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멀고 먼 알라바마

2018.08.25 09:47

서경 조회 수:16


멀고 먼 알라바마 3.jpg



언제나 클래식한 멋을 풍기는 지타가 가게에 들렀다.
사뭇 상기된 모습이다.
-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 예스! 오늘은 내게 굉장히 특별한 날이야! 
- 호오, 그래? 특별한 일이 뭘까?
호기심에 내 눈동자가 커졌다. 
- 대학 시절, 사랑했던 사람을 오늘 저녁에 만나!
- 와우! 정말 가슴 두근두근하겠다! 얼마만인데?
- 20년! 세상에, 믿을 수 있어? 난 아직도 못 믿겠어!
지타는 소녀처럼 설레는 표정이다. 
- 얘기 좀 더 해 봐! 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로워!
- 그때 난 알라바마 우번 유니버시티에 다니고 있었어.
- 알라바마? 와아- ‘멀고 먼 알라바마’란 노래가 생각 나네?
  멀리도 가서 공부했구나! 그래서? 
노래 멜로디까지 흥얼대며 얘기 흥을 돋구어 주었다. 
- 응. 내 전공 과목 유명 교수님이 그 학교에 있어서 거기 까지 갔지. 거기서, 난 가을 어느 날 멋진 남학생을 만나게 되었지! 그 애가 바로 프랭크야!
-  와우! 캠퍼스 커플이네? 얼마나 오래 사귀었는데?
- 3개월! 가을에 만나 겨울 방학 때 헤어졌으니...
- 아니, 왜 그렇게 짧게 만나고 끝났어? 
- 그건 우리 두 사람이 원하던 일이 아니었어! 아버지가 날 잡으려 오신 거지!
- 왜? 대학생이면 남학생 사귈 수도 있지!
- 사실, 난 그때 그 애랑 연애에 빠져 가을 학기 시험을 망치고 패스를 못했지! 노발대발한 아버지가 오빠랑 꼬박 이틀을 운전하고 오셔서 나랑 내 짐을 다 챙겨 싣고 집으로 데리고 와 버렸어! 
- 아, 그랬구나! 그 애가 정말 보고 싶었겠다! 물론 프랭크도 가슴이 찢어졌겠지!
- 그랬지! 하지만, 그때 난 어렸고 아버지하고 오빠가 너무나  무서워 연락을 제대로 못했지!  다시 들어간 UCLA 공부 하기도 바빴지만, 거리가 워낙 멀어 조금씩 포기하게 된 거지!  그리고 20년이 흘러 갔지...
- 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너무 슬퍼!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지!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만나고 싶었지!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어! 
- 맞아! 그리운 건 그냥 그리운 거야! 꼭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만이 아니지... 
어느 새 그녀의 눈에 이슬방울이 맺히더니 끝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린다. 
계속, 계속... 그칠 줄 모르고 눈물이 눈물을 불러 온다. 
그녀의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치고 또 그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가슴으로 전해져 온다. 
- 난 그때 너무 어렸어...
지타의 후회와 아쉬움이 방울방울 눈물진다. 
사랑으로 흘리는 눈물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눈물도 미소와 같이 전염이 강하다. 
내 눈에서도 어떤 뜨거운 수분이 고여 왔다. 
- 그땐 다 그랬지 뭐. 어렸으니까... 지타가 배반한 것도 아닌데 뭐. 
- 그래도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우리가 헤어지진  않았을 지도 몰라. 정말 사랑했거든? 매일 만나도, 헤어져 집에 가야할 시간이면 너무 아쉬웠어...
- 지나간 날은 다 후회스러워. 서럽도록 아름답기도 하고...  나도 그땐 왜 그리 어린애같이 굴었는지, 그게 두고두고 미안한 거 있지! 그게 다, 사랑 욕심 때문이겠지. 만나면 또 그 사람 마음 아프게만 할 거 같아!  하지만, 정말 죽기 전에 한 번 만나, ‘감사하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은 전하고 싶어. 
- 사랑하면 왜 자꾸 미안해지는 걸까? 나도... 그 말 해 주고 싶어. 그 사람 상황은 모르겠지만,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면 좋은 친구로라도 남고 싶어!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 그래!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구나! 축하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지?
- 응, 우연히 페이스 북에서 프랭크를 보게 된 거지! 근데, 사진 보니, 와이프가 있고 애들도 다 있더라구. 반갑다는 인사말도 못하고 난 계속 올라 오는 사진만 보고 있었지. 그게 4년 째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와이프 사진도 얘기도 안 올라 오더라구! 이번에 컨퍼런스 하러 LA 온다기에 만나고 싶어 내가 연락했어!
- 오, 그래? 프랭크가 정말 놀랐겠다!
- 응, 자기도 꼭 날 만나고 싶대! 프랭크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가슴이 마구 뛰는 거 있지!
- 그래, 그게 정상이지 뭐~ 
- 참! 우린 생일도 같아! 생일 파티할 때마다 생각나는 거 있지! 
흐르던 눈물이 잦아지고 지타는 살짝 미소를 띤다. 
- 뭐어? 생일까지 같다고? 야! 그거 정말 인연이구나! 사랑하면 사소한 일치도 감동하게 되지! 
- 맞아! 그래서 더욱 가까워진 것같아! 
- 자, 이제 눈물 닦고 예쁘게 꾸며 프랭크 만나러 가야지? 만나면 활짝 웃어 줘. 넌 미소가 정말 아름다워!  사진 찍으면, 나한테 보내주고...
- 오케이! 사진 찍으면 꼭 보내줄 게! 고마워!
- 안~녕!  Good Luck!
- 댕큐!
그녀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세월 돌아 다시 만난 그들. 
지타가 싱글맘이니, 그도 싱글 아빠였으면 싶다. 
무언가 소설 같고 영화 같은 이야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태원의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지타는 오늘, ‘그 날의 마음 그대로’ 그에게 달려 가리라.
심장에 주름살이 없듯, 사랑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살아 있는 한 심장이 멎지 않듯, 사랑도 멈추지 않는다.
애기가 요람에서 흔들리며 커 가듯, 수초처럼 흔들리며 커 가는 거다.
사랑은 비록 단편으로 끝났어도 그 사랑에 대한 추억은 마침표 없는 미완성 장편 소설이다. 
눈을 감을 때, 사랑은 비로소 관 속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리라. 
우리 인생의 주 테마도 사랑과 죽음이요, 예술의 핵도 사랑과 죽음이다. 
때문에, 사랑은 삶의 다른 이름이다. 
치타가 떠난 뒤에도 방울방울 눈물짓던 치타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슴에 남아 여울졌다.
사랑은 세월만큼이나 잔인하고 또 너그럽다. 
‘20년만이라... '
'알라바마는 참 멀기도 하다.’ 
두 사람 사이를 비껴 간 시간의 강폭을 가늠하며 혼자 읊조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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