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칼럼
2018.07.07 09:35

경박과 궁핍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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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프로패셔널 포토그래퍼 TERAN PARK


21세기는 전대미문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또한 이 시대는 최첨단 광학 문명을 통해 꿈을 현실로 체화하는 경이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이 시대인들은 역사 이래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이같은 일상에 대해 매우 자족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물질문명이 그 어느 때보다 고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일상은 매우 경박하고 궁핍하다.

경박하고 궁핍한 요소는 사회 곳곳에 내재해 있다. 대표적 케이스인 정치판을 들여다보자. 대의와 협치로 상생해야 할 정치는 이전투구와 아전인수로 봉숭아 학당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정책은 없고 오직 술책만이 난무하는 정치판은 불신과 혐오를 가중시키며 환멸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다. 변화무쌍하다는 의미다. 하나, 대한민국 정치판은 변화무쌍은커녕 지리멸렬의 연속일 뿐이다. 참으로 경박하고 궁핍한 집단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어떤가. 지난 시절의 대한민국 언론은 정론직필로 시민사회를 이끌며 참된 의식을 일깨웠다. 사려 깊고 진중한 혜안으로 시대의 문제를 예리한 기승전결로 걸러내고 해결책을 제시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아이돌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말 그대로 언론이 여론 광장의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현재의 언론을 보라. 시류에 편승한 신문과 방송들이 앞다퉈 여론을 호도, 왜곡하며 여론 광장을 미혹(迷惑)의 언어유희로 부화뇌동하게 만들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입맛대로 여론을 조작하거나 진영 논리를 내세워 반대 진영의 논변에 언어 테러를 가하는 담론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자임해야 할 상당수 언론이 자신들의 사명은 망각한 채 오히려 야바위로 전락한 작금의 현실이 마냥 측은할 뿐이다.

또한 양극단의 진영 논리를 구축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한인 시민사회 역시 경박하고 궁핍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친목회 수준의 순수한 동기로 출발한 시민사회 일원들은 세력이 커지며 점차 정치 집단화하면서 파열음의 진원지가 됐다. 세칭 노빠와 박빠 그리고 문빠로 불리는 집단이다. 이들 그룹들이 등장한 후부터 대한민국의 여론 광장은 급작스레 반목과 불신 그리고 아집으로 혼탁해졌다

이들의 비틀린 과격한 선동과 여론 조작은 시민사회를 적과 적으로 갈라놓았다.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죽마고우인 친우를 헌신짝 팽개치듯 절연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피붙이인 형제자매 사이도 남처럼 냉랭하게 대하는 세태로 변했다

종교시설에서도 패거리를 지어 신을 시험하는 황당한 행태가 벌어진다. 신이 지금도 인간세계를 무관심으로 대하는 이유는 '인간들의 경박하고 궁핍한 오락가락 믿음을 한심하게 여긴 탓'일 것이다. 시민사회를 밝힐 투명한 담론과 대화는 실종되고 '목소리 큰 놈이 득세'하는 세상이다. 경박한 독설과 궁핍한 논리가 여론 광장을 지배하는 현 상황에서는 가짜 뉴스와 이에 편승한 댓글 조작 그리고 폭력적이고 굴절된 선동만이 판을 좌우할 뿐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궁핍한 시대'로 규정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생각은 오히려 결핍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경박한 시민사회의 여론 광장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당면한 이슈에 대해 서로의 견해가 옳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바야흐로 시민사회와 정치판 그리고 언론 매체들은 이제 그만 진영 논리의 늪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을 회복할 때다.


(신문 칼럼)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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