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는 언덕

2018.06.09 17:50

조형숙 조회 수:21

   미우라 아야코의 <양치는 언덕>을 다시 읽었다. 목사 딸인 나오미는 야단치지 않고 꾸중도 하지 않는 부모에게서 외톨이의 느낌을 갖고 성장한다. 말이 없어지고 우울증이 되어 하늘만 바라보는 아이가 된다. 여고 시절에도 말이 없었다. 어느 날 담임이 묻는 말에 대답을 않고 창 밖만 바라 보았다. 여러번 묻고 대답을 기다리던 담임은 화가 치밀어 올라 나오미의 뺨을 때리고 만다. 나오미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졸업 후 그를 만나게 된다.

   부모는 결혼을 반대했지만 나오미는 그 남자를 배웅하러 함께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가 움직이자 심장이 뛰는 나오미는 무작정 열차에 함께 따라 오른다. 부모를 멀리 떠나 인생 열차도 함께 하게 된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2년 4개월을 상처와 외로움으로 살다보니 친정 부모가 애타게  보고 싶었다. 그 사람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두운 밤에 아버지가 계시는 목사관 앞에 도착한 나오미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문을 살짝 밀어보았다. 스르르 문이 열린다. 나오미를 보고 놀란 아버지는 양팔 벌려 사랑하는 딸을 부등켜 안았다. 그리고 아내에게 소리쳤다."여보 빨리 나와봐요. 나오미가 돌아왔어"  "죄송해요" 나오미는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얼굴을 들지 못했다. "괞찮다 괞찮아 얘야"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엄마도 울며 말했다. "아버지는 네가 돌아 왔을 때 문이 열리지 않으면 그냥 떠나 갈까봐 밤이고 낮이고 자물쇠를 잠근 적이 없었단다."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도 함께 울었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생각한다. 분깃까지 받아 내어 먼 나라로 갔던 작은 아들은 가지고 간 재산을 탕진한다. 돼지 우리에서 쥐엄 열매를 먹으며 죽을 고생을 한 후에야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매일을 골목 어귀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의 눈에  멀리 아들의 모습이 보인다. 달려가 품에 안으며 기뻐하고, 잔치를 베풀고 진심으로 아들을 맞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낭비한 돈에 대해 물어 보지 않는다.돌아온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탕자를 따뜻하게 품는 아버지의 사랑과 나오미를 용서하며 기뻐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동일함을 느낀다. 목사인 나오미의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것은 용서하는거야. 한두번이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거야" 라고 말한다. 부모는 아들을, 딸을 떠나 보낼 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돌아 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탕자의 비유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어리석어 깨닫지 못하는 인간에게 헤아릴 수 없이 용서하고 사랑하기를 반복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램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는 1667년경, 그가 죽기 2년 전에 그린 미완성 작품이다. 지금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브르그에 있는 에르미타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아버지는 양 손을 아들의 어깨에 얹고 있다. 두 손의 모양이 다르다. 왼손은 힘 줄이 두드러진 남자의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고 있고, 오른손은 매끈하고 부드러눈 여자 손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두 마음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의 눈은 초점이 없다. 아들이 돌아올 곳을 향하여 매일 뚫어지게 바라보느라 눈이 짓물러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까지 갔음을 나타내고 있다. 남루한 아들의 옷과, 신발이 벗겨진 왼쪽 발의 상처는 얼마나 고생이 심했는지를 보여준다.

  왜 떠나는지를 생각해보니 첫째로 감사한 마음이 없어서다. 풍요로움을 주는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잃어버리는 짬의 틈새로 욕심과 악의 싹이 고개를 내민다. 그 결과로 은혜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둘째는 지나친 자기 중심적인 생각으로 나에게만 관심이 있다. 타인에게는 관심도 없고 배려도 없다. 많은 사람이  자기 나름의  행복을 찾으려고 먼 길을 헤매고 다닌다. 저 산을 넘으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길을 떠난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떠난다. 행복이란 꽃말을 가진 세잎 클로버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평범하게 내 옆에 있는 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나오미의 남편은 후에 병이 걸려 나오미의 친정에서 요양을 하며 지난다. 목사 부부가 베푸는 사랑에 감동받고 마음을 열고, 전에 그리던 그림을 그리게 된다. 성탄절에 나오미에게 선물로 주려고 그림을 그려 흰 천을 씌어 놓았다. 전에 만나던 여자의 전화를 받고 나간 남편은 약을 탄 술을 마시고 나오미의 집으로 돌아 오다 길에서 얼어 죽는다. 나오미는 죽어서 돌아온 남편의 그림을 꺼내 본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앞에 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이고 그 발을 붙잡고 있는 그림이었다. 또 하나의 돌아온 탕자를 보는 순간이다. 

  미우라 아야코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우리 심연의 어둠과 죄악을 파헤치고 사랑과 용서를 제시해 준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깊은 곳에 담겨 있는 죄악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표현해 준다. 인간은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약한 존재임을 반복해 말한다. 서로 용서해야 함을 강조 한다. 그러나 완벽한 용서는 예수님의 구원의 피로만 할 수 있는 것임을 강한 메시지를 통해 말하고 있다.  아야코의 소설은 인간의 통속적인 주제와 불륜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복음을 통하여 새사람으로 바뀌는 경험을 얻게 한다. 겸허하고 절실한 신앙심을 기초로 하는 참된 인간성을 보여준다. 미우라 아야코는 위대한 신앙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1% 미만의 크리스천 밖에 없는 일본 기독교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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