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스쳐 간 풍경 + 영역

2018.07.05 07:10

서경 조회 수:8

스쳐간 풍경 마이클.jpg


               신호등 앞에 두고

               사선으로 스친 인연


환상적 환한 웃음

선글라스 낀 남자


상상은

핑크빛 소설 쓰고

초록등은 켜지다


운명적 사랑이나

필연적 만남도


사소한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차창 밖

스치는 풍경도

장편 소설 한 권 감

- A darted scene

 

A figure I caught at a glance while driving

Standing at the traffic lights


A man, with a pair of sunglasses

And the fantastic smile

 

A pinky novel ended in imagination

When a green light’s on

 

If a destined love or fatal meeting

Start in a futile moment


That darted scene out of my car window

As good as a grand saga


(번역 : 강창오)

(사진 제공 : 마이클)


* 시작 후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만난 적 없는 마이클이 보내 온 사진이 시 이미지하고 너무나 딱 맞아 떨어졌다. 특별히 부탁을 하거나, 설정을 한다 해도 이토록 걸맞은 사진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은 시각에 호소하는 시대라 싶어 이 시에 맞는사진을 찾으려 구글 이미지도 뒤적여 봤으나 마땅한 게 없었다. 마이클 하고는 두 세 달 전에 집 구하는 문제로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잠시 대화를 나눈 사이다. 그러다가, 마침 아홉 살 때 한국에서 왔다기에 비지니스 대화 중 사담도 좀 곁들이게 됐다. 오늘 다시, 텍스트 메시지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영어로 주고 받고 하다 보니, 오타도 많고 문법 상 오류도 많았을 터. 보통 사람은 뜻만 알면 대강 넘어 가는데 마이클은 계속 내 오류를 지적하며 놀렸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 친밀감이 조금 더해진 탓인지, 가족들 이야기까지 해 준다. 어릴 때 와서 거의 미국 사람이 되어 살아 가지만, 할머니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고 했다. 부모님 얘기보다 할머니 얘기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가족사진 있으면 한 두 장 보내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라더니, 사진을 보내왔는데 그 중 한 장이 위 독사진이다.그런데 내 상상을 완전히 벗어난  미국 사람 얼굴이다. "잘 생긴 네 미국 친구 사진 보냈냐?" 고 농을 했더니, 본인 사진이라고 한다. 못 믿겠다 했더니 고향이 '용인'이라고까지 말한다. '혹시 반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한국 사람치고 이렇게 잘 생긴 사람, 처음 본다"며 덕담을 한 뒤 "부모님께 감사드려라!" 하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 했다. 사진 받을 때만 해도 이렇게 내 시의  이미지와 딱 들어 맞아 써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침, <스쳐간 풍경> 영역을 해 두었다고 문우 강창오씨로부터 연락이 왔길래 올리다 보니 관계 사진이 없는 걸 보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멈추어 선 차 안에서 본 외국 남자의 잔영과 함께 '상상'을 곁들여 쓴 시라 사진이 있을 수 없었다. 매번, '포토 시'로 사진을 곁들여 올려오던 중이라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 마이클이 보내 준 사진이 떠올랐다. 선글라스를 끼고 차 안에서 환하게 웃는 남자!  모두가 필요 충분 조건을 갖추었다. 마치 이 사진을 보고 '포토 시'를 썼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맞춤이다. 졸지에, 마이클이 한 순간에 30년 전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며 차창 밖으로 환한 이팝꽃 웃음을 날리던 남자 주인공이 되었다. 사실, 이 작품은 '우연이 필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얘기를  '상상'을 통해 시로 표현 해 본 글이다. <사랑의 종말>에서 그레암 그린은 "필연은 우연의 연속"이라 했는데, 인생 자체가 '우연의 연속'인 것같다. 그러다가, 운명적 만남까지도 이루어진다. 두 세 달 전에 얘기할 때만 해도 마이클 사진을 접수하리란 생각을 못했었는데, 오늘 얘기를 하면서 다시 이렇게 사진까지 받게 된 것도 희안하다. 그리고 하고 많은 미 번역 시 중에 '하필이면' 강창오씨가 그것도 오늘 번역해 준 세 편의 시에  이 시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도 우연치고는 기이하다. 처음에 <스쳐간 풍경>도 번역해 놓았다기에 얼핏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있던 시였다. 게다가, 문학서재 앞 페이지에 있던 시도 아니고, 이미 뒷 페이지로 넘어 가 있던 시라, 번역해 두었다는 말만 듣지 않았어도 시 따로 사진 따로 놀 뻔했다. 미주문학 가을호 특집 주제가 '상상'인데다가 원고 마감 날짜가 가까와 오니, 요즘은 그 주제와 연결하여 생각해볼 때가 많다. 많은 작품이 체험과 상상을 통하여 이루어지긴 하지만, 이 <스쳐간 풍경>은 작품으로서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소설적 사랑을 상상하며 썼다. 초록등이 켜 지고 각기 반대 방향으로 가는 걸로 두 주인공 애기는 끝나고 말았지만 마이클로부터 받은 사진으로 인하여 제 2의 우연은 이어졌다. 우연도 필연이 될려면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오늘은 사진도 그렇고 번역도 그렇고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소설 같으면 전개 국면으로 들어가야 하나, 초미니 율격에 맞춘 시조의 옷을 입었으니 어쩌랴. 다음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력으로 써 가도록 맡겨 두자. 그런데, 은근히 한 가지 걱정이 생긴다. 마이클은 한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고  했으니, 설마 이 글을 보고 초상권 운운하지는 않겠지? 시작 후기를 쓰는 지금도 사진만 봐서는 한국 사람이란 게 영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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