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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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잘못된 출생 신고

2018.04.05 20:35

Noeul 조회 수:28

잘못된 출생 신고 - 이만구(李滿九)
                       
   저녁 어스름 내리는 황혼의 산길을 넘어 흥겨운 휘파람을 불며 자전거 타고서,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집에서 통근하는
시골 면서기가 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

   우리 동네 면서기도 늘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논에서 모를 심던 농부들은 소리쳐 불렀다. "어이! 우리 아이 출생 신고 좀 해줘" 하면, 손을 흔들어 간단히 답례하고 그냥 멀어져 갔다

   그래서 우리 동네는 '금자'란 이름이 다섯이란다. 일찍이 군대 영장이 나온 어린 고등학생도 있고 누구는 정년 후, 몇 년 더 일할 수 있다 한다. 그게 다 잘못된 출생 신고 탓이라고들 한다

   한 스무해 전인가 어느 한적한 고향의 봄날, 머리가 반백이 다 된 그 면서기를 만났다. 세월이 그리움인지라 서로의 마음이 다정하련만, 항렬이 위인데 인사 않는다고 투덜대시며 아직도 여태껏 면사무소에서 민원을 보고 계셨다
 
   나는 그때의 행복했던 옛 꿈을 상기하며, 정확한 출생의 사실을 간직하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함께 기억해 주심에 감사했다. 그리고 선뜻 태평양 건너서 사온 담배 한 보루를 여행 가방에서 꺼내어 공손히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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