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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후진문화를 극복합시다

2018.03.30 06:37

라만섭 조회 수:4

후진 문화를 극복 합시다

어릴 적에 선친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이른바 중화사상에 젖은 중국인들은 고래로부터 중국은 세상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데, 사방은 미개한 오랑캐들인 사이(四夷)로 둘려 쌓여 있다고 믿어 왔다는 것이다. 북에는 북적(北狄), 남에는 남만(南蠻), 서에는 서융(西戎), 동에는 동이(東夷)가 그것인데, 동쪽의 동이는 그런대로 우리(중국인)와 비슷해서 예의를 좀 아는 족속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즘말로 하면 문화 민족이라는 뜻일 것이다.

 

예의범절을 중히 여기는 우리조상들의 면모를 그들도 인지했던 모양이다. 고향을 떠나 사는지도 어느덧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다보니, 알게 모르게 서구문화에 동화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내 핏속에는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끈끈하게 느끼고 있다.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의 동시에 이룬 한국은 다른 후진국이나 중진국의 모범사레가 되고 있다.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서있는 조국의 모습에서 긍지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이 같은 놀라운 성취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구태의연한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을 포함해서 아직 아무도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불러 주지 않는다. 의식수준 선진화의 시급함을 인식 하게 된다.

 

선진문화의 반대편은 후진문화 일터인데, 유감스럽게도 거기서 우리 한국 시민의식의 현주소를 볼 때가 있다.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겪은 불편한 사례들을, 신문기자와의 대담에서 토로한 것을 신문에서 읽었다. 새삼스러운 것은 없지만 그 요점을 아래에 옮겨본다. ‘한국인들은 줄서서 순서를 기다릴 줄 모른다. 아무데서나 새치기로 끼어든다. 질서의식이 없다. 공중도덕심이 없다. 양보에 인색 하다. 대화 할 때 너무 소리를 질러댄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 자하철 에서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싸움 싸우듯 먼저 올라타서는 엉덩이를 들이대고 앉기에 바쁘다. 엘리베이타 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불친절 하다. 웃으며 인사할 줄 모른다.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하면서 애써 외면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빤히 쳐다본다. 길거리에 예사로 침을 뱉는다. 지하철에 앉아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창밖에 침을 내뱉고 얼른 제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리를 빼앗길까봐 신경 쓰는 모습 이었다. 다른 사람을 의식 하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매너가 없다. 택시에서 짐짝 취급을 당했다. 한국에서는 주소 찾기를 포기해야 한다. 지방으로 가면 영어 표기안내문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아이 셋을 데리고 있던 젊은 한국 엄마가 아들의 바지를 벗기고 거기에 컵을 들이대는 장면을 보고 정말 놀랐다등등의 경험담은 단지 몇몇 대담자의 눈에 비친 사례들 일뿐, 어디 이에 그칠까 싶다. 대부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 중에는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오래된 인습도 있을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아무튼 그들의 마음에 객관적으로 투영된 이 같은 한국인의 모습을 거울삼아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볼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읽은 신문가사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32살난 덴마크 출신 경제학박사 소피 브로델슨 교수()는 학창시절 입양아 출신 한국학생을 사랑하게 되어 그와 결혼하였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남편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일념으로 한국 연속극을 열심히 경청 하는 등 여러 난관을 헤치고 한국말을 독학으로 익혔다. 이제는 서강 대학에서 강의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그녀는 남편의 나라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덴마크는 대학 등록금이나 의료비지출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대학생들은 정부로 부터 생활비를 지급받는 복지 국가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삶의 질을 구가 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북유럽의 계산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에 비하여 한국은 인간미가 넘쳐난다고 그녀는 치켜세운다. 문제점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나라 라는 것이다.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데다 IT분야는 물론이고 빠른 배달 써비스와 싼 대중교통수단이 잘 발달돼 있으며, 강대국을 우습게 보는 배짱도 있다고 말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 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비판의 말도 잊지 않는다. 한국사회에는 진정한 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서 긴 시간을 일만 하고, 가정과 휴식을 모르는 암울한 사회라고 꼬집는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하면 결국 국가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 9만 불에 육박하는 부국이다. 사람들은 생활의 여유를 즐기면서 일한다. 다시 말하면 즐기기 위해서 일한다. 국가는 부유한데도, 일반시민의 근로정신은 투철하다. 그들은 근로(Labour)를 당연시 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 특별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소비를 장려할 목적으로 정부가 1인당 월 2,500 스위스 프랑(1프랑=1.02달라)씩을 무조건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 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압도적 부결이었다. 여기서 압도적을 강조 하고 싶다. 부결의 이유는 근로 의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공돈을 거저 준다는 정부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사례가 있다. 2014년도에 국민의 법정 유급휴가 기간을 4주에서 6주로 연장 하자는 안건이 부결 됐다. 부결 이유는 역시 같은데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그들의 근로정신 이다. 부자 나라 국민의 여유 있는 태도라고 치부 하더라도, 보통 상식으로는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차원 높은 그들의 생활철학 이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바로 이런 것이 고도로 선진화된 시민정신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한다.

 

외형적인 인푸라 투자에 아무리 공을 들여 놓더라도 일반국민의 문화의식수준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 선진국으로의 발 돋음은 요원한 일이다. 명실상부한 문화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엎그레이드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지름길은 따로 없다. 대중의 계몽 교육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통하여, 낙후된 의식수준을 끌어 올리는 길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하겠다. 그리되면 머지않아 우리 한국도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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