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추억을 먹고산다는말이 맞는 모양이다. 시간이 갈수록 새삼스레 옛날일들이 그중에서도 의아해했던 일들이 떠오르고한다. 그래서 치매환자들이 현실과 과거를 혼동하는 이유가 근간의 일은 잊어버려도 뚜렷이 떠오르는 옛기억들이 현실인 것처럼 착각되기 때문일것이라. 아무튼 오래전의 두가지 일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라 신기한 마음으로 글을 올린다.


국민학교 3학년때 같은짝이었던 친구 김득ㄱ가 먼 동네로 전학을 갔다. 먼동네라야 지금같아선 운전해서 15분거리 정도였을까? 아무튼 전학이라기보다는 득ㄱ의 집안이 가난해 (당시엔 거이가 다 가난했지만) 돈안내고 다닐수 있는 보ㅎ공민학교(주로 교회에서 극빈아동을 대상으로 하던 무인가학교)로 옮긴다고 했다. 득ㄱ가 물론 짝이기도 했지만 성격이 상당이 활달하고 시원해 우리는 금방 친한 친구가 되었다. 지금처럼 정보시대도 아니고 누군가 먼동네로 떠나면 인연이 끊어지는것으로 받아들일수밖에 없던 시대였기에 그의 전학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몇달간 나에게 많은 정신적 공백을 가져왔었다.


어느덧 방학이되어 느닷없이 일이생겨 그 먼 동네를 갈일이 생겼다. 득ㄱ가 다닐 보ㅎ공민학교앞을 지나면서 득ㄱ를 보고싶은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 바로그때 우연이 땅바닥에 있는 도화지 한장을 발견했다. 누구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호기심으로 그것을 집어들고는 뒷면을 보았다. 아뿔사! 거기엔 믿을수 없게도 3학년 1반 김득ㄱ라고 써있지 않는가? 그 그림을 들고 하도 신기해 몇번이나 반복해 보면서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그 학교앞, 같은학년, 흔지않은 이름의 득ㄱ. 이것이 또다른 동명이인일수가 없다는 생각에 나의 짝/ 친구였던 득ㄱ의 그림임을 확신하면서 한동안 흥분이 되었다. 마치 득ㄱ가 그날 그시간대에 내가 지나갈것을 알고 자기 그림을 보라고 일부러 그자리에 놓아두고 간것처럼.


아무튼 그 그림을 집에까지 가지고와 귀중한 memorabilia로 한동안 잘 간직해놓고 자주 꺼내보곤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세상에 우연의 일치가 많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옛날의 그작은일이 참으로 신기롭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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