 있다고 본다. 아무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Better late than never. 이제부터라도 국악, 고전 무용 등을 포함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문화 예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들로 하여금 한국 고유의 민족정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할 필요를 느낀다. 만약 뿌리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의 뿌리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고 할 때, 우리네 부모 세대는 거기에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또는 성년이 된 다음에도 심지어는 다 늙어서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내 것에 대한 열정 이 아닌가 싶다. 부모가 된 입장에서 이를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남 달리 부모 노릇을 훌륭히 수행해온 부모님들을 주위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반추해 보게 되는데, 이글은 그 같은 입장에서 쓰게 된 것 임을 밝혀 둔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동화해 가는 것도 좋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애들에게 오늘이 있게 한 뿌리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우선 전래의 전통 문화를 섭렵(涉獵)한 바탕위에, 미국 문화에의 동화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소 뒤늦게 깨달은 교훈이라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2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