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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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고추잠자리와 나

2018.04.29 20:48

Noeul 조회 수:17

고추잠자리와 나  - 이만구(李滿九)

애수의 계절, 기러기 떠가는 하늘가 
바람 타고 가을속 어디선가 찾아온     
잠자리 한 마리 붉은 꽃에 앉아있다

떠나온 고향의 청명한 가을날에는 
텃밭 아주까리 주위를 맴돌다 앉아 
고개 숙인 수숫대처럼 묵념을 하던 
가을날의 추억 어린 고추잠자리였다
                          
망태 날개와 용의 머리 닮은 손님
태곳적부터 꽤 높은 족속인가 보다  
어쩌면 너는 태평양도 건너갈 수 있는 
괴력도 있겠구나 그런 잠자리야! 
오늘은 그냥 멀리 날아가지 마라  
  
어릴 적, 고향 집 마당 멍석 위에서 
땀 흘려 고추 말리시던 울 어머니 곁에 
너를 타고 날아가 앉아 보지 않으련!
  
해 저물 때면 어스름에  늘 그랬듯이 
길옆 탕자 나무 울타리에서 잠들던 너 
이 가을이 가기 전, 찬 서리 내리기 전에 
둘이서 꿈꾸던 옛집 둘러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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