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제주 바다

2018.04.12 09:56

서경 조회 수:7

봄이 오면 생각나는
유채꽃 제주 바다 
 
소라 껍질 귀에 대고
파도 소리 불러 내면 
 
풍장된 슬픈 넋들이
갈매기로 끼룩댄다  
 
   제주 4.3 사건. 문재인 대통령 추모사를 들으며, 오래 전에 적어 두었던 졸시 한 편을 떠올렸다. 유채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어김없이 다녀 가는데, 한 번 간 사람은 가고 아니 온다.
  제주 도민이 한을 품고 쉬쉬하며 살아온 지 70년. 가슴엔 슬픈 넋들의 울음소리 갈매기로 끼룩대는데, 그 울음 소리에 귀담아 주는 이는 그저 파도소리 뿐이다.
  죽은 이는 이념의 희생자요, 4.3 사건은 역사적 현실이다. 묻혀서도, 잊혀져서도 안될 슬픈 역사다. 역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기록되어야 한다.
  이념과, 시대 상황과 쓰는 사가의 주관적 관점이 배제될 순 없어도 역사적 기록은 '정확히' 사실대로 실록화 되어야 마땅하다. 잘못된 기록이라면, 훗날 기록적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보완 수정하여 개정되어야 한다. 인식도 바뀌어야 하리.
  모든 주민이 불순 빨갱이는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정식 재판을 하여 민심을 교란하는 '빨갱이'만 색출해 죽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닥치는대로 잔인하게 죽여버린 민간 학살이 아니던가.
  적어도 이 사실에 대해서만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과와 배상 그리고 역사적 재규명이 필요하다. 제주도 도민이 단지 가족을 잃은 슬픔을 넘어 최소한 '죄인'으로 살지 않게는 해 주어야 '국민을 사랑하는 국가'가 아닌가.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강국들은 자기 국익을 위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그 와중에 우리 나라는 해방된 지 채 3년도 되지 않은 혼돈의 시간이었다. 나라 사랑이야 좌우가 다를까만은, 대부분의 민초들은 너나없이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했다.
  내 입에 들어갈 게 없으면 민심은 흉흉해지기 마련. 특히나, 미군정은 우리의 정서와 실상을 모른 채 친일파 경찰을 그대로 쓸 뿐만 아니라 계속 오판된 실정으로 도민의 원성이 자자할 때이다. 게다가, 목숨 바쳐 8.15 해방을 맞았지만 나라는 다시 둘로 쪼개질 위기를 맞은 절체절명의 시기다.
  이렇게 흉흉한 시기에, 3.1절 기념식이 끝나고 돌아가던 기마경찰이 어린 아이를 치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그냥 지나가려 하니 민초들의 분노가 터져버린 거다. 기마 경찰은 군중의 아우성에 공포를 느끼고 경찰서로 도망 쳤고, 경찰서에 있던 경찰은 '상황을 몰랐기에' 폭동이 일어난 줄 알고 총을 쏘게 된 것이다.
  최초의 오판 사격으로 여섯 명이 죽자, 이제 민초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하지만, 이 사건이  '미군'과 '육지 경찰'까지 가세하여 전 도민을 '빨갱이'로 규정하고 몰살시킬 정도로 커질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누군가 상부에 '빨갱이 폭동'이라 다급하게 구원 요청을 했던 건 아니었을까.
  역사나 인생엔 가정이 없다지만, 그때 만약 그 기마병이 말에서 내려 말발굽에 치여 쓰러진 아이에 대해 빨리 조처를 취했더라면, 그리고 누군가 하늘에 공포를 쏜 뒤 성난 민중을 안정시켰더라면  이토록 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건은 '휴화산'처럼 부글거리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 '감정'을 건드리는 사건이 겹쳐지면 '활화산'이 되어 터지는 법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모든 전쟁과 폭동을 일으킨 주원인이다.
   화산재는 선한 이나 악한 이를 가릴 줄 모르고 덮는다. 용암도 이 집 저 집 가리지 않고 붉은 열기로 핥아 버린다. 그 후유증은 도시를 죽음의 거리로 만들어 유령화 시킨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은 모두가 희생자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찝어내어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겠는가. 그러나, 오판으로 이루어진 이 일련의 거대한 사건은 엄연한 역사적 현실이기에 역사 속에 기록되어야 하고, 남은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한은 풀어주어야 한다. 쉬쉬해서 덮을 일도 아니요, 군권과 경찰에 의한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빨갱이 소탕 작전'으로 미화해서는 더더욱  안 되리라.
  이번 평양 공연 주제를 '봄이 온다'로 잡은 걸 봤다. 정말 우리들 가슴에도 봄날의 훈풍이 불어, 좌우로 대립하지 말고 '대한의 아들 딸'로서 두 손 더우잡았으면 좋겠다. 좌우 대립으로 그토록 동족의 피를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보수와 진보로 맞서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수용의 미덕도 함께 가질 순 없을까. 이는, 정녕 정치 문외한이 가지는 '낭만적' 생각에 불과한 것일까.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함께 흘러가는 두물머리처럼 머리 맞대어 도도히 한강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작은 열쇠가 큰 문을 연다. 아마도 그 열쇠 이름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절절한 4.3 기념사를 통해 제주 도민들의 마음을 조금은 위로해 주었으니 다행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는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똑똑한 대통령보다 '따뜻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 정책은 국민의 행복을 제 1 순위로 잡지 않을까 싶다.
  제주 도민들도 이제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 주었으면 한다. 역사는 흐르고 간 사람은 말이 없는데, 산 사람은 또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는 거, 이왕이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해 본다.
  유채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도 들판을 덮고 쪽빛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으리라. 아픈 날은 가고, 기쁜 날만 봄바람에 실려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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