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돈보다 귀한 것

2018.07.03 08:43

최선호 조회 수:32

 


 

 

  • 190x280.crop.jpg
  • 190x280.crop.jpg
  • 190x280.crop.jpg
  • 190x280.crop.jpg
  • 190x280.crop.jpg
이달의 작가

190x210.crop.jpg

 

 

 

돈보다 귀한 것 

 

 


  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물질이다. 종이로 돈을 만들었지만 돈은 이미 종이가 아니다. '행'과 '불행' 사이에서 사람을 묘하게 흔들어 대면서 울리고 웃기는 요술장이  카아드가 바로 돈이다. 돈이 많다고 행복을 듬뿍 안겨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불행의 늪으로 계속 빠져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돈은 끊임없이 사람의 눈과 손, 발, 마음까지 끌어당기는 초능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돈이 넉넉하면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불편 없이 해 낼 수 있는 요행도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병이 든 사람이라도 돈이 많으면 훌륭한 의료진을 동원하여 목숨을 연장할 수도 있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있다. 이처럼 돈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위대한 것이 있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무일푼인 사람이라도 이것만은 꼭 가지고 있다. 돈보다 훨씬 위대한 이것은 바로 '양심'이다.

 

  평생을 돈과 함께 살면서도 잠시도 돈에 매료되지 않고 꿋꿋이 인생터득과 보람된 인생달관에 정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정 반대로 돈 때문에 당대의 패가망신만이 아니라, 자손 대대에까지 부끄러움을 덧입히는 사람도 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돈을 세지만 정작 돈을 세는 것은 눈이나 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양심이다. 누구에게나 양심 속에 수천 수만 개의 세밀한 가늠자가 있다. 그 양심의 가늠자로 돈을 세어 내기 때문에 양심과 돈 사이는 나눌 수 없이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양심과 돈과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적과 동지 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돈은 저보다 위대한 양심의 목을 졸라 양심을 죽여 버리기도 하지만, 돈 때문에 죽은 양심은 아무리 많은 돈으로라도 도저히 살려 낼 수가 없다, 돈은 없다가도 다시 벌 수가 있지만 한번 죽은 양심은 돈으로는 도저히 살려지지 않는다. 양심은 1회 성의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돈은 물질이지만 양심은 생명이다. 양심은 맑고 시원한 세계를 열어 그 세계 안으로 돈을 안내하여 돈을 자유자재로 다스리는 지혜가 있다. 그러므로 돈으로 돈을 버는 행위보다는 양심으로 버는 돈이라야 참 가치 있는 돈이 된다.

 

  그러므로 양심은 항상 돈 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에는 이것이 뒤바뀐 게 분명하다. 마치 사람들이 물구나무서서 살아가는 것 같다. 양심은 땅에 떨어져 짓밟히고, 돈의 액수가 인간의 가치나 심지어 생명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돈은 구름과 같다. 뜬구름이다. 뜬구름 중에도 분명 검은 먹구름이다. 그 검은 색깔이 우리의 양심을 흐리게 한다. 양심은 너무도 맑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색깔에든지 물이 잘 든다. 구름은 태양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만큼 미미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곧잘 햇볕을 가린다.

 

  6.25사변 당시, 500원 짜리, 1000원 짜리 지폐가 바람에 마구 날려 다녔다. 그런데 아무도 줍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까지도 그 돈을 보고도 발로 차버리거나 비벼서 산산조각을 낼 뿐, 제 소유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정부가 돈으로 인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력이 막강했던 돈이 종이쪽으로 변신을 하였으므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무가치한 것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거리만 어지럽힐 뿐이다.
 
  양심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한 번 검은 물이 든 양심은 존귀성을 되찾기란 매우 어렵다. 돈이 일만 악의 뿌리로 뻗어나지만, 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양심의 꽃은 인류사에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 있을 것이다.  7-3-2018. 중앙일보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5 이성열 시집 <구르는 나무>를 읽고 [1] 최선호 2019.10.25 96
634 유수일 시집 <매듭 만들기>를 읽고 최선호 2019.10.12 73
633 現代詩로 보는 韓國人의 抒情(2) 최선호 2019.10.12 91
632 現代詩로 보는 韓國人의 抒情(3) 최선호 2019.10.03 253
631 장소현 7번째 시집 <나무는 꿈구네> 평문 최선호 2019.09.23 72
630 現代詩로 보는 韓國人의 抒情(1) (서정 몇 점) 최 선 호(시인, 문학평론가, 미주감신대교수) 최선호 2019.09.23 246
629 추천서-정지윤 목사 최선호 2019.01.05 90
628 찬바람 최선호 2018.07.30 144
627 슬픔 최선호 2018.07.30 70
626 MMC 이름의 두 교회 최선호 2018.07.23 28
» 돈보다 귀한 것 최선호 2018.07.03 32
624 평화통일의 길 최선호 2018.06.23 42
623 고향 그리워 최선호 2018.06.18 60
622 연보에 관하여 최선호 2018.06.16 70
621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성과 [1] 최선호 2018.06.12 2092
620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신앙민요 [1] 최선호 2018.06.09 114
619 어서 오라, 진정한 평화여! [1] 최선호 2018.06.07 112
618 6.25와 아가페 [1] 최선호 2018.06.03 1509
617 고영준 시인의 시 평설 최선호 2018.06.01 43
616 바다 최선호 2018.05.25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