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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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어머니의 빨랫줄

2018.05.13 20:06

Noeul 조회 수:22

어머니의 빨랫줄 - 이만구(李滿九)

햇볕이 금 싸라기처럼 쏟아지는
가을날 오후의 우리 집 뜨락에
새로 심은 대추나무 사이로  
쳐 있는 보이지 않는 상상의 줄
고향집 마당에 빨랫줄 그려본다  
                                              
늙으신 어머니가 애 쓰시며
포대기와 담요를 빨어서 널으시고  
바람은 먼데서 달려와 지렛대 조차
삐그덕 거리며 마른 것들을 펄럭인다

반공일 오후의 집 앞마당,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자식의  
집게에 걸린 하얀 넌링구와 잠옷들
어머니의 꿈인 아들의 검은 제복 
다이아몬드 이름표 달린 학생복도  
손수 빨아 말리시는 어머니
쫌 쫌 한 햇살과 보송보송한 옷자락이
바람 속에 흔들어대며 아우성친다

우물 옆 장독대 위에서
마른 나물을 봉지봉지 담아서 넣고
구부러진 허리를 하시고
고구마순과 썬 무 조각을 
채반에 말리고 계신다 
토방의 양지바른 곳에는
하얀 끈이 매달린 젖은 운동화가
햇빛에 걸쳐있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한 세상 살면서 아무리 초라하고
가난할지라도, 자신을 귀히 여기고
희생하던 사람들 잠시 생각해 본다

이국땅 뜨락 저 대추나무 사이에  
걸릴 내 몫으로 돌아온 빨랫줄에는 
옛 시절 어머니가 그리 하셨듯이,  
주말이면 나는 무얼 널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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