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퍼레이드

2018.07.15 16:21

조형숙 조회 수:7965

   독립 기념일 오전에  Moro Bay 여행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로 주차장을 찾고 있다가 트롤리를 발견했다. 트롤리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거리는 이차선으로 되어 있었는데 트롤리가 중간에 멈추고 서더니 한참을 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살펴보니 반대쪽에서 많은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모두 자전거를 타고 있다. 차선 전체를 차지하고 달려오는 자전거 퍼레이드는 생전 처음 보는 아주 이색적인 장면이었다.

   작은 국기를 자전거 양쪽 손잡이에 달고 안장 뒤에는 갖가지 색깔의 풍선을 매달았다. 핸들은 흰색, 빨강, 파랑색의 긴 리본을 묶어 달았다. 자전거 바퀴는 흰색 두꺼운 리본을 자전거살 사이사이 넣어 꾸미고  다음엔  빨강으로, 또 그 주위를 파랑으로 꾸몄다. 바퀴가 돌때마다 성조기가 돌아간다. 성조기로 머리띠를 두르고 바구니를 감쌌다. 모두가 개성에 맞게 퍼레이드 복장을 했다. 예쁜 모자 꼭대기에 매달린 바람개비도 열심히 돌아간다. 헬맷을 쓰고, 손을 흔들고 인사하며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자전거의 물결은 끝이 없다. 높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와는 버스에서 손 내밀어 하이파이브도 한다. 같은 색깔의 셔츠를 입고 줄 맞추어 나란히 페달을 누르는 팀도 있다. 바닷가에 행렬이라 그런지 물고기 모형을 많이 달기도 했다. 자전거 뒤에 큰 바구니에는 아기들을 태우기도 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와 자전거벨을 울려대는 소리로 거리는 왁자지껄하지만 모두 즐겁고 가슴이 뛴다. 트롤리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창가로 다가앉아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Happy 4th of July" "Happy 4th". 족히 수백명은 되는 듯하다. 시내관광을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운채 그들과 화답하기를 30분쯤 했을까? 마지막 몇 사람을 남기고 퍼레이드 무리는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모두 활짝 웃고 더없이 밝은 모습으로 독립을 축하하는 퍼레이드는 Moro Rock (조용하고 작은 어촌마을 끝에 아주 큰 돌산이 있다. 특별하지는 않으나 해변에 돌산이 있는 것이 신기해 많은 사람들이 보러온다.)을 출발하여 바다를 끼고 돌아 다른 끝에 있는 넓은 공원으로 모인다. 삼삼오오 모여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한다. 하루 종일 즐겁게 지낸다. 몇 백대의 자전거 행렬에서도 아무 사고가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어떤이는 마라톤을 하기도 하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도 하며 행렬에 함께 한다. 그렇게 화려하고 따뜻하고 마음을 함께 하는 행진은 처음 보았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시가지를 만드는 모습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들은 할 수 있는 한 정성을 다해 조국을 사랑했다. 아주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참여하여 달리며 외치는 독립 축하는 가슴에 감동을 주었다. 

   떠나온 조국을 생각했다. 진정한 마음으로 조국을 위해 한일이 무엇이었을까, 어떤 일들을 했나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았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동원되어 세종문화회관이나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광복절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합창 연습하여 외운 가사로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머니 합창단원으로 기념식에 참석하여 노래를 불렀다. 애국가도 열심히 불렀다. 지금도 애국가를 듣거나 부르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솟는다. 조국은 항상 그리움을 부른다. 놀랍게 발전하고 힘찬 발돋음을 하고 있는 조국에 통일이 이루어져 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소원한다. 하늘은 더욱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다. 밝은 웃음속에 오늘 하루 조국을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았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 좋은 책을 알려주세요 조형숙 2018.12.06 7807
34 가을 소리 조형숙 2018.10.10 7922
33 기다리던 새 땅을 밟다 조형숙 2018.10.08 8013
32 과테말라 선교여행을 기다리며 [2] 조형숙 2018.09.04 7915
31 비숍(Bishop)의 가을을 만나다 [1] 조형숙 2018.08.28 8011
30 여름 조형숙 2018.08.25 7929
29 러시아의 기억 조형숙 2018.07.31 34597
28 상상 [2] 조형숙 2018.07.26 8154
» 자전거 퍼레이드 조형숙 2018.07.15 7965
26 교사 첫 부임지에서 [1] 조형숙 2018.06.12 7838
25 양치는 언덕 [4] 조형숙 2018.06.09 7848
24 관심 조형숙 2018.05.29 7950
23 패랭이꽃 조형숙 2018.04.29 7727
22 어머니 조형숙 2018.04.29 7756
21 작은 불 꽃 하나가 국경을 넘어 [2] 조형숙 2018.04.08 7999
20 숨, 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2] 조형숙 2018.03.29 8000
19 샌 루이스 오비스포 근교를 돌아보며 [1] 조형숙 2018.03.18 7934
18 온 가족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무대 [4] 조형숙 2018.03.04 7975
17 산으로 간 구삐 조형숙 2018.02.03 8514
16 풀잎 하나도 건드리면 안돼 조형숙 2017.12.28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